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캐주얼, 면세점 판도 바꿨다
2019-07-15서재필 기자 sjp@fi.co.kr
‘MLB’ ‘아크메드라비’ ‘휠라’ ‘널디’ 등 상종가

스트리트 캐주얼 인기 힘입어 면세점 매출 신장


롯데면세점 소공점 10층 전경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이 면세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면세점의 월 매출이 2조원대를 회복했다. 특히 면세점 1위로 꼽히는 롯데면세점 본점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35% 증가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이 중심에는 'MLB' '아크메드라비' '널디' '휠라' '보이런던' 등 국내 패션 브랜드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신세계면세점은 K패션존을 구성한 후 전월대비 30% 매출이 증가했다.




서울 시내면세점을 방문하면 이들 브랜드에 해외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한 두가지 아이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양 손 가득 아이템을 구매한다. 특히 보따리상들은 오픈 시간 전부터 대기하고 있으며 입장하자마자 재고를 '싹쓸이'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는 "올 1분기 시내면세점의 패션 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30% 성장했으며 이는 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의 활약이 크게 작용했다. 이 같은 성과는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한 면세점과 해외 진출을 위한 볼륨 채널이 필요한 브랜드의 서로 다른 니즈가 부합한 결과다. 최근에는 면세점에서 먼저 스트리트 브랜드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MLB' '아크메드라비' '휠라' 롯데서 고공 행진


롯데면세점 본점(소공점)은 지난해 매출 4조원으로 국내 1위를 자랑한다. 올 상반기 성장세는 여전하다. 그리고 그 성장세를 이끄는 주역들은 'MLB' '아크메드라비' '휠라' 등으로, 이들은 해외 고객들 사이에서 스타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한 롯데면세점 소공점 ‘MLB’ 매장


'MLB'는 2016년 롯데면세점 본점 입점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1년만에 국내 13개 면세점에 입점했다. 'MLB'의 올 상반기 면세점 전체 매출은 전년대비 11% 성장한 493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면세점 본점과의 시너지가 좋다. 롯데면세점 본점에서만 시그니처 아이템 볼캡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어글리 슈즈 빅볼청키 중심으로 전년동기대비 70% 신장했다. 'MLB 키즈'의 성장세는 더 눈에 띈다. 'MLB 키즈'는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전년동기대비 380% 신장하며 'MLB' 전체 매출 상승의 한 축을 담당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바이어는 "'MLB'는 독특한 디자인과 화려한 색감으로 중국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면세점 내에서 매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시간과 요일에 상관없이 항상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아크메드라비’ 매장


올해부터는 '아크메드라비'가 롯데면세점 본점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1월 롯데면세점 바이어의 제안으로 입점해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3월 한 달 동안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패션 카테고리에서 'MLB'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아크메드라비'는 올 상반기까지 7개 면세점에서 1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구재모 '아크메드라비' 대표는 "롯데면세점에서 월 30억원 매출을 올린 후 다른 면세점에서 입점 문의가 쇄도했다. 현재 시내면세점 대부분 입점을 확정 지은 상태"라며 "최근 중국 1020세대 사이에서도 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면세점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휠라’ 매장


◇ 시내면세점, 불붙은 스트리트 캐주얼 모시기



롯데면세점에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의 활약 때문에 신세계면세점과 두타면세점도 분주해졌다. 지난 5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개점 3주년을 맞아 스트리트 패션 콘텐츠로 대대적인 MD 개편을 실시해 효과를 봤다.


지난해 '널디'를 시작으로 올해 '아크메드라비' '키르시' 등 핫한 스트리트 캐주얼들을 입점시켰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역시 'MLB'를 선두로 '널디' '아크메드라비' 등이 K패션 카테고리에서 매출 TOP 10에 위치하고 있다. 그 결과 꾸준히 일평균 6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으며, 전년동기대비 48% 영업이익이 상승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4월 '키르시' '앙트레브' '엑셀시오르' 등 신규 K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새로 입점시킨 결과 일평균 매출이 30% 가량 증가했다"라며 "팝업스토어를 통해 가능성을 검증한 '아크메드라비' '널디'도 면세점 인기 카테고리 TOP 10에 꼽힐 정도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두타면세점은 10층과 11층에 스트리트 캐주얼존을 구성해 해외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11층은 '앤더슨벨' '아크메드라비' '스테레오바이널즈' 등을 입점시켜 33㎡(약 10평) 이상 규모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인테리어로 매장을 꾸몄다. 바로 아래 10층에는 'MLB' 'MLB 키즈' '휠라' '키르시' 'LMC' '널디' 등이 입점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키르시'와 'LMC'의 두타면세점 매장을 운영 중인 모던웍스의 김진용 대표는 "두타면세점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해외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입점을 희망하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키르시'의 경우 매달 억 단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타면세점 9층 전경


◇ 면세점 입점=성공? 탄탄한 SCM 뒷받침 필요


면세점은 매일 해외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 브랜드 입장에서 면세점은 볼륨 확장을 위한 최적의 채널로 평가된다. 내수의 한 축을 담당하던 백화점이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 역시 면세점 입점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한 몫 하고 있다.


한 면세점 에이전시 관계자는 "지난 5월 중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로맨틱크라운'이 롯데면세점 부산점에 입점했고, 이달 내 롯데면세점 본점에 입점한다. 올 하반기 'FCMM'이 용산 아이파크 HDC 입점을 확정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신라면세점도 국내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브랜드들의 입점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면세점만큼 국내외 유동인구가 보장되는 채널은 거의 없어, 브랜드들도 수수료 측면에서 부담이 크지만 중국 진출 전에 면세점에 입점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면세점이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나 일부 산업 관계자들은 면세점은 40~50%대의 높은 수수료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과 외교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상황이 오르락내리락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게다가 패션은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 역시 리스크로 꼽힌다.

이에 더욱 강조되는 것이 바로 기획력과 탄탄한 SCM이다. 시즌마다 소비자들이 새롭다고 느끼는 상품을 기획하고, 하루에도 몇 천 건 이상 발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공급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면세점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아크메드라비'는 면세점 입점을 위해 공급 인프라를 확대했다. 구재모 '아크메드라비' 대표는 "면세점은 일반 유통 채널과 달리 거래 물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때문에 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면세점 입점 전부터 생산 및 공급 인프라 확보에 주력했다. 꾸준히 연예인 협찬을 통해 해외 고객들에게 인지도를 쌓은 점 역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로맨틱크라운'은 지난 6월 롯데면세점 부산점에 첫 면세 채널을 확보한 이후 이달 롯데면세점 본점 입점을 바로 확정했다. '로맨틱크라운'은 중국 비즈니스 성과를 바탕으로 면세점에서도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던질 방침이다.


김민성 '로맨틱크라운' 대표는 "해외와 국내 고객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면세점은 최적의 채널"이라며 "중국 시장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전략으로 중국 i.t와 꾸준히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면세점에서도 전용 라인을 따로 기획할 계획이다. 인기 상품 카피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