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미지 좀먹는 ‘대구패션페어’
2008-10-17정인기 기자 ingi@fi.co.kr
   지난 15일부터 4일간 대구에서는 ‘대구패션페어’가 열렸다. 이 행사는 대구시가 대구경북 지역의 패션 브랜드를 육성하고 국제무대 진출을 돕기 위해 2년 전부터 의욕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지난 15일 개막식에도 김범일 대구시장이 참석하는 등 대구시의 의욕은 적지 않다. 예산도 적지 않다. 대구시가 4억원, 지식경제부가 4억원 등 모두 8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전시회인 ‘프리뷰인대구’에 비해서도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그만큼 패션도시에 대한 대구시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섬유 제조업에 비해 기업수나 브랜드 등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추진하는 만큼 어려움이 적지 않다.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정말 어렵다’라는 말을 연발했다.
   이번 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구시장을 비롯 귀빈들이 행사장을 순시하는 시간 외에는 제대로 된 바이어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주최측에서는 600여명의 바이어가 사전 등록돼 있다고 하지만, 행사장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행사장을 찾은 관련 학과 학생들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전시회 수준을 올리기 위해 3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는 대구시 담당 공무원의 말에는 할말을 잃었다.
   셀러(Seller)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마지못해 참가한 서울 기업들은 대다수가 자리만 떼우는 식이었다. 대구시는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지난 7월 중국 선전전시회에 참가하는 서울 기업들에게 참가비와 인테리어비를 지원했다. ‘옵션’으로 참가한 만큼 애초부터 전시회에 참가하는 목적은 없었다.
   중국 기업들은 한 술 더 떴다. 텐진과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 참가한 기업들은 10여벌의 샘플을 전시해두고 자리를 비우거나, 심지어 어떤 기업은 첫날 오전에 철수하는 기업도 있었다. 대구시는 이러한 중국기업들에게 부스 참가비와 호텔비 등을 지원했다. 중국 기업들은 적지 않은 지원에 고마워하기는커녕 ‘이렇게 바이어가 없는 행사는 처음’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바이어는 물론 셀러까지 억지로 데려오다 보니 행사의 취지나 내실은 뒷전이고, 개막식만 잘 끝나면 된다는 식의 부실행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8억원의 적지 않은 혈세를 낭비해가며 지방단체장들의 안면을 세워주는 이벤트를 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 시간이 곧 비용인 국내외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알고 있다면, 무리한 옵션을 걸어서라도 기업을 유치하는 무리수는 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왕 예산이 책정됐다면 원래 취지에 맞도록 제대로 된 행사를 해야 할 것이다.
   대구패션페어는 내년에도 예정돼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패션산업을 육성해 소재에서부터 패션에 이르기까지 스트림 간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좋은 취지를 살리고, 대구를 패션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행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대구뿐 아니라 서울과 부산의 패션기업들이 참석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문업체 참여가 절실하다. 주어진 예산이나 쓰고 보자는 차원이라면 예산을 반납하는 것이 대구의 이미지를 살리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