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백화점, 여성복 축소하는 이유는?
2019-06-01김숙이 일본 칼럼니스트 sookekim@gmail.com
뷰티 콘텐츠 전면 배치… 커피전문점, 요가스튜디오 등도 인기


최근 일본 백화점들이 매출 효자 노릇을 하던 여성의류 코너를 대대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그리고 화장품, 커피전문점, 요가스튜디오 등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들이 그 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그간 일본 백화점 시장은 주요 고객층인 여성을 겨냥해 여성복 코너를 입구에서 가깝게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신사복 코너를 가고자 하더라도 여성의류 및 잡화 코너를 거쳐 가도록 동선을 짰다.


하지만 이러한 패러다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여성복 매출이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주쿠 다카시마야 백화점


실제 지난해 백화점 전체 매출액은 5조 8870억엔(한화 약 63조 6700억원)으로 10년전과 비교해 20% 하락세다. 그 중 여성 의류 및 잡화 매출은 1조 1318억엔(한화 약 10조 7790억원)으로 백화점 전체 매출액보다 더 큰 폭인 3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저가형 패스트패션의 성황과 온라인 쇼핑 문화의 확산이 백화점과 여성복 매출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최근 여성들의 사회 진출로 인해 백화점을 방문하는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 것도 내재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본 백화점들은 매장 내 배치를 바꾸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택했다.


◇ 매장 배치만 바꿨을 뿐인데… 매출 20% 회복


일본 백화점들은 불황 타개를 위해 자국민들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의 수요가 높은 뷰티 브랜드들의 매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화장품 매출만 5604억엔으로 10년전과 비교해 1.5배 성장했다. 백화점 내 매출 구성에서도 2008년 4.8%였던 점유율이 9.5%로 2배 가량 증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 외에도 커피전문점이나 요가스튜디오 같은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매장들을 입점시켜 재미를 보고 있다.


이세탄 백화점 신주쿠점


일본 내 17개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다이마루 마쓰자카야는 2017년부터 5년간 여성복 코너를 30%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봄 삿포로점에서 3층 여성복 매장을 30% 퇴점시키고 음식점과 화장품 매장을 확장해 오픈했다. 이 역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다이마루 마쓰자카야 관계자는 "여성복 비중을 줄이고 먹거리와 뷰티 콘텐츠를 채운 결과 4개월만에 3층 매출만 20% 가까이 증가했다"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늘 새로운 콘텐츠를 보고싶어 하는 열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후쿠오카에 위치한 한큐 백화점도 지난 3년간 3번의 리뉴얼을 거쳐 여성복 매장을 20% 축소했다. 킨테츠 나라점도 여성복 매장 일부를 미용 및 건강용품 전문 매장으로 전환해 매출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다.


◇ 적극적인 SNS 마케팅으로 밀레니얼 소비자 유인


최근 일본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3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2030대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키워드는 'SNS' '상품력' '내추럴 코스메틱'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미용에 대한 니즈가 높아져 에이징케어를 일찍부터 시작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겨냥해 백화점에서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신상품을 홍보하면서 고객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방문 고객들에게는 메이크업 관련 카운셀링이나 피부 상태를 점검해주는 서비스 등을 무료로 제공하며 만족도를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 일본 브랜드 입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2017년 발매된 주름개선 약용화장품 '폴라링클샷'의 등장은 일본 뷰티산업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1년간 56만명이 효과를 체감했다고 답변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아이템이다. 이를 따라잡기 위한 일본 유명 화장품 기업들의 분투는 고객들을 매장으로 불러와 백화점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일본 인기 뷰티 브랜드 '어딕션' 매장


◇ 여전히 중요한 여성복, 변화에 대처하는 역량 갖춰야


백화점 매출이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한창 잘 나가던 시절과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비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소비자들의 변화된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제공하지 못한 것이 백화점들의 실패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복과 잡화가 일본 백화점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과 비교해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19.2%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상품군이다.


현재 일본 백화점 시장은 화장품 코너를 전면에 내세워 매출 회복세를 이룬 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시장에 대한 변화에 대해 능동적이고 빠르게 대처하는 역량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