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누가 만드나요?
2006-02-20정인기 차장 ingi@fi.co.kr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전반적인 사회혼란과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섬유·패션 기업들에게 어느 해 보다도 힘들었던 2004년 이었던 만큼 보내는 아쉬움보다는 희망의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것이 시장 전반의 분위기인 것 같다. 사실 올해는 성장보다는 위축이나 하락세 등 마이너스적인 단어가 더 익숙했던 해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 속에도 2004년 한 해를 최고의 해로 만든 브랜드나 기업 또한 적지 않다. 출시 5년만에 2천400억원대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해외 유명 브랜드가 쟁쟁한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최고 브랜드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또 이미 높은 진입장벽이 생긴 캐주얼시장에서 출시와 동시에 스타급 반열에 오르는 등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둔 브랜드도 있다.
같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옷을 팔았지만 어떤 업체들은 재고 처리에 여념이 없었고, 또 어떤 업체는 한 장이라도 더 팔기 위해 발바닥에 땀깨나 흘렸을 것이다.

물론 잘 되는 브랜드는 운 때도 잘 맞았을 것이고, 광고비도 펑펑 투자해 소비자들이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또 경영자도 투자 의지가 넘쳤고 사업을 이끄는 리더의 열정도 넘쳐나는 등 3박자, 4박자가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변 상황만 탓하기에는 여유가 없다. 한탄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만으로 자신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한탄만 하다가는 우리가 몸 담아야 할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잘 되는 기업에는 잘 될 수밖에 없는 요소가 겹쳐 있듯이 잘 안 되는 기업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 있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수많은 기업을 방문해 보면, 잘 되는 기업은 입구에서부터 에너지가 넘쳐나고 직원들도 활력이 넘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경영자부터 힘이 없다.

취재를 하는 기자에게도 어디 잘 되는 기업에 대한 얘기보다는 ‘경기가 침체돼 모두 어렵고, 우리도 역시 그렇다. 언제쯤 경기가 풀리겠냐?’는 식의 말을 늘어 놓으며 스스로를 위안하려 한다.

물론 나름대로 판매 활성화 방법도 강구하고 노력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은 스스로가 시장에 대한 경기를 너무 쉽게 판단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경기에 대한 자위적인 판단은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고, 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다.

호경기 때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시장 흐름에 피동적으로 움직여서는 행여 앞으로 경기가 호전되더라도 절대 성장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경기가 침체되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소비자가 원하는 욕구 이상의 가치를 통해 소비를 일으켜야 할 것이다. 또 보다 차별화된 상품과 마케팅으로 새로운 소비를 일으키는 것이 개별 기업은 물론 경제 전반을 부흥시킬 수 있는 활력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느 것 하나 쉽지는 않겠지만‘불황’이란 단어를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