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들아 나를 따르라

2006-02-06 최경원 디자이너 

비슷한 색감을 가진 색들로 배색된다고 하더라도 명도 차이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은 많이 달라진다. 명도가 디자인의 배색에 있어서 전면적으로 구현될 때는 전체적인 색의 인상에 관여하는 바가 크지만 부분적으로 관여할 때는 조형적 포인트를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명암은 밝고 어두움을 뜻하는 말이다. 명도를 이야기하자면 이 밝음과 어두움의 문제부터 가장 먼저 꺼내지 않으면 안 된다. 밝음과 어두움은 명도의 문제에 있어서 가장 끝자락을 차지하는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색의 조화에 있어서 밝은 쪽 색과 어두운 쪽 색의 느낌은 서로 상반되게 나타난다.
<그림 1>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밝은 색으로 된 디자인은 화사하고 깨끗하고 가벼운 느낌을 준다. 반대로 어두운 색으로 된 디자인은 차분하고 깊이가 있는 느낌을 준다. 이 상반되는 느낌은 명도를 중심으로 배색을 할 때 색상의 성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이런 두 가지의 느낌이 서로 얽히고 설키는 과정에서 색상은 다양한 느낌으로 변주가 된다.

명도에 따른 세 가지 배색관계들
색과 색이 어울리는 데에 있어서 색의 밝기는 대단히 큰 역할을 한다. <그림 2>에서처럼 비슷한 색감을 가진 색들로 배색된다고 하더라도 명도 차이가 많이 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은 많이 달라진다.
명도를 중심으로 배색관계를 살펴보면 명도 차이가 많이나는 것, 명도 차이가 중간 정도로 나는 것, 명도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것, 크게 이 세 가지 종류의 명도관계를 먼저 설정해 볼 수 있겠다.
<그림 3>은 세가지의 명도관계를 순서대로 모아놓은 것이다. 이처럼 각각의 명도 차이에 따라 디자인을 구분해 놓고 보면 명도관계가 실제 배색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림 3-1>은 명도 차이가 비교적 많이 나는 디자인이다. 밝은 색 바탕에 짙은 빨간색이 모자와 허리, 옷의 무늬로 들어가 있다. 이렇게 색상간에 밝기 차이가 많이 나게 되면 디자인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특징이 있다. 좀더 분명하고 강하게 어필하려면 명도 차이가 많이 나는 배색이 유리하다.
<그림 3-2>는 중간 정도의 명도 차이를 보여주는 경우라고 하겠는데, 디자인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명도처리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틱하게 눈에 두드러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약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림 3-3>은 명도 단계가 미세하게 다른 색들을 배색해준 경우다. 이렇게 색의 명도 단계가 비슷하면 뚜렷한 느낌은 주지 않으나 뭔가 오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앞의 두 명도 단계가 비교적 단순한 느낌을 준다면 이런 대비는 좀 복잡하고 특별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신경을 써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림 3-3>의 색을 자세히 보면 위·아래의 색이 서로 대비가 심한 색이다. 명도가 높아 대비감이 떨어져서 그렇지 거의 보색에 가까운 색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비슷한 명도로 처리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비슷하면서도 대비가 되는 아주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그림 4>는 명도가 높으면서도 색과 색의 명도 차이가 많이 나지 않게 배색된 경우다. 이렇게 디자인이 높은 명도를 유지하게 되면 전체적인 느낌은 상당히 가벼워 보이고 확산되어 보인다. 하지만 색과 색이 서로 같으면서도 다르게 처리되면 색이 보일 듯 말 듯하기 때문에 신비롭고 몽환적으로 보이기 쉽다. 마치 등뒤에서 밝은 조명이 비치는 것처럼 신화적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여신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때 유리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5>는 중간 단계의 명도로 배색이 이루어진 경우다. <그림 4>처럼 소녀적이고 가벼운 느낌은 한결 덜해졌지만 신비로운 분위기는 여전하다. 좀더 성숙된 여인의 환상적인 느낌이 충만한 분위기가 표현되었다. 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자 할 때 자주 쓰는 배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6>은 어두운 명도 안에서 미세한 명도 단계를 꾀한 경우다. 일단 색을 어둡게 낮추어주면 분위기가 안으로 침잠하면서도 깊이감이 생기게 된다. 여기에 미세한 명도 차이를 내주면
<그림 4>의 경우와는 상반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아주 성숙해 보이고, 다소 퇴폐적인 느낌도 나면서 깊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마치 담배연기 가득한 지하 카페의 어둠침침한 분위기랄까? 칙칙한 느낌이 날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매력적인 배색이 된다.
이처럼 비슷한 밝기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어떤 밝기에서 그런가에 따라 색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색상도 고유의 인상이나 분위기가 있듯이 명도도 어떤 관계의 것인가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명도의 세계 역시 색의 세계 못지않게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명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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