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가?
2018-11-01김묘환 컬처마케팅그룹 대표 
‘따라하기’ 일변도가 가져온 시장축소 성적표 인지하고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대응한 전문 브랜드 투자해야

◇ 전환기적 사고
한국 패션산업이 당면한 문제는 가치소비(그것도 물적 가치 외에 심리적 가치까지 투영하기 시작한) 현상에 매몰된 채 이중적 소비 행태를 보이는 전환적 소비층 대두와 함께 단순히 '따라 하기'만으로 성장해 온 로컬의 공급자들에게서 역동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수 년째 한국의 패션 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성장기부터 익숙한 따라하기 전략만을 추구하면서 이제는 자기복제 추구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따라하기를 지나치게 평가 절하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외형 따라 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따라하기가 필요한 시점인데도 지금 국내 기업들의 따라하기는 그 대상이 축적한 과정이나 내면의 시스템을 따라 하기 보다는 외형적 결과물 흉내내기에 불과한 자기복제로 유지하고 있는 뼈아픈 현실에 놓여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우리 업계는 시장축소에 돌입했다는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2000년대 IMF를 극복해 낸 국내 기업들과 함께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침투하기 시작한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의 패션시장을 자연스럽게, 더 정확한 표현으로 경계심을 무너트린 제한 가격 정책으로 시장의 폭발적 성장시대를 이끌었다.


2016년 자금성에서 열린 '룰루레몬' 체험행사에 수많은 중국 소비자가 참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가격 이미지 왜곡현상'의 문제는 적어도 한국의 패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더 이상 브랜드나 상품에 차등적 신뢰를 부여하지 않게 되고 패션 상품의 수준과 범위를 생필품(Commodity)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생각해 보자. 원가우위경쟁력(cost leadership strategy)으로 철저히 무장한 'H&M'이나 'UNIQLO' 같은 세력들의 보편성은 박리다매의 유전자 밖에 없는 기존의 유통 채널과 결합해 시장의 경계심을 허물어트리고 시장축소까지 이르게 했다. 그 십여 년의 과정 동안에 로컬의 공급자들은 관성에 빠져 치킨 게임인 줄도 모르고 약체의 경쟁자들이 쓰러져 가는 것을 즐기면서 자신들의 일시적 성공 공식에 취해있었다.

반면에 보편성이란 단순함을 무기로 시장의 장애물을 허물어트린 글로벌 침입자들은 가격경쟁력에 더해 로컬 유통 파트너들이 적극적으로 만들어 준 잉여 이익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은 엄두도 못 내는 빅 모델을 내세운 미디어 전략까지, 국내 모든 매체를 동원해 차별화하는 전략까지 구사하는 단계로까지 진화하였다.

이 다음 단계는 당연히 프리미엄 전략으로 들어갈 것이고, 그 증거는 'UNIQLO'의 'GU' 한국진출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다. 'GU'는 'UNIQLO'를 프리미엄으로 신분 상승시키기 위한 도구이고, 'UNIQLO'는 현재의 브랜드 지위를 탈피해 프리미엄 중개를 위한 플랫폼 역할로까지 진화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상상 속에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지금의 중저가 시장을 내준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든 포지션에서 시장을 잠식하고 궁극적으로 국내 시장은 더욱 축소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충분한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위치한 'GU' 매장

◇ 정말 시장축소에 대응할 수 없을까?
거시적인 환경의 위협만큼 과연 국내 패션기업의 대응은 만족할 만한 수준일까? 그렇다면 현재 패션업계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야기시키는 막연한 공포에 대한 방법론을 찾을 수 없다는 자괴감으로 힘들어 하진 않을 것이다. 2000년 중반 국내 캐주얼 시장의 성장과 분화를 불러온 Easy Casual 그룹이 붕괴국면을 맞을 때만 해도 IMF를 극복하고 생존한 업계의 플레이어들은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믿음은 예상치 못한 아웃도어 붐이라는 신성장 동력에 힘입어 키워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지적했듯이 시장이 운만으로는 열리지 않는다는 상식을 외면한 업계는 골프웨어, 애슬레저, 라이프스타일 스토어와 같은 새로운 파이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을 기점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시장 축소를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십 수년간 국내 패션업계에 대고 고객지향형 프로세스, 분권화된 시스템과 권한 위임, 지식 기반 경영, 네트워크 파워, 리스크 관리에 기인한 플랜 B 등의 준비를 부르짖었지만, 따라 하기에 능하고 운이 항상 내편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은 시장축소라는 냉혹한 현실에 부딪혀 현재까지도 혁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패션시장은 이웃 일본의 잃어버린 이십 년 시장처럼 반 토막 날 때까지 축소되는 것은 아닌가? 새로운 시장 기회는 없을까? 여러 불길한 상상들이 떠나질 않지만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한국 패션시장의 선택이 남아있다고 본다.

그 하나는 K-Pop의 성공사례가 보여주듯 국가 이미지와 결합한 진정한 글로벌 시장에 대한 도전이고, 또 하나는 로컬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기인한 지속가능한 새로운 시장포지션의 개발이라 생각한다. 지금 거론되는 글로벌 시장은 과거 패션 선진국들의 크리에이션 의존형으로는 낙타바늘구멍 통과 이상으로 불가능한 시장이고 현재의 글로벌 강자들이 채택한 'Basic Reliable, Low Cost' 상품 전략 또한 후발주자들이 채택해서 선두를 탈환하기는 이미 시기를 놓친 감이 있다. 그렇다면 패션산업의 유일한 글로벌 확장은 디지털 생태계에서 모색이 가능하리라 본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이번 글은 우선 새로운 시장 포지션 모색이 가능한지를 따져 보자.

하나의 산업에서 다루어 질 지속가능성은 외형적 잣대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패션업계가 추구해야 할 지속가능은 근본적으로 시장의 필요성에서 따져야 할 문제다. 따라 하기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하고 성장을 해온 업계에다 지속가능을 고민하라는 것은 단순한 업계의 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일시적 대응책이 절대 아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의 주체가 되는 경제 인구가 줄어들고 장기적인 불황패턴에 빠져들고 있는 국내 경제 여건상 이 같은 지속가능 관점의 패션 산업적 접근은 개인이나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닌 산업 생태계 전체가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담과 이브의 사회성 자각 이후 인류라는 틀 안에서 패션은 필수 불가결한 도구의 정점으로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가능한 근거는 바로 시장의 필요 적정성 안에서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 지금 우리 업계가 고민하는 지속가능성의 본질일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들이 지난 20여년 동안 생산해낸 패션상품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만들어진 모든 상품의 수보다도 많다.

이러한 연유로 대부분의 패션국가들의 시장은 2차 대전 후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욕망으로서의 패션에서 확대되어 1960년대 프랑스의 프레타 포르테 운동 이후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특성을 잘 반영해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나름의 질서를 지닌 안정적인 생태계로 보여지는 패션 황금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3차 산업혁명 이후 지속되어온 디지털 사회의 가속화 현상은 패션산업 생태계의 모든 것을 흔들어 놓았다. 개인의 창작능력이 생산해 낸 차별화에 의해 구분되고 이러한 차별적 상품을 소유하려는 시장의 욕구와 맞물려 성장해 온 20세기적 패션산업의 패턴은 짧은 시간 동안 시장을 바로 '보편성의 과잉'이라는 재앙적 현상으로 뒤덮어 버렸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은 당연히 보편성에 입각하고도 차별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글로벌 브랜드의 손을 들어 주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 아직도 남은 포지션이 있을까? 활로는?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의 패션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패션산업은 더 이상 확대 재생산이 가능한 유망산업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멀지도 않은 지난 십여 년의 패션산업을 복기해 보면 패션 산업의 오묘한 매력이 숨겨온 비밀이 드러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현상에 더해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특정하지 않은 알고리즘으로 작용해 생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패션산업인 것이다. 2003년 국회에서 주 5일제 시행을 입법화하여 7년에 걸쳐 모든 경제활동 영역에 반영되는 동안에 국내 패션산업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온 산과 들 뿐 아니라 도시마저도 울긋불긋하게 물들인 아웃도어 붐으로 경제력 11위의 국가가 아웃도어 산업 2위까지 기록할 정도로 상식으로 해석할 수 없는 일이 불과 몇 년 전 국내 패션 산업에 일어났었다. 그런데 왜 지금 우리가 패션의 지속가능성 이전에 본질적인 생존 가능 여부를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말하지 않아도 따라하기에 의존하면서 그저 낙수효과에 만족해 온 잘못된 관성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필자가 국내 패션업계 경영자들께 권한 계획은 회사를 팔아버리고 좀 쉬어보라는 거였다. 헌데 팔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아도 내가 생각하는 회사의 가치와 실제 시장의 평가가 다르다는 이유로 업계에서 실제 이러한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이유는 외형만이 목표인 기업 경영을 하다 보니 시장 평가기준에 맞지 않는 외형가치만 남아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당시에 회사를 팔고 싶으면 앞으로 3년동안 이익 경영으로 회계 방식을 바꾸고 원가 경영에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위해 R&D 투자 경영을 하라고 조언 했지만 3년동안 이 일을 수행할 여력조차 안되어 쓰러져 버린 회사가 부지기수 임은 다들 잘 알 것이다.
회사를 팔지 않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인은 할 일이 더 많다고 했는데 이 글의 본론은 바로 이 지속가능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을 위한 마지막 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시장의 기회요소를 발굴해서 새로운 룰을 만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아직도 룰 테이커(Rule Taker)로 생존하려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시장의 가능성
1970년대 후반 2차 세계대전 승자로서 세계 질서의 조정자 위치를 확고히 한 미국 사회에 대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전쟁의 주역으로 활약한 미국 사회의 흑인들이 60년대부터 줄기차게 요구해 온 신분변화 요구와 함께 그들의 문화가 1920년대 Jazz 붐에 뒤이어 다시 한번 미국 주류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Hip Hop이라는 장르에 미국의 청소년들이 흑백 구분없이 빠져들면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세계 패션시장에 독자적인 스타일을 내놓은 것이 바로 스트리트 캐주얼이다.

1976년 전세계의 Hip Hop 매니아들에게 'The Godfather' 혹은 'Amen Ra'라고 불려지는 'Afrika Bambaataa'라는 자메이카 출신의 뮤지션이 Electro DJING을 통해서  Hip Hop이란 장르를 세계에 발신하면서 시작된 미국의 스트리트 컬처가 패션시장에 미친 영향력은 가히 1960년대 프랑스의 프레타포르테가 세계 여성복 시장에 미친 영향력 이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영향을 받아 성장하기 시작한 'NIKE'가 오늘의 위치를 구축한 것도 미국의 스트리트 문화에 힘입어 서였고, 'Old School Sneakers'라는 스타일로 세계 시장을 휩쓴 'VANS나 보드웨어의 지존이라는 'Stussy'도 여기 스트리트에서 파생되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라이프스타일에서 파생된 시장의 가능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트리트 패션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도 여러 번 트렌드로써 휩쓸고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80년대 오렌지 족을 비롯해서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2000년대 스트리트까지….

지금 이야기 하려는 스포츠 라이프스타일과 과거의 스트리트 캐주얼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건 수용성의 문제이다. 능동적으로 자생하였는가 수동적으로 흡수하였는가 라는 부분에서 분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수동적 수용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트렌드의 추구이고 따라 하기에 지나지 않지만, 지금 거론되는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은 말 그대로 우리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즉 생활상을 반영한 시장의 개연성에 대한 모색이 될 것이다.

2003년 국회 입법으로 시작된 주 5일제가 2018년 주52시간 근무로 강제화 되면서 두 번째 생활상의 변화가 한국 사회에 불어 닥치고 있다. 준비 없이 맞았던 아웃도어 붐은 불과 5년이란 짧은 시간에 생명단축의 길을 걸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브랜드가 롱패딩에 의존하면서 수명단축을 하고 있는 치킨게임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기회 개척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라이프스타일 시장 기회 요소 발굴의 첫 번째는 동질성 집단의 규모이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부류는 도시 생활자들 중심의 낚시인구이다.

발표에 따라 700만명, 800만명이라는 동호인 수가 갖는 의미처럼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가장 폭발적인 잠재성을 가지고 있고 케이블 티비 콘텐츠로 시작해 종편 미디어를 거쳐 공중파까지 다루고 있을 정도로 라이프스타일에서 낚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적으로 시장규모를 판단할 때 로열티가 높은 매니아층이 5% 정도라고 한다면 낚시의 경우는 5% 보다 훨씬 높은 20% 정도의 매니아 그룹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국내 패션 업계에서 이들을 위한 상품기획을 준비한 기업이 있을까? 미안하지만 하나도 없다.

수년 전 지금은 사모펀드로 매각된 'NEPA'라는 브랜드의 오너에게 '아웃도어 시장의 다음 주자는 낚시 시장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한 적이 있었다. 실제 등산 일변도의 상품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그저 한 두 상품 출시에 그치고 매각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해 준 조언 중에 기억 나는 부분은 골프인들 가방 속에 들어간 장비 가격과 낚시인들 가방에 들어간 장비 가격을 비교해 준 것이었다.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여러분들 상상과 달리 낚시 가방에 들어있는 장비가격이 더 고가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입고 있는 패션을 비교하면 낚시인들은 그저 어부 수준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현실에서 기회 시장이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낚시 브랜드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누가 무어라 해도 따라 하기의 타이밍을 기다리는 경영자 탓일 것이고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낚시의 경험치가 들어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상품기획을 강요하는 모순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비단 낚시뿐 아니라 다른 라이프스타일 영역도 마찬가지다.


<채널A>의 히트 프로그램인 '도시어부'가 평균 시청률 4%대를 유지하고 방송 이후 계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그 의미를 적극적으로 파악하려 했는지 한번 묻고 싶다. 패션업계의 직무유기에 활력을 잃어가던 일본 낚시 브랜드들의 한국시장 잠식은 이미 깊숙이 진행되고 있다. 낚시 말고 또 다른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을 하나만 더 거론한다면 지역 밀착화된 생활 체육 배드민턴 동호회이다. 동호인 인구 250만 명이지만 낚시 이상의 파급력이 가능한 이유는 80%가 여성이고 지역 밀착의 특성상 행위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패션시장의 주역은 여성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여성의 사회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시대이다.

90년대를 빛내던 여성복 브랜드들이 어려워서 숨쉬기 조차 힘들다는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여성이라는 구분이 무의미 할 정도로 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장이 없어서, 경기가 안 좋아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트럼프 때문에…. 적어도 이런 이유는 패션업계에서 다시는 언급되지 말아야 할 핑계라 생각한다. 올 초에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배럴'의 경우를 한번 보자.

지난해 매출 약 350억원, 현재 시가총액 750억 내외. '배럴'이 처음 내걸었던 서핑 웨어. 시장에 서핑 인구가 얼마나 될까? 20만 남짓. 이런 조건을 배경으로 하는데 '배럴'에 투자한 자본시장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외형 중심 사고를 가진 기존 패션 기업인들이 갖지 못한 성장성을 바탕으로 하는 비전을 갖춘 라이프스타일 지향 브랜드라는 점일 것이다. 거기에 더해 글로벌 시장 파생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더해졌을 테고….

적어도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시장은 기존 시장만큼의 규모로까지 확장될 수 있고, 생필품 시장으로 축소된 국내 패션시장에 다시 한번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글로벌 시장에 수많은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존재하지만 국내시장의 기회를 획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되지 않는 스타일로서의 패션은 그저 트렌드에 반영될 뿐일 것이다.


'배럴' 고준희 화보

◇ 기회를 잡기 위해선…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이 유발시킨 신시장의 기회를 잡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선 경험해 보아야 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라이프스타일을 남에게 어떻게 권할 수 있을까? 그건 따라하기, 흉내내기로 절대 불가능한 영역이다. 오너부터 신입직원까지 적어도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프로덕이 들어와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의 필수는 소재 개발이다. 전세계 모든 패션 국가들과 국내 시스템이 다른 점 한가지는 소재기획이 스타일 기획에 선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좋은 소재가 있어도 스타일에 밀려서 사용을 하지 못한다.


현재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 MD들 중에 한 소재를 개발해서 마크업 기준에 맞춰 스타일 전개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미안하지만 없다고 본다. 한 스타일 여러 소재는 가능해도 한 소재 여러 스타일은 추구하지 않는 현실이 지금도 경쟁에서 뒤쳐지게 한다. 하물며 보다 더 적극적인 소재의 개입이 필요한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장벽이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다시 생각해 보라. 직원들이 생각하는 프로덕은 말 그대로 상품이지만 오너나 경영자의 상품은 기업이고 브랜드다. 직원들이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인 만큼 경영자들도 자신들의 상품이 궁극적으로 잘 팔리게끔 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큰 상품이 잘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매력적인 상품을 만드는 데에 경영의 변화를 주어라! 소유하는 것에서 경영하는 것으로 대 변화를 이끌어라.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지속가능성의 궁극적 목표는 소유의 시대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업과 기업가는 고용을 통해 지속적인 잉여를 발생시키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필요충분 조건인 것이다. 여전히 시장엔 기회가 남아 있다! 단지 발견하지 못하고 수용하지 못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