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옷이 없어요”

2006-02-08 임상민(De&Co 대표) 

VMD를 하는 목적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보여주고, 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브랜드에서는 시즌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상품이 나온다. 그 많은 상품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관심도가 달라진다. 우리는 소비자의 시선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지켜보며 판매를 위해 애쓰고 있다. 판매원들은 한 장이라도 더 팔아보려고 별 수단을 다 동원하지만, 전처럼 충동구매도 하지 않고 이리저리 따져보는 소비자들을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어쩌다 매장 안으로 들어온 고객에게 이것저것 권하고 나면 더 이상 권할 것이 없어 맥이 빠질 때가 있다. 이렇게 되면 ‘옷이 없어요’, ‘팔 옷이 없어요’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작은 평수의 매장에도 400∼500장의 옷이 걸려 있는데 팔 옷이 없다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자세히 보면 판매력이 있는 좋은 상품이 꽤 있는데 말이다. 이는 판매원들의 상품 코디네이션 능력이 부족하여 생기는 일이다. 그러니 두세 번 권하고 나면 권할 것이 없어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시즌 초만 되면 신상품 설명회가 있어 전국에서 판매원 및 점주들을 모아 회사의 방향과 전반적인 상품의 경향을 설명하는 행사를 갖는다. 몇 년 전부터는 이 기간 동안 판매원을 대상으로 상품 코디네이션 시연회를 하고 있다. 전체 상품을 매장처럼 꾸며놓고 판매원 전원이 참석해 고객에게 옷을 권하듯 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나 참여도가 높은 흥미로운 방법 중 하나다. 몇 개 조로 나누어 모든 상품을 코디네이션 해보는 것이라 연결 판매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고, 코디된 옷은 별도의 행어에 진열해 봄으로써 진열법도 익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진행을 하다 보면 대부분 40%의 옷을 남겨놓고 중단된다.

이는 색상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고, 익숙하지 못한 색(새롭게 제안된 색으로 색상과 톤이 새롭게 느껴짐)에 대한 응용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옷을 가지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코디하며 보여주고 설명하면 새롭게 느낀다. ‘컬러’ 기획이 잘된 상품은 거의 남는 스타일 없이 끝난다.

이렇게 좋은 상품을 두고 ‘옷이 없다’, ‘팔 옷이 없다’ 하는 것은 색깔에 대한 기초가 없기 때문이다. 각 색마다 지니고 있는 특성과 색과 색의 관계를 잘 모르니 다양한 코디를 할 수 없고, 결국 옷들이 사장되고 마는 것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VMD는 진열된 상품을 판매와 연결시키는 판매원의 코디 능력이며, 그 능력은 색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제는 찾아온 고객에게 ‘말로 하지 말고, 색깔로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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