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일본 라이프스타일> 격전의 日패션, 조조타운 VS 유니클로
2018-09-01 sookekim@gmail.com
김숙이 일본 칼럼니스트

조조타운, 신체 측정 바디슈트로 유니클로와 기싸움


일본 온라인 의류 쇼핑몰 조조타운은 2017년 11월 신체사이즈 측정용 바디슈트인 ‘조조슈츠(ZOZOSUIT)’를 출시한 이래 7월말까지 112만장을 시장에 내놨다. 현재도 매일 2만장 가량을 내놓고 있어 올해 말까지 약 600~1000만 장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입는 것만으로 신체사이즈 측정이 가능하다는 조조슈츠는 검은 바탕에 흰색 도트 패턴으로 디자인된 전신 타이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360도 촬영하면, 센서가 입력된 흰색 도트 패턴으로 착용한 사람의 가슴 둘레, 엉덩이, 팔, 다리등의 신체 24곳의 사이즈가 자동으로 측정되는 방식이다.

올 1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조조타운의 프라이빗 브랜드인 조조 청바지를 구입한 헬스트레이너 요시오카는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 발달로 몸에 꼭 맞는 청바지를 찾기 어려웠는데, 조조슈츠 덕분에 꼭 맞는 옷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며 조조슈츠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온라인 의류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허들 중 하나가 사이즈다. 사이즈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포기하는 고객들을 위해 조조타운 운영사 스타트투데이는 자동으로 사이즈를 재 주는 옷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조조슈츠를 개발했다. 지난 7월 31일 결산 기자 회견에서 마에사와 스타트투데이 사장은 “조조슈츠의 활약으로 신규 고객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현했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조조슈츠의 무료 배포가 더욱 확대되면, 재미로 한 두번 구입했던 고객들의 재구매율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까다로운 측정방식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조슈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바닥에서 70㎝ 높이에 스마트폰을 설치한 뒤 2m가량 떨어진 곳에서 촬영을 해야 한다. 전용 앱에서 ‘측정 준비되었습니다’란 안내가 나오면 시계방향으로 30도씩 틀어가며 총 12번 촬영해야 한다. 3분에 걸친 촬영이 끝나면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24곳의 신체 사이즈가 계산된다.


조조타운의 오더메이드 정장 ‘조조’

◇ ‘조조(ZOZO)’, 글로벌 브랜드로
하지만 마에사와 사장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단순한 의류 통신 판매 사이트에서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로 탈바꿈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포부는 조조슈츠를 활용한 프라이빗 브랜드(PB) ‘조조(ZOZO)’에서 나온다. 티셔츠(1200엔), 청바지(3800엔)를 판매중이며, 오더메이드 정장 ‘조조’는 3만9900엔에 예약 판매 중이다.

조조슈츠 출시 이후 ‘조조’는 조조타운에서 부동의 판매 1위를 유지 중이며, 한번에 여러 벌을 구입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조조슈츠는 조조타운에 가입만 하면 무료로 한벌을 받을 수 있고 두번째부터는 2000엔에 구매할 수 있다. 구매 후 7~8개월 가량을 기다려야 받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와 함께 매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스타트투데이측에서는 슈츠를 통해 사이즈를 측정한 고객의 50% 이상이 실제 구매까지 이어진다고 발표했다.

일본 유통업계에서는 “시행착오를 통해 조조타운이 패션 유통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으며, 이는 기존 패션업체들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조타운이 조조슈츠를 활용한 정장 PB ‘조조’ 출시를 발표하자 일본 대표 정장업계인 아오야마 상사와 오아키 홀딩스의 주가는 일제히 급락하기도 했다.


◇ 야나이 다다시의 일갈 “조조슈츠는 장난감”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한 일본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은 조조슈츠를 사서 일일이 재는 일을 귀찮아 한다. 매장 직원에게 재는 것이 제일 정확하고 빠르며 고객 데이터를 취합하는 것은 좋지만 실제로 만든 상품이 몸에 맞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조조슈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실제 데님 바지를 주문하고 2일 후에 도착했다는 회사원 타니가와씨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사이즈가 딱 맞아 놀라웠지만, 색상이나 봉제선의 위치 때문에 다리가 굵어 보이며, 디자인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매장에서는 점원이 사전에 이러한 것을 언급하고 지적해 불만을 방지할 수 있었겠지만 조조슈츠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한계를 보인 것이다.

야나이 회장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패스트리테일링과 스타트투데이 간의 불편한 관계는 일본 섬유기기 제조업체 시마세이키(島精機製作所)와의 협업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 7월 13일 다소 생뚱맞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시마세이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해서’란 제목의 이 보도자료는 ‘니트 제품의 개발로 합작 회사를 설립했고 앞으로도 제휴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패스트리테일링은 2년 전부터 생산 분야에서 시마세이키와 협업하고 있었고 이러한 내용은 이미 업계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특히 시마세이키와의 제휴는 저렴하며 높은 품질과 기능을 가진 ‘유니클로’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왜, 이 시점에 이러한 내용을 발표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는 스타트투데이가 7월 3일 정장 신사복 진출과 동시에 PB의 해외 전개를 발표하면서 시마세이키와의 관계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스타트투데이는 조조슈츠로 측정한 체형 데이터와 시마세이키의 니트 무봉제 자동편직기인 홀가먼트 (Whole Garment)로 제작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소개하며 대대적으로 어필했다. 홀가먼트는 3D 프린팅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봉제선이 없고 훨씬 더 부드럽고 편안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조조타운의 홍보는 야나이 회장의 역린을 건드린 꼴”이라며 “시마세이키와의 제휴하는 것은 우리뿐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 아니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가 총액으로 보면 스타트투데이는 약 1조 2700억엔으로 미쓰코시 이세탄 그룹의 2배 이상이지만, 이는 장래성에 대한 기대치가 포함되어 있다.

시가 총액 5조엔을 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연매출은 1조 8619억엔(2017년 8월 기준)규모다. 패스트리테일링이 연매출 약 1/20 수준인 984억엔(18년 3월 기준)의 햇병아리 스타트투데이의 행동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을 보면, 조조타운의 PB 출시와 전략적 파트너에 대한 언급이 꽤나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 스타트투데이, 10년내 5조엔 규모 목표
어찌됐건 조조슈츠의 활약으로 온라인 쇼핑에 대한 고객들의 심리적 저항은 많이 줄어들게 됐다.

고객 사이즈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오더메이드 제공이 가능하게 됐고  5~6개의 사이즈로 규격화되었던 생산방식과도 결별할 시간이 머지 않은 듯 하다. 또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스타트투데이는 조조슈츠를 통해 70억 인구의 사이즈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현재 1조엔 시가총액도 10년이내 5조엔 규모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보이고 있다.


조조슈츠로 측정한 신체 사이즈는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조타운의 신체 사이즈 측정용 바디수트 ‘조조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