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재고 옷을 보내자!

2006-02-06  

“북한에서는 옷이 없어서 한 벌을 가지고 부부가 사용하므로, 남편이 입고 외출할 때는 남성복이 되고 아내가 입고 외출할 때는 여성복이 된다고 한다”
몇 년 전 북한 주민 한 명이 휴전선을 넘어왔다. 그를 조사하던 중 조사관들을 놀라게 한 것이 있었는데, 그가 입고 있던 팬티가 남한의 모 의류 브랜드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는 사실이었다.
내용을 알아본즉, 남한에서 선무공작을 위해 공중에서 살포한 내의를 주워 입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군에서는 한때 북한의 민심을 교란할 목적으로 다양한 선무공작을 벌인 적이 있다. 선무공작이란 적의 민심을 교란할 목적으로 벌이는 각종 선전활동을 말한다. 이 선무공작 수단의 하나로 크다란 풍선을 이용해 북한지역에 간단한 생필품을 날려 보내 이를 주운사람들이 사용케 함으로써 남한 생활의 풍족함과 남한의 발전상을 간접 전달하는 효과를 얻어내려 했던 것이다.
북한에 우리의 물품을 전달하는데도 상당히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북한이 남한측에 대놓고 각종 물품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금번 6·15통일축전 회담에서 북한은 우리측에 비료 50만 톤을 요구했다. 이 비료들은 남한에서 보내는 것으로 포장지에 표기하고 있고 이미 북한의 주민들은 남한으로부터 많은 지원물품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유엔의 보고에 따르면 올해도 북한에는 최소 100만 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의 식량부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다소 호전되다가 올해 이상기온 등으로 파종시기를 놓쳐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부족은 우리에게도 엄청난 위협이다.
‘우리민족 서로돕기’라는 적십자정신의 차원을 넘어 북한으로서는 생존의 문제이므로 무슨일이든 할 수밖에 없는 절실한 상황이 결코 우리에게 좋을 리가 없는 것이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북한의 핵 문제는 그 좋은 예다. 아버지 김일성의 유언인 ‘비핵화’를 어기면서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무장에 매달리는 이유는 달리 그들이 생존을 보장받을 수단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만난 중국 교포들은 품질이 나쁜 옷 이야기가 나오면 농담으로 ‘북한으로 보내자’는 말을 자주 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북한에 의복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옷이 없어서 남성복과 여성복을 구분할 계제가 아니며, 한 벌을 가지고 부부가 사용하므로 남편이 외출할 때는 남성복이 되고 아내가 외출할 때는 여성복이 된다고 했다.
북한의 나쁜 의복 사정은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이기기에 너무나도 어렵다고 한다. 껴입을 옷이 없어 홑겹으로 겨울을 나는 주민들도 적지 않고 어린이들의 의복 사정은 더욱 나쁘다고 한다. 게다가 이불이 없어 한겨울에도 흥부네 가족처럼 이불 한 장으로 모든 가족이 잠을 자는데, 부족한 연료로 인한 무방비의 방한대책은 그들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중국 교포의 한 에피소드가 가슴을 저미게 했다. 북한에서 차를 몰고 가던 중 북한군 장교가 길을 막고 서 차를 세웠다. 자신의 아내를 이웃 도시까지 태워달라는 부탁이었다. 그의 아내를 태우고 가던 중 심심하여 ‘노래를 부르라’고 하자 그녀는 쉼 없이 노래를 불렀고 짓궂은 남자들이 그녀를 만지고 희롱해도 가만히 받아주었다. 먼 길을 걸어 갈수 없는 사정이어서 장교 부인의 체면을 던져버리고 차를 얻어 타고 가는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다.
지금 우리 패션 의류 기업들의 창고에는 몇 년씩 된 애물단지 옷들이 적지 않게 쌓여 있다. 버릴 수도 판매할 수도 없는 이 옷들을 모아 북한에 보낸다면 그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북한군 대위의 월급을 우리 돈으로 환산해 본 결과 1천850원 정도라는 계산을 내놓은 적이 있다. 북한 주민이 우러러보는 중간급 장교인 대위의 월급이 1.8달러에 불과하다면 서민들의 생활상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는 북한의 1인당 국민총생산액이 약 970달러로 중국의 1천150달러와 큰 차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자료를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 중국의 하위급 노동자의 임금은 400∼600위안, 우리 돈으로 5만∼8만원 정도로 북한군 대위의 30∼40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된 북한의 임금 수준은 3∼5달러 내외다. 이같이 저렴한 임금 수준으로 최근 우리 의류업계의 북한생산이 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생산을 위해서는 중국을 우회해야 하고 북한 출입이 제한되는 등
어려움이 많다. 북한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도, 남한 의류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정부당국은 북한에 대한 직접생산의 길을 하루속히 터야 한다.

커버
검색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