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패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시작된다
2019-06-01박진아 IT 칼럼니스트 
‘LVMH’ 인공지능 기술 적극 수용해 글로벌 입지 다져


미국에 '라스베가스 소비자전자제품 박람회'가 있다면 유럽에는 '비바테크' 전시회가 있다.


올해로 4회를 맞는 비바테크 전시회는 지난달 16~18일 3일간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에서 열렸다.


올해 행사는 전세계 125개국의 1만 3000여개 스타트업 기업들이 참가했으며, 투자자 3300명을 포함해 약 12만 4000여명의 사람들이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이는 가히 유럽의 테크 스타트업 시장의 최근 근황을 파악하고 미래 비즈니스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장이라 불릴 만한 규모다.


로레알의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


행사 마지막 날 프랑스의 패션&뷰티 시장을 대표 하는 두 글로벌 기업 LVMH와 로레알이 구글과 페이스북, 알리바바, 아마존, 삼성 등 국제 거물급 기업들의 기술을 적극 포용해 미래 패션&뷰티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주목을 받았다.


◇ LVMH, 스타트업 기술 수용해 매출 점프


베르나르 아르노 LVMH 그룹 최고경영자는 방문객들로 꽉 들어찬 LVMH 전시부스를 방문해 "오랜 전통을 브랜드 가치로 여겨온 이 럭셔리 기업의 미래 원동력을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이커머스에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랙티브 스크린이 부착된 '루이비통' 가방



더불어 아르노 회장은 이 행사가 주관하는 혁신 어워드 패션테크 부문 대상을 기술 기반 스타트업 '쓰리디룩'에 수여하며 미래 럭셔리 산업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방안으로 패션산업 관련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쓰리디룩은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창업해, 스마트폰 사진으로 소비자들의 신체 치수를 측정할 수 있는 3D 모델링 기술을 이름을 알렸다.


현재 '나이키'를 비롯해 여러 글로벌 패션기업들에게 이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LVMH는 파리 스타트업 단지 '스테이션F'에 입주해 있는 테크 인큐베이터 연구소에서 쓰리디룩과 1년간 기술 협업에 돌입한다.


쓰리디룩이 개발한 가상피팅 및 증강현실 기술 기반 모바일 신체치수 측정 앱


LVMH가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모바일 즉석 신체 스캐닝 및 치수 측정 기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당연하다. 의류 소비자들의 구매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모바일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의류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신체치수 기준의 적중도가 높을수록 고객별 맞춤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소비자가 쉽고 간편하게 자신의 치수에 맞는 옷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경험 전략은 LVMH의 매출 향상에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실제 인공지능 기반의 신체치수 측정 기술을 온라인 쇼핑에 도입한 기업들을 보면 소비자들의 구매율이 향상됐고 사이즈 선택 오류로 인한 반품 건수가 대폭 감소했다.


파리 스타트업 육성 단지 '스테이션F'



◇ 럭셔리 패션의 디지털화, 생존 위한 필수로


그랜드뷰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인공지능 챗봇 시장은 12억 3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2020년까지 전세계 글로벌 기업의 80%가 이커머스에 소비자 상담용 챗봇을 도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소비자들 역시 챗봇을 통한 서비스 상담에 호의적이다. 24시간 즉석 상담이 가능하고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챗봇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한 시장조사 전문기업의 설문에 따르면 전체 온라인 쇼핑객 83%가 챗봇과 같은 쇼핑 도우미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는 비교적 구매력이 높은 중장년층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블록체인 기술도 주목 받고 있다. 제품의 진품 여부를 입증할 트래킹 기술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LVMH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소위 '짝퉁' 유통을 억제할 방침이다. LVMH의 경쟁사 '리슈몽'과 '케링'도 파리에 본사를 둔 비영리 블록체인 기업 '아리아네'와 협력해 기술 기반 제품 인증 및 추적 기술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크리스챤 디올'은 향수 진품 인증에 블록체인 기술 '아우라'를 응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우라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콘센시스'가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과 접목해 개발한 정품인증툴(TOOL)이다.


프랑스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창업과 성장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국가라고 보기 어렵다. 50억명의 소비자들을 보유한 유럽 대륙은 국가별 언어와 문화, 상법, 노동법 규제가 서로 상이하고 미국과 중국에 비해 공공 자본시장이 턱없이 작기 때문이다. 유럽의 글로벌 럭셔리 패션기업들이 여전히 자체 개발한 이커머스 기술보다 '파펫치'나 '네타포르테' 등과 같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기술에 의존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기술을 수용해 혁신을 꾀하는 모습들은 국경과 시장을 초월한 글로벌 무대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고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선결과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