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캐시미어! 간절기를 부탁해’
2017-10-01이채연 기자 leecy@fi.co.kr
百·TV홈쇼핑 니트 전문 PB 봇물…가격경쟁력 앞세워 물량 공세
자체 기획팀 두고 디자인, 원부자재 소싱까지


델라라나 매장

백화점과 TV홈쇼핑 등 유통업계가 캐시미어 소재를 내세운 니트 전문 브랜드를 내놓고 판매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한섬의 ‘더캐시미어’와 데코앤이의 ‘퓨어데코’를 비롯해 ‘수미수미’ ‘리플레인’ ‘르캐시미어’ ‘어거스트얼라이브’ 등 패션기업과 디자이너 브랜드 니트웨어가 부상하자 유통사들도 앞다퉈 전문 브랜드를 내놓고 있는 것.

최근 론칭한 유통사 니트전문 브랜드들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 보통 생산 협력사와 협력해 브랜드를 운영하지만 자체 디자인팀을 꾸려 직접 원부자재 수급부터 생산처 발굴까지 소싱 전반을 관리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유통사들은 니트, 특히 캐시미어 소재 기획을 강화하게 된 배경에 대해 우선 구매력 향상을 꼽는다. 소득수준이 높아져 착용기간이 긴 기본물의 품질에 투자하고 까다로운 캐시미어, 울 니트 관리도 신경 쓰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냉난방 시설 확충으로 착용 기간이 늘고, 모던한 디자인과 컬러로 중장년, 노인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니트웨어 소비자 저변이 확대된 이유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니트 외에는 봄, 가을에 판매할 아이템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소비자들이 봄, 가을 시즌을 유통업계가 설정한 기간 보다 짧게 느껴 그 기간 어필할 자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유통사로서는 여름, 겨울 정기세일 기간 정상 판매가 이뤄지는 아이템이 절실한데, 니트류를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으로 보는 셈이다. 

롯데백화점은 2015년 9월 호치민에 직영 공장을 보유한 국내 최대 니트 완제품 제조사 마라니트와 손잡고 론칭한 PB ‘유닛’ 매장을 올 가을 16개점으로 늘렸다. ‘젊은 니트’를 천명한 ‘유닛’은 니트웨어 주 소비층이 아니었던 20~30대가 주 공략대상으로, 100% 캐시미어 스웨터를 10만원대 초반에 판매한다.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기본 디자인, 부드럽고 다양한 컬러는 실제 2030소비자에게 인기를 얻어 올 상반기 전년동기대비 20% 매출이 신장했다. 올해 매출은 70억원을 바라본다.

신세계백화점은 니트웨어 특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상품본부 내에 원사 소싱과 니팅, 봉제까지 핸들링하는 자체 디자인팀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1년 전 캐시미어 니트 특화브랜드 ‘델라라나’를 선 보인데 이어 올 가을 ‘일라일’을 추가했다. ‘델라라나’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했다면, ‘일라일’은 20~30대를 대상으로 가격을 낮춘 중가 니트다. 디자인은 베이식하고 모던하게, 컬러 바리에이션으로 포인트를 줘 어필한다는 전략으로 강남점과 영등포점, 본점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론칭 첫 시즌, 6개 매장에서 매출 2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TV홈쇼핑은 백화점 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한편 ‘고급’ 이미지를 심어주는 첨병으로 캐시미어 니트 PB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재 운용 물량이 가장 큰 브랜드는 GS샵 ‘쏘울’. 론칭 이후 한동안 재고 부담을 가중시키는 적폐로 불리기도 했지만 캐시미어 니트 수요가 크게 늘어난 2015년부터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2015년 매출액 760억원, 지난해 823억원, 올해는 900억대를 바라본다. 특히 GS샵의 평균 의류 재구매율이 10%인데 반해 ‘쏘울’의 재구매율은 25%까지 나온다.

인기 비결은 트렌드의 영향이 상당하지만 역시 품질 대비 가격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엑스트라 파인 메리노 울, 캐시미어를 혼방 없이 사용하고, ‘로로피아나’ 거래처인 이탈리아 보또 지우쎄뻬에서 원사를 가공한다. 그러면서도 100% 캐시미어 소재 풀오버 판매가격이 10만원 안팎이다.

GS의 해외 홈쇼핑 사업 확대와 발맞춰 ‘쏘울’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섰다. 사이즈와 취향 차이로 해외 홈쇼핑 방송에 내보내는 국내 브랜드 제품은 이미용품과 식품, 소형가전이 주를 이뤘지만 ‘쏘울’은 2015년 말 후이마이를 통해 중국에 진출했다. 유럽 진출도 타진, 지난해 ‘프리미엄 베를린’에 참가했고 동남아시아 공략도 준비 중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캐시미어와 알파카, 램스킨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한 첫 패션 PB ‘라씨엔토’를 론칭했다. 캐시미어 니트가 12만9000원, 이탈리아 원단사 MENCHI Tesssit의 원단을 사용한 캐시미어 핸드메이드 코트가 약 59만9000원으로 백화점 PB보다 30~50% 가격이 낮다.

CJ오쇼핑은 이탈리아 직소싱을 진행하며 특화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직소싱 규모는 올 추동시즌에만 판매가 기준 총 100억원. 내년에는 2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달 19일에는 이탈리아 최고 수준의 울 원단 제조사인 마르조또(Marzotto), 세계 최대 니트 생산도시인 카르피(Carpi)시와 원단·완제품 공급 협약을 각각 체결했다. PB ‘다니엘크레뮤’와 ‘엣지’ 전개를 위해서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세계 최대 캐미시어 전문기업 고비와 의류제품 단독 업무협약을 맺고 PB ‘고비’를 론칭했다. 론칭 방송에 내놓은 캐시미어 터틀넥 니트와 후드코트의 가격은 각각 13만8000원, 39만8000원으로 백화점 대비 탁월한 가격경쟁력을 가졌다.

롯데홈쇼핑의 PB ‘엘비엘’도 캐시미어 니트로 날고 있다. 작년 9월 첫 방송에서는 100% 캐시미어 소재 코트로 40여 분 만에 주문액 31억원을 기록했고, 올 가을 출시한 니트는 두 시간 방송에 50억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롯데는 올해는 캐시미어 소재 외에 소재와 품목을 다양화해 ‘엘비엘’의 외형을 7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라씨엔토'

'엘비엘'

'쏘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