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테크놀러지의 만남 패브릭의 진화
2006-10-19예정현 기자 

패션과 테크놀러지의 만남 패브릭의 진화
얼핏 모순이 될법한 두 가지 표현? ‘패션은 끝없이 발전한다’와 ‘패션은 돌고 돈다’- 두 수레퀴처럼 공존하는 패션계. 매 시즌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이 진행될 때마다 각종 패션 잡지에 복고풍(Retro), 혁신적인(Innovative), 미래지향적인(Futuristic), 창의적인(Creative), 실험적인(Experimental)이란 표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만 봐도 패션은 ‘발전’과 ‘회귀’ 두 가지 항로 사이에 공존하는 제로 섬 같은 존재인 것은 확실한 듯 하다.

물론 크리에이티비티를 지키기 위해 밤잠을 설치는 디자이너들이 들으면 발끈 할 소리지만 패션은‘발전과 회귀의 터널을 끝없이 오가는 왕복선’이라고 정의할 경우, 현재의 디자이너들은 과거의 디자이너들이 ‘혁신적’으로 이루어놓은 디자인을 그들 식으로 ‘재해석’시키는 발전적 해설자(interpreter)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은 평면적인 평가는 지난 40년간 급속한 테크놀러지 발전으로 새로운 패브릭과 자동화 기법이 도입되고 패션의 대상 즉,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함께 패션도 변화되어 왔다는 사실을 배제했을 경우에나 적용될 수 있다. 사실 패션은 홀로 존재해 온 ‘섬’이 아니라 환경(소비자 & 테크놀러지)과 상호 작용하면서 발전되어온 유기적인 존재로 끝없는 성장과 순환을 이뤄내는 하나의 시스템인 것이다.

테크놀러지 그리고 패브릭의 발전
패션의 발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테크놀러지, 특히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인조(합성) 패브릭의 등장이다. 천연섬유의 틀을 벗어난 패브릭으로 패션계에 영향을 미친 첫 번째 소재는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레이온으로 목재 또는 무명의 부스러기 등을 적당한 화학적 방법으로 처리하여 순수한 섬유소로 이루어진 펄프를 만들고 화학적으로 이를 용해한 다음 다시 섬유상(纖維狀)으로 응고시킨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합성섬유는 페트롤륨(석유)에서 발견된 화학물질을 합성해서 만들어낸 폴리아미드(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폴리에핀스, 폴리우레단(스판덱스/라이크라) 등으로서 1930~1960년대 급속한 발전을 이뤄냈고 천연 소재에 국한되었던 패브릭의 반경을 한껏 늘려놓으며 패브릭의 새 장을 열었다. 이들 인조 섬유는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크리에이티비티를 충족시켜주는 소재로 패션계의 발전 혹은 변화를 촉진시키는 대표적인 요소들이다.

이후 울, 코튼 같은 천연 섬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자연적인 감촉은 살린 합성섬유-폴리코튼, 울/아크릴 혼방 니트 등의 합성 섬유가 등장해 천연 섬유보다 생산 비용은 낮고, 생산속도는 빠르고 세탁 관리법은 한결 간편하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다수의 소비자를 상대로 한 매스프러덕션(Mass Production)과 제품가격이 낮아지면서 소비자들은 더 많은 구매를 자극 받는 활발한 어패럴 환경이 구축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등장한 인조 섬유가 흔해지면서 이에 대한 저항감이 표면화되던 시기에 우아하게 늘어지는 드레이프, 매끈한 감촉을 내세운 비스코스 레이온이 등장, 소비자들을 다시 매혹적인 인조 섬유의 세계로 끌어당겼다는 사실이다. 실용성 외에도 미감이 뛰어난 인조 섬유의 매력이 디자이너들을 사로잡았고 이들이 라이크라와 스판덱스를 비스코스, 아세테이트 등에 혼합해 좀더 편안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섹시한 의상을 만들어내면서 인조 섬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은 기대감으로 대체시킨 것이다.

스포츠웨어 위상 높아져
패션과 테크놀러지의 만남이 패브릭의 영역을 넓히고 디자이너들이 이를 차용하면서 소비자들은 이를 소비하고 익숙해지고, 좀더 새로운 것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디자인 창의성에 굶주린 디자이너들의 바람이 맞물리면서 다시 패브릭 테크놀러지의 발전이 자극되는 순환구조를 이뤄냈다 하겠다.

하지만 여전히 값싼 섬유로 인식되는 한계를 갖던 인조 섬유들은 질적 향상에 노력한 화학자들의 덕분에 1980년대 경 럭셔리한 감성의 인조 패브릭인 마이크로 파이버를 개발, 시장에 호응을 얻었고 지난 20년간은 그야말로 마이크로 파이버의 전성시대라 할만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진짜 모피보다 관리는 훨씬 쉽고 질감은 유사한 페이크퍼(fake fur)의 개발이었다.

하지만 인조 섬유로 인해 극적 발전을 이룬 대표적인 분야는 스포츠웨어라 할 수 있다. 자연스런 신체의 움직임을 허용하고 흡습, 통기 기능을 더한 기능적인 라이크라나 마이크로 파이버, 날씨 변화에 대처능력이 강한 플리스나 심파텍스 등 인조 섬유들은 스포츠웨어의 시장성을 높였고 패션계에서 차지하는 스포츠웨어 업계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 결과 이들 인조 섬유는 패션계 전반으로 확대되어 갔다.

소비자의 심리와 다변화
특정 제품을 한정 생산하는 리미티드에디션 전략은 소비자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