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채식주의, ‘비건타이거’ ‘비건페스티벌’로 대중화
2019-05-31이은수 기자 les@fi.co.kr
양 윤 아 / 비건타이거 대표
비건 패션 브랜드 '비건타이거'와 채식 축제 '비건페스티벌'의 양윤아 대표



'비건타이거'는 말 그대로 비건(vegan·채식주의) 재료로 만든 패션 브랜드다.


 동물성 원부자재를 철저히 배제하고 이를 대체하는 소재를 사용해 패션을 선보인다. '비건타이거'의 양윤아 대표는 비건을 소재로 한 축제 '비건페스티벌'의 기획자이기도 하다. 올해로 6회째. 1만 명이 찾는 명실상부 국내 유일한 비건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달 18일 불광역 서울혁신파크가 떠들썩했다. 비건을 소재로 한 축제, '비건페스티벌'이 한창이었다. 이번 축제는 '모두의 비건, 모두의 지구'라는 컨셉으로 기획,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특히 비건 재료로 만든 먹거리와 패션, 뷰티, 키친, 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부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비건 문화를 알리고 싶어 축제를 기획하게 됐어요. 저 역시 비건이지만 막상 먹거나, 놀 수 있는 장소가 제한적이라 불편함을 느꼈죠. 그러다 문득, 친구들과 채식주의자들이 한 데 모여 놀 수 있는 장소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올해도 반응이 좋아 다행이네요."(웃음)


◇ '비건타이거' 사업 확대,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입주부터 해외 홀세일 공략


양윤아 '비건타이거' 대표는 365일 바쁘다. '비건페스티벌'은 무사히 끝났지만 '비건타이거'는 쉴 틈이 없다. '비건타이거'는 동물성 원부자재를 배제하고 이를 대체하는 소재를 사용한 비건 패션을 제안한다. 시즌제로 운영되는 패션업계 특성 상 바쁠 수밖에 없으며 특히 남들보다 사용할 수 있는 소재가 제한적이라 업무는 배가 된다.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은 양 대표의 손을 거친다. 5년 정도 패션업계 종사한 그녀의 경력이 이를 뒷받침해준다고. 


"그동안 '비건페스티벌'을 통해 '비건타이거'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패션 브랜드로서 사업을 확대하기엔 한계를 느꼈죠. 우연한 기회로 패션코드에 참가해 여러 정보를 얻게 되면서 앞으로 '비건타이거'를 어떻게 운영할지 결심하게 됐죠."



동물성 원부자재를 철저히 배제하고 이를 대체하는 소재를 사용해 패션을 선보이는 '비건타이거'


이후 양 대표는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에 문을 두드려 4기 디자이너로 입주했다.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항상 목말랐던 정보의 부재가 해결됐죠. 제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항상 체크해주시고 브랜드 관련 컨설팅까지 제공해주기 때문에 '비건타이거'가 패션 브랜드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비건타이거'는 앞으로 패션쇼와 해외 홀세일 비즈니스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지만 특정 마니아층이 주를 이뤄 브랜드를 알리는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 홀세일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트레이드쇼를 비롯 해외 패션쇼 및 전시회 참가를 통해 경험을 쌓아갈 예정이다. 


다크한 네이비 바탕에 방울꽃 무늬가 프린트된 벨 플라워 하와이안 셔츠


◇ 동물보호단체 활동가가 되다


양 대표는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머릿속엔 패션뿐이었다.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OEM 업체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녀.


일을 하면서 점차 매너리즘에 빠져들기 시작할 때 즈음, 동물보호단체에 관심이 쏠렸다고. 평소 고양이를 키웠던 그녀는 길 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에게 점차 애정이 가면서 자연스럽게 동물보호단체를 찾게 됐다고 전했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한 3년은 양 대표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인간이 윤택한 삶을 영위하게 된 배경에는 수많은 고통 받는 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특히 눈에 띈 건 패션 때문에 학대받는 동물들이었다.


"요즘은 대량생산 방식으로 실크를 만들어요. 고치를 짓기도 전에 끓는 물에 누에를 담가 실크를 빠르게 얻는 거죠. 1g 실크를 만들기 위해 15마리의 누에가 죽습니다. 대체 섬유가 많은데도 우리는 누에를 죽여 가며 옷을 만드는 셈이죠."


캠페인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비건 패션을 실천하려면 취향을 포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대체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한 제품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었다. 비건을 알리는 활동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비건 패션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라고 양 대표는 전했다.


◇ 디자이너·동물보호단체·'비건타이거'까지


패션업계에서 5년, 동물보호단체에서 3년. 8년의 세월이 모여 자연스럽게 '비건타이거'가 탄생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고 마냥 즐거울 순 없었다고.


"초반에는 가짜 가죽을 쓰는 짝퉁 패션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지 않아 인조 소재 중에서도 최고급 소재를 공수해 베테랑 봉제 장인과 협업해 까다롭게 만들어 냈다. 그러다 보니 가격대가 저렴한 편은 아니다. 또한 아직 국내 현실이 비건 패션을 위한 소재가 다양하지 못한 점, 여기에 소량 생산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생산력과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기 힘든 점이 있다"


비건 패션의 핵심은 소재다.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으려면 더 많이 발품 팔고 꼼꼼히 들여다봐야만 한다. 양 대표는 성분 분석표를 하나하나 살피고 원단 테스트를 기관에 따로 의뢰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동물성 소재 혼용 사실을 발견해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고.


따라서 '비건타이거'는 가죽을 대신해 사용할 수 있는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폴리우레탄부터, 면, 리넨, 레이온, 큐프라까지 다양하게 사용한다. 각 디자인이나 아이템에 따라 적합한 비건 소재를 선택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소량 생산을 하다 보니 어려움에 부닥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건타이거'는 조금씩 성장 중이다. 양 대표의 신념 덕분이다. 비건 패션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건타이거'를 전개하면서 기획한 '비건페스티벌'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킨 셈이다.


"비건타이거'를 창업하면서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패션으로 인해 학대받는 동물들을 생각하자고 하면서 식습관은 왜 바꾸지 못할까, 스스로 반성했어요. 제가 실천하면서 메시지를 전할 때 진정성이 커지리라 생각하며 브랜드 론칭과 동시에 완벽한 비건이 됐습니다."


그러다 문득 '나 같은 사람도 하는데 누군들 못할까'라는 생각에서 이 모든 게 시작됐다. 양 대표는 육식주의자였던 자신이 '비건타이거' 대표가 된 과정을 이렇게 요약했다. 어느새 4년 차에 접어든 '비건타이거'.


"비건을 즐기는 문화로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년에 1번 정도는 꼭 '비건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 그리고 지역 투어와 주변 국가의 비건 셀러와 협력해 모두가 함께하는 비건 축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폐박스를 재활용한 '비건페스티벌' 현수막

'비건페스티벌'에 참가한 비건 셀러들의 부스

6회째를 맞은 '비건페스티벌'에 방문한 외국인들

비건 재료로 만든 비건 푸드


모두의 비건, 모두의 지구'라는 컨셉으로 열린 '비건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