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콘텐츠로 무장한 ‘스트리트 캐주얼’
2017-05-15강경주 기자 kkj@fi.co.kr
언더에서 주류로, 패션 시장 핫 콘텐츠로

아이디어와 열정...창업 가능하게 한 온라인 쇼핑 활성화가 씨앗
대박 아이템으로 싹 틔우고 오프라인, 해외시장 진출





‘스트리트 패션’의 바람이 매섭다. 하위 문화, 이른바 언더그라운드라고 느껴졌던 거리의 패션이 패션 시장의 주류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발렌시아가’ ‘베트멍’ 등은 스트리트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으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으며 올 초 공개된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콜래보는 이러한 흐름에 정점을 찍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이는 소규모 브랜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을 형성, 패션 시장의 주류로 빠르게 성장하는 모양새다.

적은 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에서 성장한 이들은 오프라인과 해외 시장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소박했던 브랜드가 어엿한 패션 기업으로 성장하는 단계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100억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가 나타나고 있고, 주 유통채널인 무신사를 운영하는 그랩(대표 조만호)은 지난해 영업이익 217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유통 기업이 됐다.

젊은층의 문화와 개성있는 디자인을 강점으로 하는 만큼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선보이는 콘셉도 다채롭다. 가격대가 높은 고급 복종으로 평가받는 '컨템포러리'부터 아메카지라 불리는 빈티지·워크웨어·군복 등을 모티브로 한 '아메리칸 캐주얼', 유스 컬처를 담은 강렬한 '그래픽 플레이'까지 다양한 영역에 스트리트 감성을 주입해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했다. 이렇게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은 어느덧 국내 패션 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커버낫'은 라인 세분화에 나서며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커먼그라운드, 데일리그라인드와 함께 개최한 '커버낫X마크곤잘레스' 콜래보 출시 기념 행사



◇ 디자인, 라인 세분화로 다양성 강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은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는 한편 브랜드 안의 브랜드를 출시해 라인 세분화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브랜드의 볼륨화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다양성 강화로 소비자의 지루함을 해소시켜 줄 수 있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스트리트 시장의 대표주자인 배럴즈(대표 윤형석)의 ‘커버낫’은 올해 미국 해군에서 영감을 받은 ‘커버네이비’, 여성 라인 ‘커버낫우먼즈’, 브랜드 첫 콜래보 ‘커버낫X마크곤잘레스’를 연달아 선보이며 라인 세분화에 나섰다. 또 토털 캐주얼 브랜드로 도약을 선언, 속옷부터 양말, 신발 등 다양한 잡화라인으로 상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콜래보의 대명사로 불리는 어바웃블랭크앤코(대표 김기환)의 ‘스테레오바이널즈’는 ‘누누(Nounou)’라는 이름으로 유럽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과의 콜래보 라인을 브랜드화했다. ‘누누’는 의류뿐만 아니라 피규어 등 라이프스타일군으로 확장해 보다 다채로운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테레오바이널즈’는 이달 초 개최된 ‘아트토이컬쳐 2017’에 ‘누누’ 피규어로 참여하기도 했다.

피더블유디(대표 김정민)의 데님 브랜드 ‘피스워커’도 데님의 컬렉션화를 시도한다. ‘크롭진=피스워커’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피스워커’는 블랙진과 셀비지진을 컬렉션으로 풀어내 다양한 디자인과 핏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메리칸 캐주얼을 선보이는 프리즘웍스(대표 안종혁)의 ‘프리즘웍스’는 디자이너 인력을 확충해 다양한 디자인 확보에 나선다. 과거의 복식을 복각하는 아메리칸 캐주얼의 특성 상 다소 단조로울 수 있는 디자인에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제품 제작에 주력할 계획이다.



'스테레오바이널즈'는 장 줄리앙과의 콜래보 브랜드 '누누'를 출시, 의류 뿐만 아니라 아트토이 등 라이프스타일까지 제품군을 늘릴 계획이다. 사진은 '누누' 피규어를 제작 중인 유럽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



◇ 국내가 좁다, 해외로 해외로

그 인기는 비단 국내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해외 시장에서도 꾸준히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어 글로벌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브랜드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미국 바니스 뉴욕 입점으로 유명세를 탄 스튜어트(대표 김현지)의 ‘앤더슨벨’은 이달 영국 유명 백화점인 헤롯 입점이 예정돼 있어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로 바니스 뉴욕의 독점 유통이 만료돼 미주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2억원 규모의 오더도 진행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다.

‘앤더슨벨’이 이처럼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브랜드 특유의 콘셉을 유지하기 때문. 최정희 ‘앤더슨벨’ 총괄 상무는 “‘앤더슨벨’은 해외 유명 브랜드가 선보이는 것처럼 컨템포러리에 스트리트 무드를 더한 보다 날카롭고 쿨한 스트리트 패션을 콘셉으로 한다”며 “두 개의 콘셉을 적절히 섞어낸 것이 바이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예슬 디자이너의 ‘오아이오아이’는 지난해 영국 탑샵에 테스트 입점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이번 봄/여름 시즌 정식 입점을 확정했다. 특히 영국 유명 패션 BJ가 착용하면서 유명세를 탄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탑샵은 이번 정식 입점을 기점으로 ‘오아이오아이’를 글로벌 지사로 확장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꾸준히 수주가 이뤄지고 있어 올해를 해외 진출의 시발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프랑스 유명 편집숍 콜레트에 입점한 ‘스테레오바이널즈’는 콜레트와 단독 팝업을 논의 중에 있고 최근 홍콩 랜크로포드, 하비니콜스 등에도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크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이는 에스피엠컴퍼니(대표 이은혁)의 ‘카네브로스’는 중국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중국 남성복 기업 JDV와의 콜래보에 이어 대표 패션 기업 메터스방웨이, 편집숍 블랙게이트원과도 연달아 협업이 예정돼 있다. 지난 3월 참가한 중국 상하이 CHIC-영블러드에서도 유수의 중국 기업에 러브콜을 받아 올 상반기 안으로 협업 방안이 구체화될 예정이다.



'앤더슨벨'은 컨템포러리와 스트리트를 결합한 특유의 디자인으로 미국 바니스 뉴욕, 영국 헤롯백화점 등 해외 시장을 사로잡고 있다.

'오아이오아이'는 정예슬 디자이너 특유의 키치한 매력으로 영국 탑샵에 정식 입점했다.



◇ 완숙미 무르익는 1세대 스트리트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이른바 1세대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성장기를 넘어 내실 다지기에 돌입했다.

지난해 론칭 10년 차를 맞은 브라운브레스(대표 김우진)의 ‘브라운브레스’는 4인 대표 체제에서 2인 체제로 운영을 간소화했다. 빠른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장착한 것.

유통망도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온라인과 주요 점포 중심으로 새롭게 꾸렸다. 여기에 브랜드의 강점이었던 그래픽 디자인을 강화하고, 가방 브랜드 ‘비엘씨브랜드’는 브랜드 재정립에 착수, 재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또 브랜드의 킬러 콘텐츠인 컬처 프로젝트 ‘프로젝트 B’로 새로운 10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2005년 론칭한 레이어(대표 신찬호)의 ‘라이풀미니멀가먼츠(이하 라이풀)’도 소비자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완숙미를 더하고 있다. ‘라이풀’은 연령층을 높이고 컨템포러리 무드를 강화해 보다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하위 라인으로 시작해 번듯한 브랜드로 성장한 ‘LMC’는 젊은층의 문화를 대변하는 스트리트 브랜드로 새 판을 짜고 있다. ‘라이풀’의 베이직 라인인 ‘칸코’는 특유의 편안한 실루엣과 디자인으로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글로벌 브랜드와의 콜래보도 연달아 선보인다. 특히 지난 4월에는 ‘푸마’와의 콜래보 제품을 하이엔드 편집숍 분더샵 청담점에서 첫 선을 보이며 이슈가 됐다. 분더샵이 국내 브랜드, 특히 소규모 스트리트 브랜드와 함께 한 첫 사례가 되면서 스트리트 패션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10년 차를 넘긴 1세대 스트리트 '브라운브레스'는 디자인 강화, 효율성에 맞춘 경영으로 내실다지기에 돌입한다.

분더샵에서 진행한 첫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받은 '라이풀X푸마' 콜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