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고 또 베끼고…
2007-01-18엄수민 기자 thumbs@fashioninsight.com
「타임」 「율미아스텝」 디자인 카피 공방 치열

“아무노력 없이 그대로 베껴서 남의 매장 코앞에서 판매하다니…. 판매중지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매장 앞 행사장에서 카피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영업 방해행위다”
“영업방해라니…. 작년부터 판매해온 상품을 다시 내 놓는 과정에서 올 트렌드에 맞춰 디테일을 수정해 여름 간절기 상품으로 내 놓았을 뿐이다. 그리고 시즌이 지나 행사상품으로 내 놓았는데, 이것을 두고 영업방해라니…”
디자인 카피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라 업체간의 공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섬(대표 정재봉)의 「타임」과 크지인터내셔널(대표 황태섭)의 「율미아스텝」이 올 S/S에 출시된 원피스(라운드 네크라인, 반팔 소매, 허리선 절개, 하단 주름,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디자인 카피 문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지난 17일, 한섬이 ‘브랜드 카피, 도를 넘어 영업 방해로까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내면서 지난 3월 일단락 됐던 두 회사간의 공방전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타임」은 지난 3월 자사에서 3개월 전부터 판매해온 원피스를 「율미아스텝」이 카피해 매장에서 판매한데 이어 이 달 초 현대백화점 신촌점 「타임」매장 앞, 행사장에서 「율미아스텝」이 자사 상품을 카피한 상품을 할인 가격에 판매한 것은 카피의 도를 넘어 영업방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크지인터내셔널은 “한섬이 카피 상품이라 주장하는 옷은 지난해 판매한 상품 중 반응이 좋았던 원피스를 올 트렌드에 맞춰 디테일을 수정해 여름 간절기 상품으로 출시한 것이며 판매시즌이 지나 이 달 초 행사 상품으로 판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지난해 개발해 판매한 원피스 사진 및 생산지시서, 기획과정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시하며 “「타임」이 패션업계에서 정상을 달리는 유명 브랜드라 할지라도 제품 개발 및 브랜드 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의 명예를 이런 식으로 실추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두 회사의 공방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타임」의 입장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타임」역시 해외 유명 브랜드의 상품을 카피해 팔지 않냐며 「율미아스텝」이 설령 「타임」것을 카피했다고 해도 그렇게 큰소리 칠 입장은 아니다”라는 분위기다.
여성 캐릭터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타임」상품뿐만 아니라 A브랜드 상품을 B브랜드가, C브랜드 상품을 D브랜드가 카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어떤 디자인을 누가 먼저 내 놓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누가 누구 것을 카피했다고 정확히 증명하기는 힘들다. 해외 컬렉션, 명품 브랜드 상품을 보고 될 만한 상품을 남들보다 잘 골라내고, 발빠르게 내 놓는 한섬의 능력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 상품을 두고 자기들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업계의 반응에 대해 「타임」 디자인실 이영진 팀장은 “「타임」도 명품의 디자인을 참조하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갈고 다듬어 타임스럽게 새롭게 만져서 내 놓는다. 문제는 같은 층에서 영업하는 내셔널브랜드가 또 다른 브랜드의 상품을 거의 100% 똑같이 카피한 상품을 버젓이 내 놓고 파는 것. 카피를 하더라도 컬러, 소재, 스타일을 변형하지도 않고 소매길이, 절개위치, 주름 간격 등을 거의 100% 카피하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한 바이어는 “디자인은 한 사람의 머리에서 독창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해외 컬렉션, 컨벤션, 트렌드 등의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한 사람이 지적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디자인 카피는 상품 기획자들의 도덕성 문제”라고 말했다. 또 한 디자인 이사는 “카피는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매출을 최고의 브랜드 평가 기준으로 삼는 현재의 구조상 인기 상품을 베껴서라도 매출을 올려야하는 브랜드들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 패션시장에서의 디자인 카피는 ‘정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기 스타일이라 할지라도 소재, 컬러, 디테일 등 상품 분위기를 브랜드 나름대로 다시 풀어내는 것이 상도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