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우의 보이후드> 지금 중국 젊은이들은 누구인가?
2018-07-30 yourboyhood@gmail.com
홍석우 패션 에세이스트

“지금 중국 젊은이들은 누구인가?”, “지금 중국 젊은이들은,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또 즐기는가?”

위의 물음은 한국 패션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가 매섭게 변화하는 지금의 중국 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큰 명제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도시들은 우리 생각보다 더 세분되어 있다. 한 도시에서 먹힌 전략이 다른 도시에서는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중국 패션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시대 문화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바일 문화’ 주체들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지우링허우(九零后)와 바링허우(八零后)
‘지우링허우(九零后)’와 ‘바링허우(八零后)’ 세대의 바링(八零)과 지우링(九零)은 각각 80과 90을 뜻한다. 허우(后)는 ‘~이후’라는 뜻으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 나고 자란 1980년대와 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을 칭한다. 현재 20대부터 30대의 중국인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셈이다.

이들은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과 개방 시기의 혜택을 온몸으로 받았다. 이전 세대가 겪은 사회·경제적 갈등을 뒤로 미루고, 2000년대와 2010년대의 문화·기술적 혜택을 듬뿍 누렸다. 자못 생소한 나라인 중국이 이전 세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산 기지’ 역할에 머물지 않고 ‘소비 시장’의 다변화로 점차 변모했고, 이제 젊은이들은 소비문화에 큰 가치를 둔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이미지·해시태그 기반 소셜 미디어 ‘나이스’

◇ 중국의 청년문화
문화인류학자인 데이비드 왕은 2010년 중국의 산시성 시안에서 연구하고 있었던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여가 때 주말에만 여는 바를 운영했는데, 중국의 다양한 젊은이를 만날 좋은 기회가 됐다. 사실 시안은 중소도시라서 사람들이 문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바가 젊은이들을 끌어모았다. 원래 외국인들이 주 고객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멋진 중국 젊은이들이 오기 시작했다. 바에서 쌓은 인연 중 가장 소중한 사람은 시안의 첫 그래피티 집단인 ‘시안 봄빙’의 리즌 디(Reason D)다. 그와 친해진 계기로 라는 작업 영상을 찍기도 했다. 외국인인 내가 보기엔 중국어 그래피티가 매력적인 조합일 듯 했기에 왜 영어로 작업하는지 물었다. 리즌 디는 ‘우리는 아직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시작 단계에 있기 때문에 기술을 먼저 익혀야 한다. 5년만 기다려라. 중국 스타일 그래피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내가 중국 젊은이들 문화에 관심 두게 된 계기이다. 중국은 빠른 경제 성장과 폭발적인 소비를 보이지만, 시안의 청년들은 하나의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시간과 깊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중국 젊은이들을 몇 개의 단어로 요약했다. 이전 세대에 없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것, 웨이보와 위챗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실제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지 못하는 취향, 문화적 연대감을 찾고 강하게 따른다는 것, 그리고 지금 중국 젊은이들이 ‘잠을 자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활력이 넘친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지금 중국 젊은이들이 누구인가 알고자 할 때, 필요한 세 가지 정의가 있다.




◇ 소셜 네트워크 세대(Social Network Generation)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을 한데 모은 중국 소셜 미디어 ‘시나 웨이보’, 카카오톡과 라인과 비슷한 ‘위챗’, 젊은이들의 실사용 지수가 가장 높다는 ‘텐센트 QQ’는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젊은이들이 어떠한 것에 관심이 많고 무엇을 소비하는지, 또한 무엇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가 되었다.


다만 2009년 이후 정치·사회적 이유로 사회주의 국가 체제의 중국 정부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막고 지속적으로 차단과 검열을 하는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대체하는 중국발 2·3세대 소셜 미디어에 젊은이들이 몰리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특유의 이미지·해시태그 기반 소셜 미디어 ‘나이스’는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신흥 소셜 미디어의 대표적 사례다. 2013년 문을 연 ‘나이스’는 2014년 기준 가입자 수가 1,200만 명에 달하며 가입자의 95% 이상이 1985년 이후 출생자다. 기성 소셜 미디어보다 사용자 수는 매우 적지만, 외국 사용자가 전체의 10%, 베이징과 상하이 사용자가 각 4.2%와 3.3%를 기록하며 고속 성장 중이다(실제 나이스의 ‘시나 웨이보’ 공식 계정 팔로워 숫자는 100만 명 이상이다).


중국 음악 레이블 The Maybe Mars의 5주년 커버 아트워크


◇ 문화적 세계화(Globalization)와 수용성

전 세계 20·30대가 흔히 즐기는 문화들, 여름의 ‘음악 페스티벌’이나 나이트라이프를 이루는 클럽과 독립 음악 문화, 북유럽 디자인 제품이나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등을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 다양한 종류의 카페 브랜드 등은 지금 중국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중국 젊은이들이 서구권과 한국 일본 등으로의 유학 경험을 쌓으면서 문화적 ‘국제 표준(global standard)’에 결코 뒤쳐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 중국 1·2선 도시와 주요 3선 도시는 핵가족화와 산아제한정책으로 1가구 1자녀를 이룬다. 베이징과 상하이, 칭따오에서 태어나 중산층 이상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은 외국 친구를 사귀는 데 스스럼없고, 한국을 비롯한 외국 패션과 브랜드 문화에 익숙하며, 스마트폰과 일상용품에서도 ‘가격’이 구매의 큰 잣대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새로운 문화를 즐기고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고, 소비 기준 또한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주변 입소문을 취합한 통로로 얻는다는 점에서 글로벌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젊은이들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 소비 지향적 태도(Cost-driven Attitude)
여행과 여가를 비롯하여 자신을 꾸미는 데 드는 돈을 아끼지 않고, 제품을 소비할 때 이전 세대만큼 ‘브랜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가격 대비 품질과 자기만족이 가장 중요한 구매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곧 ‘럭셔리 브랜드’에 관한 취향과 선호도가 이전 세대보다 낮아졌다는 뜻으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지금 중국 젊은이들은 자신이 신뢰하는 소셜 미디어 채널의 마케팅과 광고, 영향력을 지닌 인물들의 평가를 무척 따르는 특징이 있다.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것은 엔터테인먼트에 기반을 둔 유명인사(셀러브리티)들이지만, 특히 콜스(Key Opinion Leaders·KOLs)로 불리는 패션 블로거와 모델, 문화업계 회사 대표와 투자자 등의 신뢰도 역시 무척 높다.


앞서 언급한 나이스 앱에는 한국의 ‘인플루언서’ 같은 콜스는 많은 팬을 보유하며,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캠페인 혹은 소셜 미디어 콘텐츠에 그들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 중국은 지금 창의성에 대한 욕망이 꿈틀댄다
그레이스 램 ‘보그 차이나’ 수석 패션 에디터는 2013 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 학생들이 만든 잡지 ‘원그래너리(1GRAN ARY)’와 나눈 인터뷰에서 “중국 패션 산업이 외국 패션 아이디어를 복제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만의 강한 정체성을 찾길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패션 행사 중 하나인 ‘멧 갈라(Metropolitan Museum of Art’s Costume Institute Gala)’에서 리한나가 베이징 출신 패션 디자이너 구오 페이(Guo Pei)의 드레스를 입는 시대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디자이너와 중국 패션계는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


이는 곧 중국 젊은이들이 무작정 ‘한국 패션’ 혹은 ‘케이팝(K-Pop)’ 문화를 더는 추종하지 않을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중국 시장을 두드리는 데 필요한 것은 이러한 흐름에 맞춘 태도의 변화 아닐까? 거대하고 모호한 ‘자본 시장’의 매력이 아니라, 창의적인 집단과 문화를 향한 욕망이 꿈틀거리는 지금 중국 젊은이들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방식으로 문을 두드리는 행동 말이다.


중국 시안 그래피티 크루 '시안 봄빙'의 리즌 디가 작업한 Xi'an's biggest graffiti project

베이징에서 열리는 음악&아트 페스티벌 'JUE Festiv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