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같이 밀려왔다썰물 같이 빠져나가는 10대 누가 그들을 잡을 것인가?
2000-01-20조은희·민경애 기자 hope@fashioninsight.com

10대들이 모여드는 압구정 맥도날드 앞. 젊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서 있다.
하지만 아무리 유심히 뜯어봐도 중·고등학생인지, 아니면 대학생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아이들이 그 정도로 ‘잘 꾸미고’ 다니기 때문.
‘화장’ ‘남자친구’하면 ‘대학생’을 떠올리던 공식은 깨져버린 지 오래다. 고등학생, 심지어는 중학생들도 곱게 화장을 하고, 머리에 염색을 하고, 귀걸이를 한 채 남자친구와 손을 잡고 거리를 활보한다.
“요즘 것들은…”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들을 무시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문화의 주역은 10대들이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관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아이들의 ‘젊음’을 추종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TV 프로그램, 광고, 음반 등 모든 문화의 조류는 10대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른들을 무색케 할 정도의 상품지식과 자금력으로 무장(?)한 이들 10대들은 평온함에 익숙해진 기존 세대들에게는 일종의 ‘게릴라’와도 같다. 논과 밭을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고 떠나버리는 아프리카의 메뚜기 떼들처럼, 우르르 몰려왔다가 빠져 나가버리는 이들 10대들의 취향은 ‘종잡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3, 4년전부터 일종의 붐처럼 10대들을 타겟으로 한 마케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TTL, ⓝ016 등 10대들을 위한 이동전화를 비롯, 「클린앤클리어」 「에퓨」 「지에닉」 등 10대 전용 화장품도 생겨났다.
이처럼 너도나도 10대들을 타겟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은 이유는 이들이 문화를 만들어내는 생산자인 동시에 또 자신들에 의해 형성된 문화에 쉽사리 동조하고 휩쓸려 가는 폭발적인 소비성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 번 대박이 터지면 엄청난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이들이 ‘미래의 잠재적 소비자’라는 것도 이들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10대 시절 형성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이들이 20대, 30대가 되어서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TTL의 현재 가입자는 2백만명 가량으로 011 전체 가입자의 20% 수준에 육박한다.
TTL측에서는 “TTL 가입자 중에서도 20세 미만의 가입자를 엄밀히 따져본다면 60만명 가량이다. 하지만 이들은 문자메시지, 무선인터넷 등을 사용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향후 시장 가능성은 오히려 3,40대에 비해 넓다고 본다”고 말했다.
10대 전용 화장품 「클린앤클리어」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존슨앤존슨 홍보팀에서는 “3∼4년 전 급성장세를 보이던 「클린앤클리어」의 성장율은 최근 10%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성인들의 화장품 사용과 마찬가지로 10대들의 전용 화장품 사용도 완전히 정착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성인들과는 또 다른 새로운 소비시장을 형성, 주목을 받고 있는 10대들의 문화는 어떤 것일까?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듯이 보이는 이들 10대들의 특성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도 예뻐질 권리가 있다?
최근 들어 남녀 공학과 남녀 합반이 늘어나면서 ‘이성친구는 대학에나 들어와서 사귀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져버렸다.
남녀 합반을 실시하고 있는 강남의 한 중학교 교사(28세, 장위동)는 “한번은 수업시간에 남학생과 여학생 둘이 손을 꼭 잡고 있길래 ‘수업시간에 그렇게 손을 잡고 있으면 어떻게 하니?’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러면 왜 안 되는데요? 우리 둘이 사귀고 있는데요?’라고 되물어서 할 말을 잃었었다”며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는 것도 아닌데, 정말 요즘 애들은 우리 때와는 또 많이 틀리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당연한 것이 돼버린 10대들. 이들은 자연 이성의 관심을 얻기 위한 ‘치장’ 즉 ‘꾸미기’에도 성인 못지 않은 관심을 보인다.
중학생 김영경(16세, 잠원동)양은 “파우더와 립글로즈 정도는 다들 하고 다닌다. 놀러갈 때에는 아이셰도우, 마스카라 등으로 눈화장을 하고 나오는 애들도 있다. 귀를 뚫은 애들도 많은데 학교에서만 안 하고 다니면 선생님들도 그냥 봐주는 편이다. 방학 때에는 노랑, 빨강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며 “그런데 파우더랑 립글로즈를 바르는 것도 화장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강남에 사는 민진경(19세, 압구정동)양은 “학교에 갈 때는 거의 티 안 나게 피부화장 정도만 하는 편”이라며 “주말에 친구들과 나갈 때에는 베이지나 브라운 계열로 색조화장을 한다. 강북 애들처럼 진하게 하는 건 ‘촌스럽다’고 친구들도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간단한 파우더, 립글로즈 정도는 이제 ‘화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나름대로의 ‘화장 노하우’까지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