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압구정로데오
2018-01-01강경주 기자 kkj@fi.co.kr
압구정로데오~도산공원…新 스트리트 패션 거리로 눈길

압구정로데오가 봄을 기다린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와 편집숍 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압구정로데오가 새로운 스트리트 패션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유니클로’가 압구정로데오 매장을 폐점하는 등 브랜드의 퇴점도 이어지고 있지만 압구정로데오 거리 입구에서 도산공원까지 이어지는 거리는 스트리트 패션으로 새롭게 채워지고 있다.

압구정로데오 스트리트 패션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고 있는 편집숍 ‘카시나’와 ‘웍스아웃’, 일본 유명 신발 편집숍 ‘아트모스’, 스트리트 캐주얼 ‘라이풀’ ‘앤더슨벨’ 등도 2~3년새 이곳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왼쪽)스트리트 패션으로 채워지고 있는 압구정로데오가 봄을 기다린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오른쪽)‘웍스아웃’ 압구정점은 건축미가 느껴지는 외관으로 압구정로데오의 핫 플레이스로 유명하다.


그래도 ‘압구정로데오’
예전에 비해 위축된 상권이지만 압구정로데오는 여전히 고가의 외제차와 럭셔리 편집숍이 즐비하다. 그럼에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20대의 젊은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스트리트 패션이 압구정로데오를 찾는 이유는 ‘패션의 메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붐비는 장소는 아니지만 브랜드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브랜딩 차원이다.

‘스투시’의 공식 전개사이자 국내 스트리트 패션의 선도자 역할을 한 편집숍 ‘카시나’는 기존 압구정 매장에 더해 도산공원 옆의 건물을 매입, 신규 플래그십 스토어인 ‘카시나1997’을 올 3월 오픈했다. ‘카시나1997’은 1997년 시작된 ‘카시나’의 오리진을 살린 매장으로 ‘나이키’ ‘아디다스’의 한정판 신발을 비롯한 해외 유명 브랜드로 채워져 있다. ‘카시나’의 2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아디다스’ 콜래보 신발도 판매된다.

‘웍스아웃’은 2015년 3층 규모의 현대적인 건축미가 돋보이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압구정로데오에 오픈했다. ‘웍스아웃’ 압구정점은 숍의 메인 브랜드인 ‘칼하트’보다는 타 입점 브랜드를 전면에 내새운다. ‘나이키’ ‘뉴발란스’ 등의 신발은 물론 ‘라이풀’ ‘디스이즈네버댓’ 등 국내 브랜드도 판매된다. 압구정이라는 지역에 맞게 ‘스톤아일랜드’ ‘레이닝챔프’ 등의 비교적 고가의 해외 유명 브랜드도 입점해있어 다양한 가격대와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앤더슨벨’ 도산공원 플래그십 스토어


일본 유명 신발 편집숍 ‘아트모스’도 지난달 초 압구정로데오에 첫 매장인 ‘아트모스 서울’을 열었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트모스’ 한정판 제품을 비롯 다채로운 스트리트 패션 제품들을 판매한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은 온라인에서의 성장세에 힘입어 브랜드의 스토리와 아이덴티티를 보이고자 플래그십 스토어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앤더슨벨’은 지난해 도산공원 옆에 위치한 건물을 매입해 200㎡, 3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연매출 100억원, 론칭 4년차의 브랜드에게는 과감한 투자였다.

‘앤더슨벨’ 관계자는 “도산공원 플래그십 스토어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유수의 유명 브랜드와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공간 디자인도 브랜드의 콘셉과 가치관을 보여줄 수 있도록 건축미가 느껴지게 했다”고 말했다.

2005년 론칭해 13년 째 압구정동을 지키고 있는 ‘라이풀’은 기존 매장을 확장해 2016년 새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라이풀’ 압구정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의 이름인 ‘라이풀 미니멀 가먼츠’라는 이름답게 화이트 컬러의 미니멀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라이풀’은 물론 자사 브랜드 ‘LMC’ ‘칸코’와 소규모 편집 브랜드도 함께 판매된다.

압구정로데오가 스트리트 패션으로 채워지면서 젊은층도 하나둘 이곳을 찾고 있다. ‘앤더슨벨’은 지난 10월 ‘울마크컴터니’ 콜래보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어 성황을 이뤘고, ‘웍스아웃’은 ‘디스이즈네버댓’ ‘라이풀’ 등의 프레젠테이션 행사를 열어 수 백명의 젊은 소비자가 이곳을 찾기도 했다.


'라이풀 압구정 플래그십 스토어'

낮아지는 임대료와 개선되는 입주 환경
압구정은 새로운 사무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신사동 가로수길과 세로수길에 자리를 잡았던 브랜드들이 하나둘 압구정으로 모여들고 있다. 대형 글로벌 브랜드와 F&B가 들어서면서 번잡해진 신사동의 분위기를 떠나 비교적 한적해진 압구정으로 향하는 것.

건물주들의 노력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압구정 동주민센터와 30여 명의 건물주·상인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압구정로데오 상권 활성화 추진위원회는 건물 임대료를 낮춰 소규모 브랜드들이 입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1층 전체 임대료를 18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낮추거나 700만원을 받던 임대료를 350만원으로 대폭 조정하는 곳이 있으며, 33㎡ 내외의 점포를 150만원 수준으로 책정한 사례도 있다. 임대료가 기존과 엇비슷한 곳은 내부 수리를 통해 보다 좋은 내부 환경을 보유한 곳도 있다.

한 디자이너 브랜드 관계자는 “사무실을 알아보려 가로수길이나 세로수길을 찾았는데 압구정로데오를 추천하는 공인중개사가 많았다”라며 “건물주들이 공실을 줄이고자 임대료를 낮추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의 상태를 높이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신사동에서 압구정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한 하보배 ‘bpb’ 디자이너는 “압구정로데오 근방은 종전 신사동에 비해 업무 환경이 좋고 건물의 상태도 훨씬 만족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