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와 개성공단의 운명
2006-10-19김태수 편집위원 
북핵, 개성공단

북한의 ‘핵실험 성공’ 발표 이후 연일 국제 사회는 대북제재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중에도 미국이나 일본 등 이른바 서방국들은 매우 강경한 자세이며 동원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제재방법을 사용하려 하고 있다.

아마도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표면상 강경자세이나 실제로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러시아는 이번 사태를 오히려 즐기는 듯 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자국에 별로 위협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국제 영향력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어떨까? 아이러니컬하게도 북한 핵의 피해 당사자임에도 매우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이 만약 핵을 무기로 사용한다면 그 대상은 당연히 우리가 될 것이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북한핵의 사용처가 미국이거나 일본, 혹은 중국 등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정부는 일시 ‘충격적 사태’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이후에는 ‘경제적 파장’을 이유로 슬며시 반응수위를 낮추고 있다. 정부와 친정부 언론은 ‘핵 충격은 없다’거나 ‘침착한 대응’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분명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할 사건임에도 북한과의 관계에서 별다른 변화 없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도 계속하고 있다. 다만 미국 등 우방의 대북제재 압력에 못 이겨 대북지원을 일부 취소하고 동시에 유엔과 미국 등이 추진하는 대북제재에 선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태도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국익면에서, 또 외교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평가는 미룬다고 하더라도 이번 북한의 핵실험이 당장 의류패션 산업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의류패션 제품의 북한 생산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 패션의류 제품의 북한 생산은 대략 두 가지 경로는 통해 이뤄진다.

첫째는 중국 단동을 통해 북한 내륙에서 생산해 역시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로이다. 이 경로는 생산비가 중국에 비해 크게 저렴하고 제품 퀄리티도 좋은데다 국내 유통시 국내산으로 표기할 수 있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사실상 정부나 우리기업의 생산과정에 대한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여서 그 동안 ‘아슬아슬한 곡예생산’을 해왔다.

둘째는 최근 활기를 띄기 시작한 개성공단 개발과 관련해 북한 당국과 우리 정부 사이의 공식적인 사업이다. 개성공단의 의류패션 제품 생산은 목하 진행중인 한미FTA 협상에서도 원산지 표시문제로 논의의 대상이 될 정도로 중요한 사업이며 최근 개성공단 사업참여 문제로 많은 패션사업가들이 개성공단을 다녀왔다. 또 S모기업 등 선발개성공단 참여업체의 성공담이 알려지면서 개성공단 참여 의향자가 크게 늘었다.

이 두 경로의 북한 생산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의 여파로 진행된 것이나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어떠한 지침이나 대응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의 북핵 사태로 우리가 예견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남북전시 상황으로 발전해 개성공단이나 북한생산차 입북한 우리측 사람들이 인질로 잡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지않다고 하더라도 생산제품의 억류, 인원의 통행제한으로 생산차질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토록 위험천만한 사업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 이 대명천지에 북한이 설마 우리에게 무슨 위해를 가할까 하는 감상적인 생각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도 북한에 납북된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북한 생산이나 개성공단 참여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이 목숨을 걸 정도로 이익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가 향후 안심하고 대북사업을 진행할 만큼 호전되려면 언제쯤이나 되어야 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김정일 정권이 붕괴하고 북한에 개방적인 정권이 들어서든지, 아니면 북한이 국제사회 여론에 굴복해 적절한 이익을 챙기고 핵을 폐기하든지 하는 상황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이든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경제인들에게 대북경협과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하라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는 기업들에게 어떤 형태로라도 남북경협 지침을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