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르게, 기존의 ‘나’와도 다르게

2011-01-21 최경원 

미우치아 프라다 3 - 최경원이 바라본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 ⑳



분명한 원칙
올 봄에는 어떤 색의 옷이 유행할까? 겨우내 거리는 검정, 회색, 감색, 갈색 등 짙고 어둡고 칙칙한 색들로 물들었다. 시각적으로 명도와 채도가 낮았던 거리 풍경은 낮은 온도와 더불어 심리적으로도 사람을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실용적인 면으로도 겨울에는 짙은 색의 외투가 주류를 이룰 수 밖에 없다. 두꺼운 코트와 패딩 점퍼는 자주 세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때가 타도 잘 흔적이 안 남는 저명도, 저채도의 색상이 선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칙칙한 겨울을 보내고 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밝고, 맑고, 화사한 색상을 갈망하게 된다.

매년 봄이 다가오면 올 봄 유행 컬러는 오렌지다, 비비드 컬러다, 지중해 바다의 푸른색과 화이트다 라는 등의 마치 미래를 내다보는 것 같은 기사를 마주하게 된다. 굉장한 예지력을 가진 듯 하지만 결국은 디자이너도, 에디터도, 소비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칙칙한 색은 지겹고 자연스럽게 화사한 색이 당기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색이 계절의 온도와 인체의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면 형태는 어떨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새롭고 신선한 것을 원하면서도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물 간 작년과는 다른 것을 원하면서도 너무 혁신적인 형태에는 거부감을 보인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칙칙한 색에서 화사한 색으로 넘어간 것도 어찌 보면 이미 신선함을 획득한 것인데 여기에 새로운 형태까지 넣어 신선함을 이중 콤보로 날린다면? 사람들은 저게 뭐야하는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2011년 프라다의 봄/여름 컬렉션이 좋은 예이다. 색으로 보자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여느 때처럼 따스한 봄과 화창한 여름에 어울리는 원색으로 가득 차있다. 하지만 뭔가 어색하고 낯설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 안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옷 전체가 아무런 무늬도 없이 온전한 주황색이다. 독특한 형태의 선글라스도 주황색으로 맞췄다. 가방은 파랑색이다. 보색 관계의 옷과 액세서리를 매치했기 때문에 눈에 튀는 걸까? 과연 색만으로 이런 강렬한 인상이 만들어 진 것일까?       

옷의 형태를 보자. 다리가 드러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몸의 실루엣이 드러나지 않는다. 벙벙한 재킷은 여성의 가슴도, 허리도 부각하지 않는다.

치마도 재킷처럼 살짝 작게 보이기는 하지만 이 마저도 모델의 골반 라인 보다 길다. 그 아래로 주름이 잡힌 풍성한 단이 덧대어져 있다. 옷의 실루엣으로 보자면 뭔가 두루뭉술하다.

옷과 액세서리의 색 대비는 명쾌할지 몰라도 옷 자체의 형태는 명쾌하지 않다. 비례의 강약이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프라다가 보여주려는 실루엣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색을 하나로 통일했기 때문이다.

사진 ②는 상의는 하얀 바탕에 파란색으로 원숭이와 복잡한 무늬가 수놓아져 있고, 치마는 검정과 형광 분홍색이 줄무늬로 들어가 있다. 상의와 하의의 색과 무늬의 대비가 강렬하다. 복잡하고 화려한 곡선으로 이뤄진 상의와 오차 없는 관념적인 줄무늬가 강하게 대비된다. 치마와 같은 무늬와 색의 가방을 매치하여 상·하의의 대비가 더욱 강렬하도록 했다. 사진 ①에 비해 상의는 벙벙하고 치마는 꼭 맞아 역삼각형 실루엣도 명확하게 들어온다.

사진 ③의 옷들은 여러 가지 색으로 된 다양한 간격의 줄무늬로 이뤄져 있다. 두 옷이 야기하는 분위기가 묘하게 다르다. ③-1이 조금 더 발랄한 동생의 분위기라면, ③-2는 무게감 있는 언니 같다. 왜 그럴까?

우선 상의와 하의를 나누어서 살펴보자. ③-1은 상의가 하의보다 명도가 낮다. 즉 상의는 검정과 갈색의 짙은 색으로 되어 있고 허리는 하양과 노랑으로 상, 하의를 분리하며, 치마는 연두와 검정색 스트라이프 무늬다. 다 따로 노는 것 같지만 중간 중간 검정과 하양이 섞여 미묘하게 한 벌의 색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검정과 하양 줄무늬로 된 가방도 옷과 관계를 맺고 있다.

③-2는 반대로 상의가 더 밝고 하의에서 짙은 색으로 무게를 잡아주고 있다. 하양에서 시작된 상의는 주황에서 회색과 검정 줄무늬까지 점진적으로 저명도로 내려간다. 이러한 점진적인 색의 사용은 너무 얌전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주기도 하므로 허리에 선명한 분홍색과 치마끝단에 파랑색을 넣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가방도 ③-1과 달리 주황 단색으로 하여 더 선명한 인상을 준다. 

색뿐만 아니라 형태 때문에도 두 의상이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③-1은 ③-2에 비해 네크라인이 좀 더 파였고, 목과 치마끝단에 주름 장식이 들어가 발랄하고 활기차 보인다. ③-2도 목에 프릴 장식이 달렸지만 목 끝까지 꼭꼭 닫아 놓은 네크라인 때문에 보수적으로 보인다. H라인으로 똑 떨어지는 치마 때문에 더 그러하다.

이렇게 두 의상은 치밀하게 계산 된 색과 형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상을 만들었다. 스트라이프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무늬가 아니다. 자가 있어야만 똑바로 그릴 수 있는 무늬이며, 손만으로는 규칙적으로 그리기도 쉽지 않다. 보수적인 무늬인 스트라이프로 이렇게 신선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놀랍다.

이질적인 것들의 조합
스트라이프를 신선하게 변형한 점도 재밌지만, 사실 이번 컬렉션에서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정의를 내리기 힘든 새로운 무늬가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것을 ‘미니멀 바로크’라고 표현했다.

얼핏 보면 에일리언이 생각날 정도로 기괴한데, 자세히 보면 원숭이도 있고, 바나나도 있고, 유럽의 궁전을 장식했을 법한 아기 천사의 얼굴과 기둥의 장식도 보인다. 미우치아의 말 대로 바로크 양식이다.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조합에 줄무늬까지 섞었다.

하지만 ④-1보다는 ④-2의 옷이 더 어색하다. ④-2의 벙벙한 어깨의 실루엣은 이번 시즌 프라다가 선보인 새로운 실루엣이다. 사실 ④-1처럼 여성의 몸매를 드러내는 바디 컨셔스 실루엣은 어떤 무늬가 들어가도 몸매가 좋다면 예뻐 보이기 쉽다. 하지만 ④-2처럼 어찌 보면 추해 보이기까지 하는 실루엣에 이질적인 무늬까지 넣었으니 이상해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녀는 한동안 아름다움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는 일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것이 그녀가 새로움을 찾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미우치아 프라다가 디자인할 때 염두에 두는 것은 ‘남들과 다르게, 기존의 나와도 다르게’이다. 고정관념을 깨는 순간 새로운 스타일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번 시즌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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