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시장, 어떻게 흘러왔을까
2019-01-25서재필 기자 sjp@fi.co.kr
오픈마켓부터 ‘스타일난다’ ‘무신사’ 등 스타 브랜드 탄생까지


2000년대 인터넷의 보급으로 패션 시장은 새로운 전환을 맞았다. 오픈마켓과 같은 커머스 플랫폼이 등장하는가 하면 카페24를 통해 자체 온라인몰을 구축한 '스타일난다' '난닝구' 등과 같은 소호쇼핑몰들이 성행하기도 했다. 패션 대기업들도 앞다퉈 온라인에 뛰어들며 온라인 패션 시장의 볼륨을 키웠다. 무한경쟁 시대로 들어선 패션 이커머스 시장의 흐름을 주요 키워드별로 정리해봤다.

◇ '가성비'로 성장한 1세대 온라인 시장


2000년대 전후로 패션 업계에도 온라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전 승승장구를 달리던 백화점들도 온라인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롯데백화점의 1997년 '롯데닷컴'을 시작으로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모두 온라인몰을 오픈했다.


허나 1세대 이커머스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옥션' 'G마켓' '11번가' 등의 오픈마켓이다. 이들은 오프라인 채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이들은 개인 셀러와 소매상들에게도 판매의 장을 열어주는 등 온라인 마켓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시기는 또한 동대문 기반의 소호몰들이 성행하기도 했다. '인터넷 쇼핑몰'로 잘 알려진 이들 역시 오픈마켓과 같이 일반 브랜드 의류보다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대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 소호몰들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바로 쇼핑몰 솔루션기업이다. 가장 대표적인 '카페24'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약 200여만개의 소호몰들의 쇼핑몰 제작을 지원했다.


카페24 관계자는 "2018년 말까지 수 많은 쇼핑몰들이 카페24를 거쳤고 성공한 사례들도 많다. 이들에게 쇼핑몰 제작과 각종 솔루션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매출에서 일정 부분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 구조로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션’을 비롯한 오픈마켓들이 1세대 이커머스 시장을 이끌었다

◇ 2세대 '성공 신화', 시장 新질서로 우뚝


카페24의 지원으로 급성장한 동대문 기반 소호몰들은 2010년대로 접어들며 그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스타일난다' '난닝구' '임블리' '로미스토리' '트위' 등은 스타 브랜드로 떠오른 대표적인 쇼핑몰들이다. 이들은 10~20대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한 디자인과 가성비로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갔다.


2005년 동대문 사입 기반 소호몰 '스타일난다'(대표 김소희)는 2014년 처음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시장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후 2016년 1280억원, 2017년 150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역시 그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성장세는 프랑스 로레알그룹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고, 로레알그룹은 2018년 초 '스타일난다'를 전개하는 난다의 지분 70%를 4000억원 가량에 인수하며 업계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또 다른 1세대 쇼핑몰인 엔라인(대표 이정민)의 '난닝구'는 지난해 131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매일 10~15개 아이템을 선보인 후 반응생산을 한 것은 '난닝구'가 온라인에서 무리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재고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방문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임블리'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1세대로 평가된다. '임블리'를 전개하는 부건에프엔씨(대표 박준성)는 2013년 론칭 후 박준성 대표의 아내 임지현 상무를 모델로 전면에 내세우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오는 27일 열리는 임지현 상무의 팬미팅이 예약 오픈 1분만에 1300석 매진을 기록은 그녀의 인기를 대변한다. 부건에프엔씨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800억원으로 추정된다.


2세대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스타일난다’를 비롯한 동대문 기반 소호몰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 '감성' 스타 브랜드 등장, 다원화된 3세대


온라인 셀렉숍 무신사(대표 조만호)는 온라인 커머스 3세대를 대표하는 플랫폼 중 하나다. 조만호 대표는 온라인 신발편집숍 '플레이어'에 몸을 담다가 2003년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콘셉트의 커뮤니티를 오픈했다.


초기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한정판 굿즈들과 해외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아이템들을 거래할 수 있는 세일즈 커뮤니티는 2018년 거래액 4500억원, 입점 브랜드 3500여개, 400만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대형 온라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무신사는 플랫폼을 통해 1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브랜드가 100여개 이상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이 브랜드들이 매출 200억~300억원으로 외형을 확장할 수만 있다면 온라인 시장의 파이는 더욱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외에도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한 데 모은 온라인 편집숍 'W컨셉', 1세대 온라인 스트리트 캐주얼 셀렉숍 '힙합퍼', 감도 높은 콘텐츠와 큐레이션이 강점인 '29CM' 등이 그 뒤를 잇는 플랫폼들로 평가 받는다.


'무신사' '힙합퍼' 'W컨셉' 등과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의 성장과 함께 떠오른 스타브랜드들의 등장도 온라인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1세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LMC', 라이더 재킷의 대명사 '비바스튜디오', 이제는 매스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커버낫' 등은 이미 시장을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뒤따르는 '디스이즈네버댓' 'OiOi' '앤더슨벨' 등 역시 연간 매출액 100~200억원을 호가하는 스타 브랜드가 되어가는 중이다. 이미 온라인 플랫폼들을 통해 1만장 판매 가능성 검증을 마쳐 자신감도 충분하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이 익숙한 10~20대들과 접점을 찾고 소통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매시즌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가미한 콘텐츠 기획과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거침 없는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인지도를 높이며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더불어, 중국과 일본, 유럽 등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홀세일 비즈니스로 알짜 매출을 창출하기도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스타브랜드들의 등장으로 플랫폼들의 영향력이 다소 축소되고 브랜드와 콘텐츠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비치고 있다. 이미 경쟁이 과열된 온라인 플랫폼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선점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도메스틱 브랜드 대표는 "지금처럼 이커머스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그 플랫폼이 어떠한 콘텐츠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플랫폼의 퀄리티가 결정된다"라며 "콘텐츠들이 힘을 갖는 시대에서는 브랜드만의 확실한 아이덴티티가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3세대를 대표하는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

‘디스이즈네버댓’ 등 ‘무신사’의 성장과 함께 여러 스타 브랜드들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