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블랙파워
2006-12-27예정현 michel@fashioninsight.com
힙합·흑인 연예인 주가와 동반 상승 … 백인 지지 기반으로 파워 구축

패션계의 블랙파워가 심상치 않다. 여기서 말하는 블랙 파워는 변치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패션계의 스테디셀러 컬러, 블랙(black)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백인과 반대되는 흑인(African American)을 의미한다. 즉 오랫동안 패션계의 외곽, 주류 패션의 주요 소비층에서 외면 받아 온 흑인들의 패션이 이제 어패럴 업계를 주도하는 메인 파워로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업계를 장악해온 백인(유럽의 오뜨꾸띄르 패션과 미국의 상업 패션계)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거리를 걷는 흑인들의 스트릿 패션을 디자인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오랫동안 특권 의식을 누려왔던 어패럴 브랜드들이 흑인 브랜드(흑인이 디자인을 지휘한 어번 스트릿웨어/하이엔드 브랜드)의 급부상에 위기 의식을 느끼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패션계의 중요한 세력으로 등장한 블랙 파워의 근간은 어디일까?

매스컴 파워
블랙 파워를 주류 패션에 당당히 편입시킨 가장 큰 주역은 매스컴이다. TV와 영화, 라디오 등 각종 방송매체에 등장한 매력적인 흑인 배우와 가수, 스포츠 선수들의 옷차림은 화려한 조명과 무대장치 속에서 독특한 매력을 발휘하며 시선을 끌었고, 백인 연예인들이 그러하듯 뛰어난 신체조건과 외모를 갖춘 그들은 흑인 특유의 패션 감각과 분방함을 표출하는 데 최적의 역할(role) 모델 역할을 해냈다. 그동안 패션의 중심부에 다가가지 못했던 흑인들은 P. 대디, 얼라이야, 비욘세, 릴킴, 레지나홀, 윌 스미스, 러셀시몬즈 등 연예계와 패션계의 조명을 동시에 받고 있는 흑인 연예인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들의 신체적 조건과 패션 감각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고 「토미힐피거(Tommy Hilfiger)」,「랄프로렌(Ralph Lauren)」 으로 대변되는 프레피푹, 클래식한 아이비리그 스타일과 차별되는 자유롭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당당하게 드러내게 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스포츠업계는 물론 각종 방송매체에서 흑인 연예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그들이 높은 인기와 수익을 올리는 추세와 맞물린 것으로서 패션이 대중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이끄는 층-매스컴에 등장하는 연예인 및 스포츠 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어패럴업계의 기본 공식을 확인해 준다. 결국 패션계에 자리잡은 블랙 파워는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소비자들의 시선에 노출되는 흑인 연예인들의 옷차림, 그들을 통해 자부심을 확인하고 동질감을 표출하는 흑인들의 심상, 화려한 외모와 높은 수입을 올리는 연예인들에 대한 동경을 갖는 일반 소비자들의 심정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 내는 새로운 욕망의 표출인 셈이다.
힙합 파워-피부색을 초월한 패션 트렌드
과거의 흑인 연예인들은 백인들의 옷차림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흑인 특유의 에스닉한 면을 과장하는 모습으로 방송 매체에 등장했지만 최근의 흑인 패션은 기존의 백인 브랜드들과 전적으로 차별되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흑인 특유의 패션으로 이제 백인들을 널리 아우른 막강한 주류 스타일로 자리잡은 힙합 웨어가 그 주인공.
과장되게 넓은 바지통과 짧은 밑위, 오버사이즈 저지 티셔츠와 길게 늘어지는 벨트, 후드 셔츠와 재킷, 반다나, 금목걸이 혹은 금장 체인, 운동화로 대변되는 힙합 패션은 P. 대디, 제이즈, 50센트 등 흑인 래퍼들의 필수적인 스타일로 등장해 음악 장르로 시작된 힙합을 ‘힙합 스타일’이라는 패션 영역에 진입시켰고 기존의 제도권 브랜드와 차별되는 반항적인 스타일과 컬러, 액세서리의 결합은 10대-20대 젊은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저항적인 흑인의 심상을 드러낸 스타일이 피부색을 초월한 젊은이들의 트렌드로 대변신을 이뤄낸 것.
백인 주도적인 사회에 대한 반발과 저항에서 시작된 힙합 음악이 백인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백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일면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흑인들은 힙합을 백인우월적인 사회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또 백인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체제에 대한 저항 문화로 해석하면서 힙합은 ‘저항과 자유’라는 인종을 넘는 공통적인 근간을 구축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흑인들의 스타일로 각인될 수도 있었던 힙합 스타일이 주류 패션의 강력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데는 백인 지지자들(힙합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블랙 파워= ‘백인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블랙 파워’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말은 블랙 파워는 백인의 허용을 얻었을 때 주류에 편입될 수 있다는 시니컬한 해석을 가능케 하지만 동시에 힙합 스타일이 인종과 종교, 성별을 뛰어넘는 ‘포섭력과 적응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만큼 힙합 스타일은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할 수 있는 패션의 기본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는 의미.
실제로 러셀시몬즈의 「팻팜(Phat Fa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