과시하지 않는 섬세한 디테일 압권
2011-08-08고학수 현 디자인연구소 



사람들은 작은 일에 감동을 받는다. 잠깐 스쳐가는 말로 했던 나의 취향을 고려한 선물이라던가, 기대치 못한 작은 친절 같은 일에 말이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은 이렇듯 일상 생활의 행동에서도, 예술 작품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옷에서 느끼는 감동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가 곁들여진 환상적인 패션쇼에도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지만, 스쳐 지나갈 만큼 작은 디테일에 감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높은 가격을 지불하여 그 옷을 산다.



앤트워프 왕립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한 팀 판 스틴베겐의 옷은 섬세한 디테일이 강점이다. 하지만 절대 드러내놓고 과시하지 않는다. 그런 점이 그의 옷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진 ①의 남성복의 경우, 상·하의, 가방까지 같은 색으로 통일 되었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셔츠의 앞면의 디테일이 아주 매력적이다. 셔츠의 본판과 같은 천을 사용하여 가죽끈을 세심히 엮은 듯하다. 수공예적이면서 모던한데, 요란하게 눈에 띄지 않는다. 셔츠 본연의 천과 같은 천을 썼기 때문이다. 이중으로 처리된 셔츠 칼라는 남성 모델의 강직함과 권위적인 이미지를 구축한다.
그 다음으로 시선은 별 특이해 보일 것 없는 바지보다 어두운 색인 구두로 수직 강하한다. 셔츠와 같은 디테일의 가죽 구두가 눈에 들어온다. 일반 통가죽 구두가 아닌, 가죽으로 짜인 구두를 매치하여 셔츠와의 통일감을 주었다. 여기서 끝이라면 그를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 리스트에 넣지도 않는다.



다시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리를 따라 올라가게 되는데, 여기서 또 한번 팀 판 스틴베겐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여느 정장 바지와 다름없어 보이는 바지 다림선이 곧장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옆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약간의 사선으로 위치한 바지 주머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절개선과 평행이 된다.



이렇듯 굉장히 작은 디테일의 차이로 남들과 다른 옷을 만들어 낸다. 마치 나에게 무심한 듯 보여도 눈에 띄지 않게 다른 사람보다 날 더 챙겨주는 사람 같다.



순수 예술과, 패션, 소재 개발을 전공한 그답게, 수공예적이면서도 모던하게 개발 된 소재는 그의 옷의 가치를 높여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사진 ②의 경우도 그렇다. 진한 회색과 보랏빛이 도는 새틴 소재의 원피스는 몸매를 드러내는 동시에 한쪽 소매 끝에서 내려온 넓은 천이 시선을 분산시킨다.



매혹적인 색뿐 아니라, 그의 주특기인 섬세한 디테일도 감상해보자. 넓게 파인 네크라인 때문에 휑해 보이는 목에 뭐가 없을까 했더니,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 원피스에서 흘러나온 듯, 본 천과 연결되는 목 디테일은 마치 혈관 같기도 하다. 이 원피스에는 목걸이가 없는 편이 낫겠다.



사진 ③은 네크라인도, 소매도 독특하지만, 같은 천으로 만들어진 꽃 장식은 옷에 묻힌 듯 더 눈이 간다. 그의 옷들은 이렇듯 누가 뭐래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공예적 성격이 강하게 묻어난다. 그것은 그의 철학이 수공예 장인들의 옛 정신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과감하게 풀어내는데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