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퍽’, 글로벌이 인정한 라이징스타, 결이 다른 결합이 만드는 신세계
2019-09-03황연희 기자 yuni@fi.co.kr
김보나, 임재혁 ‘비스퍽’ 디자이너


가봉 원단을 레이어드한 듯한 맨발의 모델, 얼굴에 프린트 스티커로 커버한 모델, BESFXXK 로고가 들어간 대형 플래그를 들고 등장한 누드톤의 모델, ‘비스퍽’의 첫인상은 늘 강렬했다.


론칭 3주년을 맞이한 ‘비스퍽(BESFXXK)’은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에서도 신예 스타로 주목받았고, 실제 2019 서울패션위크의 텐소울에 선정되며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독특한 디자인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 클래식과 스포티즘의 이색적인 하이브리드 결합을 고수하면서 매 시즌 남들과 다른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하고 있다”고 김보나 디자이너는 말한다.


김보나, 임재혁 듀오 디자이너가 이끌고 있는 ‘비스퍽(Besfxxk)’은 이름부터 남다르다. 영국 수제 맞춤 정장을 뜻하는 ‘비스포크(Bespoke)’와 ‘퍽(Fxxked up)’이라는 슬랭어를 결합해 붙여진 브랜드명이다. 비스포크 기반의 옷을 그들만의 테크닉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보나 디자이너(좌)와 임재혁 디자이너(우)


런던컬리지오브패션(LCF)의 동문으로 만난 김보나, 임재혁 디자이너는 2016년 가을 파리, 런던에서 패션위크 쇼룸에 참여하며 브랜드 론칭을 알렸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F/W 서울패션위크의 GN쇼를 통해 브랜드 출사표를 던졌고 2번의 GN쇼를 마친 후 2019년 F/W 서울패션위크 서울컬렉션에 정식 데뷔 무대를 펼쳤다. 


서울패션위크 쇼를 통해 ‘비스퍽’은 독특한 스타일링와 캐릭터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백화점, 쇼핑몰 등 국내 유통 시장에서 그들의 제품을 접할 순 없다. 론칭 첫 시즌부터 글로벌 무대를 타겟으로 해외 리테일 마켓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론칭 3년째지만 여전히 해외 100% 수출로 전개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선보이고 있는 온·오프 스토어가 전무하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론칭 첫 시즌부터 프랑스의 하이엔드 쇼핑몰인 ‘르끌레어(www.leclaireur.com)’에 입점했고 바니스백화점, 버그도프굿맨, H로렌조 등 내로라하는 하이엔드 유통에서 판매하고 있다. 아시아 마켓에서는 일본, 홍콩, 중국 등에 진출해 있다. 지난 3월 파리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오픈한 갤러리 라파예트 팝업 매장에서 ‘비스퍽’의 베이지 컬러 트렌치코트는 1072 유로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해외 무대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해 밀란패션협회에서 주목받는 한국 디자이너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고 작년과 올해 연이어 초청 패션쇼를 개최했다.


김보나 디자이너는 “한국에서도 유통을 하고 싶지만 위탁 판매 비중이 높은 국내는 아직 부담스럽다. 기본적으로 홀세일 비즈니스로 브랜드를 운영한 후 내년 정도 국내 리테일 사업 전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스퍽’ 2019 F/W 룩북


◇ 상반된 요소의 조화로운 믹스가 관건


‘비스퍽’의 여성 라인은 김보나 디자이너, 남성 라인은 임재혁 디자이너가 맡고 있다. 각자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스포티브 무드에 강한 임재혁 디자이너와 클래식 테일러링이 강한 김보나 디자이너의 장점은 하나의 옷에서도 믹스되어 표현되기도 한다.


클래식과 스포티즘, 우븐과 저지, 코트와 재킷, 팬츠와 스커트(아이템의 믹스) 등 서로 다른 요소를 믹스한 하이브리드형 디자인이 ‘비스퍽’의 강점이자 차별화 포인트다. 두 디자이너 역시 각자의 성향이 확고해 다른 결을 보이고 있지만 그들의 공동 무대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스퍽’ 컬렉션은 해체주의 기법을 통해 구조적 변형을 꾀하고 실험적인 실루엣과 기능적 요소를 접목시켜 고정된 틀을 완전 무시한다. 어렵고 독특한 구조물이 완성되기까지는 서울 본사에 마련된 아틀리에가 큰 몫을 하고 있다. 두 디자이너는 아틀리에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완성물이 나오기까지 수십번의 샘플링을 반복하며 최상의 디자인을 뽑아낸다. 이번 추동 시즌에 선보인 패딩과 코트, 재킷을 믹스한 디자인도 거급된 샘플링 끝에 나온 작품들이다.


트렌치코트의 실루엣이지만 원피스로 변형을 하고, 화이트 셔츠는 저지 숏팬츠와 스타일링을 하며 셔츠와 페미닌한 트렌치코트를 결합해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인다. 추동 시즌에도 지퍼로 코트를 재킷으로 변형할 수 있는 디자인, 패딩과 체크 트렌치코트의 믹스 등 ‘비스퍽’의 구조적 변형은 극에 달했다.


해체와 결합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다는 ‘비스퍽’의 브랜드 지향점은 트렌치코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비스퍽’의 트렌치코트는 론칭 이후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템으로 색다른 소재의 결합, 독특한 구조의 실루엣이지만 희소가치를 높이며 글로벌 마켓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아이템이다. 여기에 얼굴을 가린 모델들의 런웨이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지난 시즌에는 프린팅을 한 패브릭 가면, 프린트 스티커로 얼굴을 가렸고 이번 추동 시즌 쇼에서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감췄다. 김보나 디자이너는 “독특하고 싶은 의도보다 옷만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일부러 모델들의 얼굴을 가린다. 모델들이 힘은 들겠지만 컬렉션을 집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끝으로 그들의 꿈을 물었다. 임재혁 디자이너는 “Craftmanship에 기반한 ‘비스퍽’만의 의미있는 디자인을 지속하고 싶다”라고 말했고 김보나 디자이너는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는 ‘비스퍽’만의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