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협회-의류산업협회 통합에 대한 소회
2009-10-09이만중 보끄레머천다이징 회장  
한국의류산업협회와 한국패션협회 두 기구는 태동 당시 그 시대적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 그러나 시대 환경이 바뀌었으면 그 환경에 맞게 재검토 되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지 않겠는가?


글로벌 시장 환경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 필요



문제의 본질은 “통합이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지금 이대로가 좋은가”이다. 양 협회 공히 회원사들의 권익과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기구이다. 따라서 통합에 대한 찬·반 양론의 논리를 정리하여 앙케이트 형식으로라도 주인인 전 회원사의 뜻을 수렴하고 그 결과에 따라 통합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

회원사들이 회비는 꼬박꼬박 내야 하면서도 의견을 내면 갈등 조장이라고 비난 받아야 한다면 그게 어찌 옳은 길이라 하겠는가?

의산협(400여 개 회원사 중 실제 가동 회원수는 절반 정도로 들었다)은 태동 당시 쿼터의 효율적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가장 큰 동기였다고 본다. 때문에 회원사들의 성격 또한 대부분 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미 쿼터제는 폐지된지 오래 되었으며, 따라서 태동 동기의 가장 큰 이유는 사라졌다.

반면 패션협회는 어패럴 기업 중심(300여 회원사 중 200여 개 사가 어패럴 기업이며,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실 회원사는 전체의 약 70% 정도로 듣고 있다)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업종은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정보의 공유나 나눔을 통해 동반 상생의 길을 걸어가야 시너지 창출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나는 33년을 패션업에 종사해 온 사람으로서, 우리 업계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서로 함께 발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그 길을 찾아보자는 생각이다. 이미 글로벌한 세상이 되었고, 곧 FTA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우리의 경영 환경은 보다 어려워 질 것으로 예견된다. 이제 우리 기업들이 나만 잘 되어 보자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 업계가 모두 힘을 합하여 동반 성장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유사 중복업무 통합하고
부족한 것은 보완해야



그 동안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당사의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했었던 노력들도 그러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앞으로는 가능하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각 기업이 따로따로 진행하기 보다는, 하나의 컨소시엄을 형성하여 중국 시장 진출 시의 시행착오와 같은 일을 되풀이 하지 말자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개인적으로 중국 다음으로 우리가 개척해야 할 시장이 C.I.S 국가들 이라고 본다. 이 또한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이견도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때문에 누구에게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강요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며, 강요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또한 이제는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 의류 회사뿐 아니라 관련 업종, 예를 든다면 요식업, 화장품, 피부관리,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분야의 기업들도 함께 참여하여 상품을 판다는 개념이 아닌, 한국의 문화를 판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이러한 생각에 공감하고 뜻이 같다면 함께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협회를 통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위에 언급한 일 들(이 외 업계를 위한 일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쪼개져 있는 유사 관련단체들의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이를 위해 양 협회 인사들과도 이미 논의를 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하여 큰 방향은 옳으나 아직 시기가 이르지 않은가 하는 의견을 들은 바 있다.

양 협회 통합을 진행하기 위하여는 양 협회 각자의 입장, 밟아야 할 절차 등 복잡한 문제들이 당연히 수반될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큰 그림이 옳다면,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원칙에 맞추어 풀어간다면 안 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양 협회가 통합이 된다해도 흔히 예견할 수 있는 구조조정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본다.

유사 중복업무는 통합하고 있는데 손이 모자라 부진하거나 깊이가 없는 부분은 강화하고, 꼭 해야 하는데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게 된다면 인력이 절대로 남아돌 것 같지 않다. 나는 자주 중국, 일본 기업인들과 만날 기회가 있다. 그때 가끔 이런 질문을 접한다.

“한국 업체들과 일을 하거나, 정보를 얻으려면 어디를 찾아가야 하는가?” 다른 분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양 협회의 회원사들 또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업계 동반 발전 위해
균형 잡힌 사고로 소통할 때



양 협회의 통합과 관련하여 몇몇 회원사들의 동의 여부를 알아보게 된 것도, 양 협회가 공식적으로 논의해 볼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말로만 하고 넘어가면 폭넓은 의견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스쳐가는 이야기로 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부 관련부처 인사도 지난번 협회에서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정부측에서 양 협회의 통합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지만, 업계 관련 창구가 단일화 되면 좋지 않겠는가”하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고 들었다.

우리 업계의 보다 나은 미래를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기 위해 논의하고 결정하며, 필요하다면 관련 부처의 협조와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일을 풀어나감에 있어 본질을 외면하고 지엽적인 문제들만 가지고 시시비비하면 어떠한 합일점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시 한번 제의하지만, 이 건에 관하여 진지하게 공론화 해 볼 필요가 있다. 대다수가 아니라고 한다면 본인 또한 같은 이야기를 다시는 꺼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 제기는 ‘나의 생각이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가’만 관심사일 뿐, 복잡한 생각을 할 줄 모르는 단순한 사람이다. 우리들이 정치하는 사람들도 아니지 않은가?

균형 잡힌 사고와 순수함으로 소통할 수 있는 우리 업계이기를 진정으로 소망한다. 이래서야 좋은 의견이 있다 한 들, 앞으로 누가 입을 열 수 있겠는가? 이 기회를 빌어 한 가지 더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40~50대 젊은 CEO들이 업계의 중심에 서서 보다 많은 건설적인 일들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업계 내 연장자들은 그들이 그런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임원에게 몇 개 회원사 만이라도 의견을 수렴해 보라고 지시한 것이, 사전의 설명이나 양해 없이 임원 명의로 메일이 발송되어 수신자 분들에게 본의 아닌 결례를 범한 것 같아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이해를 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