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자식일수록 차게
2009-10-23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송명견 칼럼


어디서부터인지, 누구에게서인지, 왜 그런지도 모르게 오랫동안 이어져오는 생활의 지혜들이 있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 “귀한 자식일수록 차게 길러라” 등등 수없이 많다. 유아 생존율이 낮아 양반집의 몇 대 독자쯤 되면 더더욱 귀해서 싸고 또 싸서 기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기른 자식은 약했다. 천하디 천해 입을 것도 변변치 않은 서민의 자식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크는 것을 보고 경험하면서 터득한 지혜일 것이다.

가까운 일본을 여행하거나 살면서 인상적으로 느낀 것이 있다. 아이들의 옷차림이다. 엄마는 밍크 코트를 입었는데 동행하고 있는 아이는 반바지에 얇은 셔츠 차림임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일본에 살던 한 한국 엄마로부터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는데 몇 차례 옷을 벗겨 싸 보내더니 나중에는 “옷을 너무 많이 입혀 보내지 말라”는 편지를 보내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날씨가 쌀쌀하여 걱정이 되었지만 시키는 대로 하여도 그 아이가 감기에 걸리지 않더라고 했다.

필자 역시 유치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옷을 얇게 입는 아이들이 많이 입는 아이들보다 운동능력이 우수함을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입는 옷의 양은 비만과도 관계가 있어 옷을 얇게 입는 유치원 아동의 체중 증가율이 더 낮은 것을 확인한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것들이 이미 조상들의 경험(오랜 생체실험)을 최근의 학자들이 체계적인 실험을 통해 증명해 낸 결과들이다. 왜 그럴까?

어린이는 체온조절 기능이 성인과 달라서 기후에 대한 적응이 미숙하다. 옷을 입는 습관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그 능력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인체는 항체온을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기능을 발동시킨다.

온열 중추가 피부 혈관을 자극하여 말초 신경들을 자극 시키고 근육을 오그라들게 함으로써 체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화하고 에너지를 만들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대사활동을 왕성히 하게 된다.

옷을 얇게 입으면 인체는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즉 체온조절 능력을 키우게 된다. 따라서 갓난아이라 할지라도 얇게 옷을 입힌 아이가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은 지극히 과학적인 현상이다. 옷을 얇게 입는 습관은 인체의 체온조절 능력을 향상시키고 많이 움직이게 함으로써 운동 능력도 향상되고, 머리도 좋아지고 건강도 좋아지게 한다는 말이다.

내 아이의 머리가 좋아지는 일이라면 지구 밖이라도 찾아 갈만한 열성을 가진 것이 우리의 어머니들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의생활 습관을 바르게 갖도록 배려하여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로의 가능성을 이 가을에 실천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