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 이라크 전쟁 - 패션계에 악영향
2007-01-15예정현 기자 michel@fashioninsight.com

지난해 발발한 9.11 테러 이후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미국 패션업계가 이라크전 발발을 목전에 두고 우울증에 빠져있다.
테러 발발 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와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극심한 매출 하락에 시달리던 패션계는 간신히 회복되고 있는 소비 열기가 또다시 얼어붙는 조짐을 보이자 생존에 대한 위기마져 느끼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 경제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고 소비자들 역시 ‘소비=경기활성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전쟁이 벌어질 경우, 급격한 매출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제조/유통 업체 모두 파장 우려
이라크 전이 몰고 올 파장은 비단 미국 어패럴 업계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유기적인 연관 관계를 갖고 있는 유럽의 럭셔리 업계 역시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인수작업과 매출 부진의 후유증이 치료되지 않은 상황에 또 다른 결정타를 맞게 되어 심각한 자본 압박과 경영 부진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같은 두려움은 경제가 어려울 경우 현저히 소비를 줄이는 일반 소비자들을 주고객으로 하고 있는 매스마켓 브랜드의 역시 마찬가지. 더구나 1991년 걸프전 당시만 해도 많은 업체들이 그전에 매출 상승기를 겪었기 때문에 불황에 대처할 자본과 마음의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9.11테러의 여파로 지속적인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소비가 얼어붙을 경우 자본압박에 시달리는 업체들의 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쿠웨이트 유통가는 잔치집 분위기
미국과 유럽의 패션가가 우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중동 지역, 특히 이라크와 애증의 관계인 쿠웨이트에 입지한 럭셔리 매장들은 이라크 전을 매출 증진의 기회로 보고 있다. 쿠웨이트에 오픈한 럭셔리 메가스토어 빌라모다(Villa Moda)는 유럽과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 단속에 나서더라도 쿠웨이트 상류층의 소비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럭셔리 업체가 중동 지역에 반입 물량을 늘려 유럽과 미국 지역의 매출 부진을 상쇄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사담후세인 정권에 넌더리를 내고 있는 쿠웨이트는 아예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지리적으로 볼 때 이라크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쿠웨이트에도 여파가 미칠 수 밖에 없지만 내부적으로 사담후세인 제거 계획까지 세워온 쿠웨이트로서는 ‘전쟁은 미국이, 잔치는 쿠웨이트가’ 벌일 수 있는 기회를 밀어낼 이유가 없는 것. 이를 반영하듯 빌라모다(Villa Moda)는 최근 「펜디」 상표의 의류와 신발, 모피코트 등을 대량 추가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쿠웨이트 상류층의 소비력을 입증했다.
쿠웨이트는 사담후세인이 제거되면 중동의 경제가 제2의 부흥기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라크를 재건하는데 쿠웨이트의 식량/의료서비스/인프라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쿠웨이트와 이라크의 경제적 동반 관계가 강화된다는 것. 실제로 사담후세인은 1980년 초반부터 럭셔리 브랜드들의 수트와 셔츠, 타이를 사는데 엄청난 돈을 소비해 왔고 이라크 상류층 역시 럭셔리 브랜드 사랑에 빠져있는 터라 후세인이 물러가고 이라크가 재건되면 이라크는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빌라모다는 사담후세인이 몰락할 경우 아예 바그다드에 또 다른 빌라모다 매장을 오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 - 소비자들에 대한 기대감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 쿠웨이트 유통가와 달리 럭셔리 업체들은 근심에 쌓여있다. 9.11 테러이후 여행객 감소/매출 부진의 이중고를 겪어온 럭셔리 업계는 이라크전이 발발할 경우 그나마 지탱해 온 소비자들도 지갑 단속에 나서고 관광객도 다시 발길을 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9.11 테러 이후 패션계가 어려움을 겪을 만큼 겪었고 미국 소비자들 역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소비가 중요하다고 깨닫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파장이 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랜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불가리(Bulgari)」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금보다 더 나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라크 전이 벌어지더라도 급격한 매출 감소는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고, LVMH 역시 관광객에 의존하는 면세점(DFS) 사업은 위축되겠지만 전체 사업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9.11 테러를 겪으면서 관광객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개편, 지역 시장 개발을 통한 안정적인 매출 구축에 힘써 왔기 때문에 미국 고객이 줄더라도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매출로 극심한 매출 부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통업체들 역시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9.11 테러 이후 주머니 단속에 나섰던 소비자들이 경기 부흥을 위해 소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에 미-이라크 전이 발발하더라도 급격한 소비 감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