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2007-04-27 



4월은 살짝 죽음의 냄새를 품고 있다. 바야흐로 만물이 생동하는 화창한 봄의 한가운데서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컬하다. 그러나 경험적, 종교적으로 4월은 죽음과 맞닿아 있으며 그리하여 마침내 새로운 생명의 의지를 잉태해 낸다.
 <정인희(
ihnhee@kumoh.ac.kr)| 금오공대 교수>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은 살아 있는 마지막 날들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내고 싶어 한다. 주변 누구에게라도 친절하고, 소원했던 친구에게는 상냥한 안부를 전하며, 가까운 사람들과는 한없이 넉넉한 마음을 나눈다. 그래서 죽음 이후에도 오래토록 지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남는다.
스스로의 죽음을 미리 알고 있었던 예수 그리스도 또한 죽음에 앞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지막 나눔의 자리를 가졌다. 최후의 만찬. 3년의 세월을 동고동락했던 12명의 제자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내가 떠나더라도 나를 기억해주렴.”
교회는 이 날로부터 성삼일(聖三日) 전례를 지낸다. 가톨릭 미사의 꽃인 영성체(領聖體)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을 일컬으며 성체성사라고도 한다. 이 성체성사는 바로 최후의 만찬에 그 기원을 둔다.
예수님이 빵을 들어 축복한 후 ‘나의 몸’이라 하여 나누어 먹고 포도주를 들어 축복한 후 ‘나의 피’라 하여 나누어 마셨던 바로 그날.
평소 주일에는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만 성체와 성혈을 모두 영하고 일반 신자들에게는 면병으로 만든 성체만을 나누어주는 반면(위키백과 사전에 의하면 많은 신자들에게 포도주를 나누어주는 것이 번거로운데다가 땅에 흘릴 것을 우려해서라고 한다), 몇몇 특별한 날에는 일반 신자들도 포도주 형태의 성혈을 영할 수가 있는데 ‘주님만찬미사’라고도 하는 성(聖)목요일 저녁미사도 그 중의 하나이다.



1년에 한번 볼 수 있는 세족례
이 미사 중에는 세족례(洗足禮)도 곁들여지곤 한다. ‘섬김’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기 위해 제자들의 발을 몸소 씻어주셨다는 예수님을 본받아 이날 사제는 대표로 선정된 신도 열 두 사람의 발을 직접 씻는 예식을 행한다. 일 년에 꼭 한 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례다.
성삼일의 두 번째 날인 성금요일은 하루 종일 십자가를 매고 산을 오르고 매를 맞고 마침내 운명(殞命)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날이다. 정오부터 오후 세 시 사이를 운명의 시간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성금요일과 성토요일은 교회력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에 속한다.
성당에는 항상 감실(龕室) 속에 성체를 모셔두지만, 성목요일 전례 이후 부활에 이를 때까지 성당 안에서는 성체를 만날 수가 없다. 성체가 현존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감실의 불은 꺼지고, 십자고상까지 천으로 가린다.
대신 신도들은 수난감실로 옮겨진 성체를 지키고 조배하며 예수님이 받은 고난과 희생과 그 의미에 대해 묵상한다. 단식과 금육이 의무인 날이기도 하다. 교회의 단식은 하루 종일 굶는 것이 아니라,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정상적으로 먹으며 저녁은 양을 반 정도로 줄이는 방식으로 권해진다.
죽은 후 삼 일만에, 즉 만 하루 반의 시간이 지나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는 부활하고 교회는 기쁨으로 물결친다. 교회의 존립이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부활’이라는 위대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부활 자정미사에서는 그 기쁨을 부활 달걀에 담아 나눈다. 무덤의 돌문을 깨고 새 생명을 얻어 나오는 예수님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 달걀이다.
부활절을 이탈리아어로는 ‘빠스쿠아(Pasqua)’라고 하는데, 부활 전날부터 부활절 당일 성당 주변에서만 잠깐 달걀을 볼 수 있는 한국과는 달리 가톨릭이 지배적인 유럽 모든 나라들의 거리 상점들은 부활을 앞두고 한동안 예쁘게 장식한 부활 달걀 장식품들로 넘쳐난다.



최후의 만찬과 유다의 배반
부활이 있기 위해서는 십자가의 죽음이 있어야 했고, 이 십자가 죽음을 현실화시킨 것이 바로 유다의 배반이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제자들 중 한 명, 즉 가리옷 사람 유다가 자신을 배반할 것임을 예언한 자리이기도 하다.
최후의 만찬. 이탈리아어 원제목은 ‘룰티마 체나(l'Ultima cena)’. 종교와 미술의 역사상에는 수많은 ‘울티마 체나(ultima cena)’들이 있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