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패스트 기획 시대”
2008-10-17한승아 기자 hsa@fi.co.kr
매일 신상품 내놓는 브랜드까지 등장
   상품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글로벌 브랜드들이 국내에 속속 진출하면서 내수 브랜드와의 시장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최근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에 대해 인지도 대비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지만 그보다 새로운 상품을 자주 만날 수 있는 빠른 기획력에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명동 M플라자에 문을 연 미국 브랜드 「포에버21」이 대표적이다. 1~3층에 걸친 2640㎡(8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은 포멀한 시그너처 라인, 유니섹스 라인, 캐주얼 라인 등 층별로 콘셉을 나눴다. 가격은 재킷이 4만원대, 스커트와 팬츠가 2만5000~4만원대, 티셔츠 1만원대 등 초저가 가격대로 구성했다. 주목할 만한 것이 빠른 기획력이다. 주2회 신상품이 대량 입고되나, 원칙적으로 매일 소량의 신상품을 입고한다.
   캘리포니아에서 「포에버21」 매장 12곳을 10년 동안 맡았던 베로니카 남 매니저는 “상품을 매일 공급하는 것이 「포에버21」의 키 전략이다. 고정 고객 한 명이 한 달에 5~7회 매장에 들러 신상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며 “테이스트가 높아진 요즘 고객들은 항상 새로운 상품을 원하며 그 상품이 자신만 입는 희소한 것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품의 희소성을 위해 트렌치 코트나 테일러드 재킷 등 몇몇 키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리오더를 진행하지 않는다. 매장을 오픈한지 5일 지난 13일 현재 입고된 가죽 재킷 5모델 중 3모델은 S, M 사이즈가 거의 팔렸다. 재입고는 없으며 새상품으로 대체된다. 남 매니저는 “오늘 사지 못하면 내일 못산다”가 「포에버21」의 세일즈 슬로건이라고 밝혔다.
   삼성동과 롯데 영 플라자에 이어 명동 M플라자에 새롭게 매장을 오픈한 「자라」도 빠른 기획력을 보이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금요일에 신상품이 입고된다. 판매율이 부진한 상품은 세일이나 기획 상품으로 처리해 소진하고 새 상품으로 대체한다.
   국내 여성복 업체들도 최근 빠른 기획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린 컴퍼니에서 전개하는 「케네스레이디」는 지난 8월 롯데 영플라자 동일 상품군에서 전년 대비 최고 신장률을 기록했다.
   린 컴퍼니의 박만환 상무는 “신상품 입고 사이클을 짧게 하고 고객의 욕구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스팟 상품을 늘린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주요 백화점에서 월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하고 있는 영 캐주얼 「르샵」도 스팟 기획을 강화했다.
   정영호 이사는 “이전에 했던 선기획은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없는 한계점이 있다”며 “현재는 주2회, 수요일과 토요일에 상품을 입고하며 주당 40~50 모델을 출시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기획력 경쟁이 업체간 생산 및 디자인 업무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소비자들이 자본과 기획력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에 눈높이를 맞춰가고 있다”며 “이제는 발빠르게 기획하고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업체가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