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무늬만 온라인’ 탈피할까?
2018-07-01강경주 기자 kkj@fi.co.kr
더한섬닷컴 더블 신장·LF몰 3000억…성과 두드러져

패션 대기업이 온라인을 제대로 겨냥하고 있다. 수년 간의 시행착오를 극복, 한섬, LF 등 온라인 비즈니스의 명확한 청사진을 세운 대기업들은 ‘무늬만 온라인’을 탈피하고 있다.

그간 패션 기업들은 수십억원을 투자해 너도나도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공 사례를 만들지 못했다. 단순히 자사몰을 오픈하고 상품을 업로드해 판매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고 여전히 오프라인에 치중한 사업 구조와 조직은 모객을 위한 마케팅, 판매 적정 재고 보유를 어렵게 했다.

한 패션기업 관계자는 “최근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 자사몰을 오픈하고 리뉴얼하는 등 많은 투자가 있었지만 하드웨어에 치중하는 등 궁극적인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온라인은 저가 경쟁이 치열해 오프라인 매장과의 경쟁 구도로 보는 시각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한섬, LF…온라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한섬은 더한섬닷컴을 ‘패션’의 본질로 바라봤다. 온라인 비즈니스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며 위축되는 오프라인 채널의 대체 창구가 아닌 한섬의 고객들을 위한 ‘온라인 서비스’라는 것이다.

더한섬닷컴은 론칭 첫해인 2016년 매출 250억원, 지난해 매출은 2배나 성장한 5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8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 1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한섬에게 온라인 비즈니스의 외형이 점 같은 규모일 지 모르지만 기업 내부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사업 분야다.

한섬은 보유하고 있는 20여 개 브랜드를 더한섬닷컴에서만 판매한다. 아웃렛 카테고리 외에는 별도의 할인 행사는 일절 없다. 온라인 전용 상품도 의류보다는 선물용 소품 패키지가 대다수다. 온라인 몰이 판매 채널 혹은 매출 확장의 장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김형종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온라인은 할인 장사’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게 접근했다. 브랜드 파워나 제품력, 디자인은 이미 검증이 된 만큼 서비스와 편리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LF의 LF몰은 유통 채널의 성격이 강하다. 자사 브랜드는 물론 럭셔리, 스트리트 캐주얼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 판매되는 패션 종합 몰이다.

LF 몰의 지난해 매출은 3000억원 수준으로 이는 기업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이는 온라인 사업을 기업의 핵심 사업으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도 자사 브랜드의 매출 20% 내외를 온라인에서 내도록 하는 등 LF몰을 단독 매장으로 여기며 매출을 키우는데 힘을 쏟고 있다.

사업부 내부에서는 LF몰의 모객 능력을 성공 비결로 꼽는다.
LF몰 관계자는 “LF몰의 최대 강점은 2030의 젊은 세대부터 60대의 중장년층까지 커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 나이대의 비중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며 “이는 시간대별 할인 행사나 동영상 콘텐츠 등 온라인에 걸맞는 마케팅 투자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LF는 올 초 단행한 조직 개편에서 온라인 사업부를 더욱 강화했다. 온라인 사업의 영업, 서비스, 개발 기능을 e-Biz부문으로 통합했다. 부문 총괄은 구본걸 LF 회장이 직접 맡았고 e-영업사업부 총괄은 권성훈 트라이시클 대표가 LF 상무 직함으로 겸직한다. 이외에도 ‘어라운드더코너’ 독립몰을 위해 온라인 편집숍 출신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과감함도 보였다.


온라인 매출의 핵심은 ‘적정 재고’
앞서 언급했듯이 패션 대기업이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이유는 ‘적정 재고’의 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전용 브랜드와 기획 상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LF는 LF몰의 콘텐츠를 꾸리기 위해 자사 온라인 전용 브랜드와 상품 기획에 나서고 있다. 남성복 ‘일꼬르소’는 2016년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 이후 연 25억원의 실적을 내는 브랜드로 안착했다. 이외에도 LF는 온라인 기반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강력한 온라인 콘텐츠 다지기에 투자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과 신성통상도 온라인 전용 상품을 내놨다.

코오롱의 온라인 브랜드 ‘바이시리즈’ 247팬츠는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기획해 현재까지 리오더 횟수가 10회에 달한다. 가격은 5만9000원으로 ‘시리즈’의 평균 가격보다 40%가량 저렴하다. 판매처는 자체 온라인 몰 한 곳으로 집중했다. 제품 상세 페이지는 감도 있는 상품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온라인 맞춤 브랜딩에도 힘썼다.

신성통상은 지난 5월 ‘지오지아’의 온라인 전용 캐주얼 ‘리버스 지오지아’를 론칭했다. 눈에 띄는 것은 유통처다. ‘리버스 지오지아’는 자사몰, 백화점몰이 아닌 무신사 단독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기성 패션 기업의 모습과는 상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