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 '앤더슨벨' 대표
2018-12-07서재필 기자 sjp@fi.co.kr
‘앤더슨벨’의 성공 키워드는‘파트너십’

협력사ㆍ직원들과 진심 소통, 성장 시너지로 이어져


론칭 4년차 '앤더슨벨'은 현재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최정희 대표는 스스로를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실패의 아이콘이라고 부른다. 그는 우연한 기회로 20대의 나이로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 소매업으로 시작해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하고, 향수를 접목시킨 코디 제안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현장에서 갈고 닦은 감각으로 자신감이 넘쳤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사전 대비 없이 뛰어든 것이 문제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말 하고 싶은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이 지금의 '앤더슨벨'을 탄생시켰다. 지금의 '앤더슨벨'이 있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었는지 최정희 대표를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압구정 도산공원 '앤더슨벨'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맞아 파티가 열렸다

◇ '타협 없는' 고집, '앤더슨벨'의 색깔이 되다


그는 "반복된 실패로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왕이면 '과로사'로 죽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여태 주위에서 말하는 소재와 봉제, 생산 방식들을 따르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쉽게 가는 것이지 옳은 방법이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이번만큼은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옷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처음 '아크네스튜디오'에서 영감을 받아 비슷한 퀄리티와 핏의 맨투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용되는 소재와 봉제 방식으로는 생산이 어렵다고 공장 사장님들이 거절하더군요.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1만장' 생산'을 불렀습니다. 그 힘은 제대로 발휘됐고 디자이너 브랜드도 1만장 이상을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죠."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스웨덴 스톡홀름까지 날아가 룩북을 찍기도 했다. 이러한 고집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높은 매출로 이어졌다.

"첫 시작부터 반응이 좋았습니다. 브랜드 시작 4개월만에 순익 1억원이 남는 것을 보고 내가 무언가 계산을 빼먹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기뻤어요. 꾸준히 나아가다 보니 2015년에만 순익 20억원이 제 통장에 남더라구요."


◇ 1만장 생산, 공장주들과 '파트너십'으로 발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부른 1만장 생산은 공장주들과의 파트너십으로 진화했다. 최 대표는 "공장 사장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퀄리티를 생산해내지 못했을 겁니다"라고 말할 만큼 공장주들과의 파트너십을 '앤더슨벨'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는다.

"각 부분을 담당하는 공장 사장님들끼리 이제 서로 견제합니다. 이게 다 저희 제품에 애정이 있다는 의미죠. 사장님들이 가끔 '앤더슨벨' 덕분에 산다고 칭찬을 하실 만큼 저희에게 의존도가 높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 제품 생산 일정에 차질이 없는 선에서 공백기에는 다른 오더를 받으셔도 좋다고 권유 드리고 있습니다."


◇ 직원들과 쌓은 '신뢰'로 '쓰리고' 외치다


최 대표와 시작부터 그의 곁을 지켜온 2명의 직원이 있다. 그는 모든 중대한 사항들은 그 두 직원과 반드시 상의한다. 이렇게 '앤더슨벨'은 내부적으로도 끈끈한 신뢰를 다졌다.

그는 "타협 없이 하고자 하는 마음에 초기에는 제가 업무를 주도했다가 지금은 실무에서 손을 뗀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저희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해주고 있어 너무 고맙죠. 이제는 제가 주도하는 것보다 직원들의 선택을 믿고 서포트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2014년 FW 시즌에서 2015년 SS 시즌으로 들어가기 전 비어있는 캡슐 시즌에 무언가를 하자고 직원들이 제안했어요. 그 친구들이 먼저 아이디어를 낸 거죠. 그 결과가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작은 규모로 시작한 일이 대박이 나다 보니 큰 일이 되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제가 지원해야 일이 너무 많아졌어요."

"새 시즌을 시작하면서 그 친구들과 여기서 브랜드를 정리할 지 또는 계속 나아가야 할 지를 한 달 가량을 고민했어요. 그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어요. '너희가 '고'를 외치면, 무조건 나는 '쓰리고'로 갈거야'라고 말했죠."

'앤더슨벨'은 직진이다. 지난해 압구정 도산공원 인근 사옥을 매입하고 1층을 플래그숍겸 쇼룸으로 꾸미면서 번듯한 브랜드의 면모도 갖췄다. 지난해 매출은 120억원. 목표로 했던 매출 규모 80억원을 훌쩍 넘겼다.

"옷을 입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브랜드로서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명확히 나눴죠."

◇ 해외 시장 노려야… 국내 콘텐츠 중요성도 커질 것


최 대표는 최근 해외 홀세일 비즈니스에 대해 고민이 깊다. 내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패션위크 쇼룸에도 참가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는 "브랜드는 어느 정도 고집이 있어야 하고 그 고집이 대중들과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대중들이 '앤더슨벨'을 생각했을 때 어떠한 콘텐츠가 떠오르는 것처럼요. 이처럼 큰 정체성을 갖고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는 또한 "디자이너 브랜드도 1만장을 팔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 증명되면서 매스화가 시작됐고, 그렇게 유통사들이 강력한 힘을 갖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대기업들도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어 이들과 경쟁하고 있어요. 어차피 입점하는 콘텐츠(브랜드)들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입점시키는 것이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점점 더 콘텐츠들이 힘을 갖는 시대가 찾아오는 거죠"라고 국내 시장에 대해서도 확고한 의견을 전했다.


'앤더슨벨' 2018 FW 컬렉션 미공개컷

27일 공개된 '앤더슨벨' 에디토리얼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