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남 삼 국 지

2007-02-08 권 민 기자  km@fashioninsight.com

종로상륙작전

최근 총성 없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남부전선과 북부전선을 취재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유니섹스 캐주얼 전쟁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종군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비즈니스는 전쟁이다’라는 관점에서 자본주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보았을 때 현재 유니섹스 캐주얼은 적자생존이라는 치열한 전쟁중임이 틀림없다.
아셈 격전지에서는 후아유와 지오다노, 명동전선에서는 지오다노와 후아유, 종로 전선에서는 후아유와 아이겐포스트 그리고 강남에서는 지오다노와 아이겐포스트가 대치중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점점 전투력이 향상되고 있는 아이겐포스트의 종로 상륙작전이다. 아이겐포스트는 그 동안 지방에서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서울에서의 1차 상륙지였던 강남지역에 깃발을 먼저 꽂았다. 그러나 지오다노의 강력한 저항 방벽을 뚫지 못해 큰 성과는 보지 못했다. 그 후 아이겐포스트는 지오다노의 영향권 안에서 소강상태로 봉착됐다. 그러나 아이겐포스트는 이번 종로상륙에서 강남의 전투 경험을 살려 후아유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과감히 밀어 붙이고 있다. 지금까지 아이겐포스트의 브랜드 파워는 정확히 평가될 수가 없었다. 정확한 평가가 될만한 ‘평가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종로 전투를 통해 아이겐포스트의 진정한 브랜드 파워를 나타낼 수 있는 객관적 점수가 나오게 될 것이다.
현재 강남 전선에서는 지오다노가 탄탄한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아이겐포스트도 진지를 계속 구축하면서 공격과 동시에 방어 태세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강남 전선은 한국 캐주얼 마케팅의 결산이라고 불러도 될만큼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가 될 것이며, 성공과 실패사례로서 계속해서 인용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곳에 후아유가 조만간 상륙작전을 감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동안 1:1로 맞붙어 브랜드 파워를 분간할 수 없었던 3개 브랜드가 ‘강남 전투 지역’에서 한꺼번에 격돌, 누가 ‘보스’인지를 가리게 될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번 전투를 통해 소비자의 머리 속에서 누가 1, 2, 3등인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곧 소문이 만들어지고 선호도와 선입견이 생겨서 상품 구매의 치명적인 변화요인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모든 언론들 박빙의 승부라는 제목 하에 승자를 찾아 스타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전쟁터(지방 상권)에서는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물론 힘의 균형이 깨져 캐주얼 시장이 완전히 평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3등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 자신의 대형 매장이 1등과 2등에게 강제 신탁을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제3의 시나리오

엉뚱하게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다. 만약 3개의 브랜드가 모두 잘한다면 소비자는 우리나라 브랜드를 이들 3개로 정해버리고 나머지 브랜드를 구매의 기준에서 시장 브랜드로 인식하게 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서 중소 브랜드들은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의류 브랜드로 격하되는 와해성 포지셔닝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코피티션 시나리오’다. 배리 J 네일버프와 아담 M 브란덴버거가 쓴 <코피티션>에서는 비즈니스의 모든 참가자들이 경쟁이 아니라 Win-Win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가설을 펼치고 있다. 물론 이 가설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거의 희박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이 가설이 현실로 일어난다면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
시쳇말로 ‘판돈 불리기’라고 부르거나, 마케팅 용어로는 ‘시장 파이 키우기’라고 부르는 말 그대로 시장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한다면 ‘명동’이 강남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단 게임이론을 적용시킨 코피티션에 의해 시나리오를 풀어보자.
·1단계 : 게임의 거물급 참가자들
강남 3국지에 참여한 거물들은 일단 총알면에 있어서 국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째째하게 한두 푼 벌려는 게임이 아닌 러시안 룰렛(총알을 하나 집어 넣고 돌린 다음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자살 게임)이다. 깔린 판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여름부터 시작될 물량전쟁과 피의 전투(가격인하)로 인해 강남 파이가 기하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
· 2단계 : 수도의 천도
강북은 롯데 백화점과 명동이 거대한 패션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곳은 단지 패션 타운일 뿐 ‘문화’는 빈약하다. 하지만 강남의 경우에는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조건들이 있다. 극장, 카페, 대형매장이 패션리드 계층인 20대를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 상권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만약 3개의 대형매장을 따라서 최소 10개 정도의 매장들이 중·대형급으로 오픈한다면 패션 상권의 이동도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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