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감성으로 콧대를 높여라!”

2006-02-06 김정명 기자 kjm@fi.co.kr

‘로우로우’ 플래그십스토어 홍대점

◇ 인터뷰 - 박순진 「엘록」 디자인실장

“우리 디자이너잖아. 한번 콧대 높여서 일해 보는 거야, 어때?”
「엘록」에 합류한 지 3개월. 요새 박순진 실장이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던지는 주문이다. 디자이너답게 콧대 높여 일해 보자고.
신규 런칭보다 더 어렵다는 리뉴얼 브랜드의 디자인실장인지라 개인 생활을 포기한 지도 오래고, 편히 쉬어본 게 언제인지도 모를 텐데 그의 말에 생기가 넘친다. 표정은 확신에 차 있다. 몸짓 하나하나에 힘이 있다. 뭐랄까, 무언가 제대로 본 사람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많이 망설였어요. 모든 걸 쏟았던 브랜드가 중단되는 아픔을 겪은 지 1년이 채 안 돼서 또 다른 브랜드를 맡는다는 게 힘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대로 무너지고 싶지 않았어요. 「엘록」은 비록 제 손으로 런칭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새롭게 빚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은근히 매력으로 다가오더군요.”
얼마 전 리뉴얼한 모습을 선보이는 쇼가 끝나고 참석한 사람들은 새로운 「엘록」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짧은 기간 동안 이전의 약점들을 털어내고 탄탄하게 틀이 짜여진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는 게 참관객들의 평이다. 디테일도 강해졌고, 여성라인도 안정감을 찾았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엘록」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테일러링 캐주얼’입니다. 잘 갖춰 입은 캐주얼이지요. 맞지 않는 단어 조합이지만 여기에 「엘록」의 모든 것이 녹아 있어요. 캐주얼은 입기 쉽도록 만들어야 하지요. 그런데 편하고 쉽게 만드는 데 치중하다 보니 브랜드만의 색깔이나 감도는 온데간데 없어졌어요. 캐주얼이면서도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엘록」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옷은 비싸도 팔린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입을 수 없다. 좋은 옷 비싸게 파는 것도 좋지만 좋은 옷을 저렴하게 팔고 싶다는 게 그와 「엘록」의 생각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엘록」을 입고 기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고급스럽게 시작해서 고급스럽게 마무리할 겁니다. 상품도, 매장도, 마케팅도요. 고급스러우면서도 젊은 감각을 표현하는 것이지요. 「엘록」의 타겟인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사람들의 패션에 대한 욕구를 제대로 풀어주는 브랜드가 없었지요. 이들의 갈급함을 풀어줄 겁니다.”
몇몇 브랜드가 이 시장에 노크했지만 아직까지 자리잡은 브랜드가 없다. 그만큼 어려운 시장이라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박 실장은 「엘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목표요? 「엘록」으로 캐주얼 역사에 획을 긋고 싶어요. 쉽고 격이 떨어지는 것처럼 인식되던 캐주얼로도 격을 높일 수 있고, 감도를 내면서도 대중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지요. 그런 면에서 지엔코이기 때문에 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영진 또한 지금까지의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브랜드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계시니까요. 「엘록」의 미래가 밝은 이유 중 하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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