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미술관과 아라리오 미술관

2006-02-08  

늘 다녀보는 호암갤러리와 희연을 바라보며 옛 조상의 자취에 반한다. 오늘도 한국 도자기전에 새겨진 문양들을 보며 청자 빛에 아롱진 투박함, 질박함으로 숨겨진 선조의 영감 곁으로 가고 싶은데 두려운 나의 식견이 떨린다. 위대함을 또 다시 가슴에 품고 두려운 마음으로 돌아선다.

피곤에 지쳐 잠든 사이에 천안터미널 야우리 백화점 푸른 조각광장에 몸을 낮추고 걷는다. 이게 웬 세상인고.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6m짜리 작품 <찬가>와 프랑스 작가 아르망이 폐타이어로 만든 <100만 마일>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6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의 예술성에 대한 판단은 감상자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하더라도 각각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작품들이 길가에 전시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아라리오갤러리 5층 건물의 바깥에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표현한 설치 작품이 있는데, 그것을 만든 작가가 바로 아라리오 왕국의 주인공이란다. 그의 이름은 시킴. Ci Kim의 Ci를 발음이 같은 ‘see’라는 의미로 해석한단다. 씨킴으로 통용되는 김창일은 아라리오 회장이자 국제적인 미술품 수집가이자 화가다. 사업가, 수집가, 화가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한 세 가지 삶의 층위가 어떻게 저이의 안에서 공존하고 있는 것일까?

알려진 닉네임이 ‘복코’란다. 개발코라는 이름으로 독특한 형상이 나와 다르지만 어쨌든 ‘복코’란다.

이번 여행에서 Ci Kim의 왕국을 보고 개인의 삶의 파라다이스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한 나는 그의 어록을 통해 삶의 본질을 학습하려 한다.

“느티나무 잎은 유실수의 열매처럼 당장 효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여름 가장 더울 때 가장 깊은 그늘로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저는 예술, 문화가 그 그늘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성공을 하려면 500킬로미터, 아니 1천 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도 자신이 보고자 하는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묵상을 통해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제게 원은 ‘원리’이자 ‘원칙’입니다. 저는 원칙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나는 만유인력의 법칙은 물론 세상에서 가장 하찮고 사소한 일에도 원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칙의 발견과 저이가 미술가가 된 것 사이에 어떤 필연적인 인과의 고리가 있는지는 분명치 않았다. 자리를 옮겨서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지고 나서야 의문이 풀어졌다.

“나는 아내를 ‘내 마음의 보석상자’라 부릅니다. 내 마누라는 나의 정신적 스승이자 동반이지요. 늑대의 시장논리를 이야기하면 아내는 늘 왜 당신 위주로만 생각하느냐 경고하곤 했는데, 이제 그림을 하면서 점점 아내 쪽으로 갑니다. 행복이 무어냐고요? 하루하루를 정직하게 사는 게 행복이지요. 정직하면 불안하지 않아요. 당장의 힘든 일은 나중에 편안함을 가져다주지만 당장의 즐거움은 나중에 고통을 가져오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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