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힘
2008-10-17김유진 루이까또즈 마케팅팀장 
   60억 지구촌의 축제 2008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린지 두 달이 다되어 가지만 개막식 장면만큼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이 엄청난 비용과 첨단 기술, 인력을 동원해 펼친 '대(大) 서사시'에 전 세계가 숨죽이고 열광했습니다.
   필자는 마케터의 본능으로 “이야,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중국을 다시 보겠구나, 올림픽이 그동안 낮게 평가되던 made in China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상승시키는 결정적 터닝 포인트가 되겠는 걸”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직감이 보기 좋게 헛물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예쁜 소녀의 대역 립싱크 파문이나 영상으로만 연출된 불꽃놀이 등 올림픽과 관련된 크고 작은 뒷이야기는 둘째 치고 얼마 전 불거진 ‘멜라민 파동’으로 인해 중국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현재 중국은 예기치 않던 사태로 인해 부정적인 국가이미지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당장 한국만 해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실생활 구석구석에 파고들어 있는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에 불이 지펴진 상황입니다.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위로부터 내려온 저력을 보여주긴 했으나 밑으로부터 형성되는 민도(民度)와는 격차가 큰 모습을 보입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로 생각합니다. 남에게 보이는 것에는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갑니다. “내가 왕년에 말이야”하고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고 현재의 나를 과장하게 됩니다. 보여주는 것을 만들기는 쉽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지속적인 노력을 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드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많이 담겨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은 브랜드에게는 기본기나 기초체력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내려온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보다는 밑에서부터 하나하나 쌓여 올라간 습관과 문화의 힘이기도 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브랜드는 몇 년 전 회사의 미래 비전을 모든 직원이 함께 참여해 만들면서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과시적인 광고활동보다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을 드리는 활동에 마케팅 비용을 더 많이 할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례로 우수 고객을 초청해 간단한 브랜드의 근황을 전하고, 의견도 직접 듣고, 감사의 선물과 혜택을 드리는 행사를 한 달에 한 번씩 2년째 전국을 돌며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남의 눈에 뜨이는 이벤트는 아니지만 참여했던 고객들은 본인의 의견이 브랜드에 반영되는 모습과 배려에 감동해 자발적으로 홍보대사 역할을 해주십니다. 현재 패션업계의 총체적인 불황속에서도 전년대비 큰 성장을 하는 몇몇 브랜드 안에 들게 된 원동력이 이렇게 소소하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지속적인 활동들에서 기인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본이 탄탄한 브랜드가 빛을 발하며 옥석이 가려집니다. 위기의 순간에 비로소 보이지 않던 힘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힘을 믿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