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 모두 ‘하하’
2007-02-12황상윤 기자 hsy@fashioninsight.com

어음을 할인하러 은행을 쫓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어음 할인 대가로 얼마짜리 적금을 들어주느냐를 놓고 은행직원과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된다면... 품질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멋진제품을 한버 만들어 볼텐데... 꿈과 같은 일이 가능해졌다.

부산 구서동에서 영진텍스모아라는 원단업체를 경영하는 임인규 사장은 요즘 사업이 재미있어졌다. 그의 주거래업체인 세정이 지난 8월부터 어음을 주지않고 현금으로 결제를 하기 에 신경 쓸일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어음을 할인하러 은행을 쫓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어음 할인 대가로 얼마짜리 적금을 들어주느냐를 놓고 은행직원과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영진텍스모아도 세정에 납품하는 원단을 짜는 업체의 임직료와 실값을 이제 현금으로 결제한다.
지오다노에 연간 100억원어치 이상의 바지를 납품하는 세영아이엔씨(대표 류왕수)에는 경리사원이 1명밖에 없다. 거래하는 업체가 지오다노 1개업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일이 청구하고 결제일을 확인하고 독촉하는 일없이 한달에 2번씩 결제대금이 통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봉제업체를 비롯한 협력업체들의 결제대금도 통장에 넣어놓으면 은행이 알아서 지급해주니 경리직원이 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 협력업체들도 자금사정이 안정되어 품질개선과 생산성 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영진텍스모아와 세영아이엔씨의 결제가 요즘 말로 빵빵하게 된 것은 바로 ‘기업구매자금 대출’ 때문. 구매자금대출은 어음제도의 폐해를 막기위해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제도. 지난 5월 14억원 대출에 불과했던 구매자금 대출 서비스는 6, 7월 이후 큰 폭으로 늘어 10월에는 월 대출금이 6천70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연말까지 대출금이 3조원이 넘을 정도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현금 흐름이 좋아지고 연쇄부도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 게다가 한국은행이 대출금의 절반을 저리로 융자해주고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주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홍보 부족 탓인지 은행문턱이 높을 것이라 지레 겁을 먹을 탓인지 섬유·패션기업들의 ‘기업구매자금대출’ 이용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 제도를 의류업체에 원단을 납품하는 것을 가정해 알아 보자. 컨버터가 의류업체에 원단을 납품 하면, 의류업체는 컨버터에게 직접 어음이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종전의 방식.
그런데 ‘기업구매자금대출’은 종전의 결제방식과 달리 원단업체는 의류업체가 아닌 은행에서 납품대금을 받는다. 물론 원단업체가 은행에서 돈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의류업체가 은행에 구매자금 대출을 신청해 놓아야하고, 의류업체는 대출만기까지 은행에 대출금을 갚아야한다.
다시말해 은행이 의류업체의 신용이나 부동산 등을 담보로 원단업체에게 물품대금을 대신 결제해주는 제도다.
원단업체 입장에서는 현금을 받아 자금흐름이 좋아지고, 어음이 떨어질때까지 행여나 의류업체가 부도가 나지 않을까 가슴조이지 않아도 된다.
의류업체의 입장에서도 현금결제로 우수한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입 원가 절감 및 인력절감 효과 등을 얻을 수 있다.
은행에 갚는 구매대금대출금 상환 스케줄(최대 6개월)을 조정하면 어음 발행으로 얻는 결제 유예효과는 그대로 가질 수 있다.
특히 대출 금리가 6∼7%선에 불과하고, 어음을 쓰지 않고 구매대금대출금을 이용한 만큼 법인세 감면도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 기업금융부 강영모 과장은 “담보 또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이 필요하지만 제도 시행초기고 정부의 어음제도 대체 의지에 따라 다른 대출에 비해 비교적 대출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고 밝히며 “어음대체 효과 외에도 자금이나 판매관리 인원 절감 효과 및 업무 전산화 효과를 보고 이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혔다.
세정 경리부 김명수 차장은 “현금으로 물품대금을 지급함에 따라 업체들의 품질수준이 향상되고 납기준수 수준도 좋아졌다. 우수 납품업체들이 몰려오고 있다. 대출금 상환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어 현금흐름도 어음으로 결제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행초기여서 업무가 다소 복잡해진감은 있지만 인터넷 결제가 곧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이것도 해소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시행 3개월을 평가했다.
구매자와 납품업자 모두가 승리하는 제도가 구매자금대출일까? 새로운시대가 상생을 원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지 못하는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갑’과 ‘을’이 함께 환하게 웃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