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비즈니스의 ‘아홉수 징크스’
2019-07-01최현호 mpi 컨설팅 대표 jacob@mpiconsulting.com
지속성장 위한 경영적 관점의 사고 전환 필요



 거침없이 연승가도를 달리던 류현진의 승전보가 9승에서 멈췄다. 현재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투수라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연이은 승수 쌓기가 좌절된 것이 '아홉수'가 아닌가 하는 묘한 우연의 굴레에 빠져들게 된다.

사실 우리 삶의 다양한 부문에서도 머피의 법칙으로 대표되는 불문율적 아홉수 경험칙이 그 어느 논리보다 견고한 믿음으로 엄존하고 있다.

이는 우리 패션 비즈니스 경영의 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매출액 규모 구간마다 다양한 문턱과도 같은 자격설은 물론 1조원 경영시대 선언의 역설 등 거의 상식으로 통하는 정체 불명의 아홉수 불문율이 공유되고 있다. 실제 일반화의 오류라고 치부하기에는 많은 실증 사례들이 넘쳐난다. 아홉수 불문율들은 과연 축적된 유의미한 경험칙일까 아니면 광범위하게 잠복된 대표적인 상식의 오류일까?


◇ 규모의 아홉수

흔히 패션 비즈니스 단위를 구분할 때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다. 100억원을 패션 비즈니스 기업으로서 존립, 300억원을 전국구 브랜드의 자격 요건, 500억원을 패션 전문기업의 위치 확보, 1000억원을 패션전문 중견기업으로의 가치 인정 기준으로 상정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매출액 99억원 문턱을 넘지 못하면 제도권 기업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1000억원을 넘지 못하면 중견 패션기업으로 그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사실 우리 패션기업 경영의 역사에서 1조원 경영시대 선언의 역설만큼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질긴 악연의 아홉수는 없다. 익히 알려진 다수의 패션기업들이 매출 1조원 경영시대 진입을 선포했지만 이제까지 한번도 성공 사례로 이어지지 못했다.


다만 매출액 기준 구간 진입의 확률, 소요시간 등에만 집중된 편협한 해석은 묘하게 그 유효성에 대한 착시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99억원, 299억원, 499억원, 999억원을 극복했다는 것이 곧 그 다음 결과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출 아홉수를 뛰어넘는 것이 경영 목표가 되어 품질 왜곡의 원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 퍼센트(%) 아홉수

기업 경영성과 지표의 체감도는 한자리 수 9.9%와 두 자리 수 10% 경계 구간에서 극적인 차이를 보인다. 두 자리 수 성장률과 이익율은 곧 초우량 패션기업 경영품질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허나 두 자리 수 % 실현 이후에는 지속적인 성장보다 반짝 반등의 역작용으로 도리어 급락의 양상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다.

수익율 역시 아홉수를 상회하는 결과의 도달이 곧 지속적인 역량의 견고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성장률이나 수익율 등 지표에서 민감한 % 아홉수가 부채율이나 재고의 증가율에서는 반대로 전혀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홉수 허구성은 잘 반증된다. %로 표현되는 대부분 지표는 사실 그 크기보다는 방향성 측면에서 훨씬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많고 높은 크기의 열망은 적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희생을 담보로 무리하게 선취되는 경향이 짙다. 결국 % 아홉수 자체가 허들이 아닌 무리한 초월이 도리어 패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 시간의 아홉수

1만 시간의 법칙은 이미 매우 익숙한 화두로 자리잡았다. 결국 전문가 역량의 차이는 축적된 시간의 차이라는 것이다. 사실 패션 비즈니스의 성과도 일정 시간의 전제 없이 하룻밤 사이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의 형성과 부상은 물론 패션기업의 약진과 위상 승격 등은 적정 시간의 투여를 전제로 구현된다.


패션기업 조직에서의 승급 시점이 흔히 공유되고 있는 3년차 신드롬, 5년차 딜레마, 10년차 모먼텀 등 일정 시점과 맞물려 있음 역시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적어도 패션 비즈니스 과정에서 회자되는 다양한 시간의 아홉수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포착가능한 변수들이 개입된 결과다. 논리적으로 시간의 아홉수는는 선제적인 통제와 회피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사실 노하우라고 말하는 수 많은 지혜는 다양한 경험치가 축적된 것이다. 관점에 따라 시간의 아홉수는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다면 중요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활용될 수 있다.




◇ 아홉수에 대한 태도


아홉수는 부적이나 통과의례가 요구되는 특별한 경계가 아니라 수 많은 발전 단계의 연속선 상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구간이다. 머피의 법칙이 묘한 설득력을 갖지만 결코 자연의 법칙이 될 수 없다.

착시와 확장으로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냈지만 그저 잘 모르는 현상에 대해 또 다른 표현으로 '모른다'라고 표현한 것뿐이다. 아홉수의 기원은 현존하는 10진법 지배 세상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아홉수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관점의 전환을 통해 경영 과정의 유효한 기준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