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패션 이노베이션
2018-02-01 yourboyhood@gmail.com
홍석우 패션 에세이스트

‘스티치 픽스’와 ‘아디다스’에서 보는 ‘개인화’


연말연시 패션업계는 앞다투어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느라 분주하다. 그중에서도 진지하게 실천에 옮기기 위해 노력해야 할 혁신 키워드가 존재한다. 종종 혁신이란 단어는 특정 브랜드가 행하는 창조의 원천이 되지만, 업계 전반의 구조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영국 패션 전문지 비즈니스 오브 패션(The Business of Fashion)과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는 2018년 패션 업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개인화(Getting Personal)’를 선정했다.

요즘 사람들은 모바일 검색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기계적으로 검색해주기보다, 원하는 줄 몰랐던 제품까지 능동적으로 찾아주기를 바란다. 이러한 모바일 시대의 개인화 과정에는 구글처럼 개인 검색을 추적, 관심 정보 기반 광고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는 논란의 여지가 존재하며, 몇몇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관심 기반 광고 차단 기능을 제공한다(과정을 암호화해도, 검색 이력이 빅 데이터 일부로 존재하는 현실이 달갑지는 않다). 하지만 밀레니얼(The Millennials) 소비자 일부는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을 주변 사람들, 때로는 불특정다수에게 드러내고 매력을 호소하길 바란다. 그 중심에는 SNS가 있다.


‘개인화’를 위한 혁신
종종 패션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10년 전보다 트렌드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분명히 자각하는 트렌드(2017년 대한민국 겨울을 휩쓴 ‘롱 패딩’처럼)가 주변을 맴돌지만, 한때 1년 이상 주기로 존재하던 패션 트렌드는 점점 더 빠르게 사라진다. 기본적으로 대량 생산과 제조업에 기반을 둔 주류 패션 업계는 짧게는 반년에서 길게는 수년 앞을 내다보고 유행을 예측한다. 하지만 젊은 소비자들의 개인화 경향은 갈수록 짧은 주기 유행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마이크로 트렌드 중에는 아예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수없이 존재했다 사라진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를 떠올려보라).

그래서 필자는 ‘개인화’를 지향하는 모든 방법과 기술 발전 자체를 2018년 패션계가 마주한 가장 직접적인 혁신으로 예상한다. SNS와 맞닿은 ‘인플루언서 플랫폼’을 가장 먼저 거론해야 할 것이다.


인플루언서 플랫폼
SNS가 단순한 커뮤니티 기능을 넘어서 모바일 상거래(m-commerce)시장의 총아로 자리매김한 지금, 사람들은 그들이 믿고 신뢰하는 영향력 있는 인물들(인플루언서, influencer)의 취향을 추종한다. 소위 블로거 마켓과 함께 출발한 인플루언서 시장의 다각화는 중국의 SNS 인플루언서 ‘왕홍’을 넘어서, 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를 모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발전하며 더 높은 상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그들 각자의 라이프스타일과 특징이 있다. 그들의 개성과 선망 요소들은 일반 패션 기업이 자사 제품과 브랜드를 홍보하는 이상의 신뢰감을 준다. 2018년의 주요 인플루언서 플랫폼은 개인의 영향력을 넘어서 전 세계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이는 글로벌 기업이 세계 각국 인플루언서에게 손을 내미는 원천이다.


인공지능과 개인화의 결합
2010년대 패션 블로그 시대부터 진화한 인플루언서 플랫폼과 달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형 플랫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1년 설립 이래, 인공지능 기계 학습(Machine Learnin)과 맞춤형 개인 스타일리스트를 결합한 쇼핑을 제공한 ‘스티치 픽스’(Stitch Fix)가 그 주인공이다. 2017년 11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 거대한 패션 스타트업은 상장일 마감 기준 기업 가치(약 15억 달러)가 2주 만에 25% 급등했다.

‘스티치 픽스’는 능동적인 패션 소비자 대신, 패션에 관심은 있으나 쇼핑에 큰 관심이 없는 절대 다수를 겨냥한다. 특정한 시즌 트렌드 마케팅에 열 올리지 않고, 고객 각자의 치수와 좋아하는 색상, 라이프스타일, 여가를 즐기는 방법과 이미지 검색에 특화한 SNS 핀터레스트(Pinterest)의 개인 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자체 알고리즘으로 분류한 후, 기계 학습을 거쳐 더 정교하고 세밀하게 나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3000명에 달하는 개인 스타일리스트는 각자 맡은 회원들의 취향을 예측하여 의상 다섯 가지를 추천한다. 이 모든 서비스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은 20달러로, 현재까지 유료 고객 80%가 첫 구매 이후 90일 안에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사기 위해 ‘스티치 픽스’를 이용했다.

현존하는 모든 패션 쇼핑 플랫폼은 제공할 수 있는 온갖 검색 기능을 더 사용자 친화적으로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색상과 치수는 물론 옷을 입고 활동하는 종류까지 세분화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개인에게 맞춤 제공하는 ‘모바일 플랫폼’은 구현하기 어려웠다. 아주 작은 규모가 아닌 이상, 수익성이 100% 검증된 분야 또한 아니었다. ‘스티치 픽스’는 이러한 통념을 깨고 인공지능과 개인화를 결합하여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8년 그들의 행보는 패션 업계의 개인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개인화를 결합한 미국 ‘스티치 픽스’


4차 산업과 결합한 스니커즈
4차 산업 기술 발전에 개인화한 생산 기법을 결합한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트 메이커의 전통 제작 방식이 지금까지 패션 브랜드의 개인화를 지탱했다면, ‘아디다스’와 3D 프린터 전문 기업 카본(Carbon)이 함께 제안한 ‘퓨처크래프트(Futurecraft 4D)’는 운동 제품의 대량생산과 개인화라는 난제에 도전한다.

‘퓨처크래프트 4D’의 핵심은 운동을 위한 기술(technology)과 생산을 위한 제조(craft) 두 가지 측면의 혁신이라는 점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3D 프린터 전문 벤처 기업 카본의 ‘디지털 광합성’ 기술과 아디다스가 축적한 광범위한 운동 데이터베이스가 만난다. 수많은 공기 배출 구멍과 울트라부스트를 뛰어넘는 에너지 반환성, 그리고 기존 중창(outsole)보다 훨씬 높은 탄력성을 보유한 스니커즈는 패션 스니커즈보다 ‘운동성’ 향상이라는 스포츠의 본질에 초점을 맞춘다.

일반적인 3D 프린터 공정은 기존 제조업의 전문 생산 공장보다 훨씬 느리며 소규모로 이뤄진다. 그래서 개인 보급형 3D 프린터가 시장에 나온 현재도 시제품(prototype) 제작 이상의 역할에 적합하지 않았다. 여기서 두 회사는 접점을 찾았다. ‘다양한 운동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 각기 필요한 ‘중창 성능’을 연구하여, 최고의 중창을 신속하고 다양하게 제작할 수 있다면?’ 아디다스와의 협력 아래, 카본은 스피드셀(SpeedCell™)이라는 3D 프린트 생산 공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스피드셀은 모든 규모의 ‘최종 용도 부품’을 반복 생산하는 제조 장치 운영 시스템으로, 설계의 반복이나 규모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프린트하여 나온 제품의 자동 세척 기능까지 자동화했다.

2017년, 고작 수백 족을 출시한 퓨처크래프트 4D는 2018년 1월 18일, 300달러(!)라는 가격으로 ‘키스(KITH)’를 비롯한 업계 선도 매장에서 첫 번째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2018년 안에 수천 족을 더 판매할 계획으로, 자사의 울트라부스트를 뛰어넘는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아디다스’ 퓨처크래프트 운동화의 아웃솔

다수를 위한 개인화
물론 모든 소비자가 특정한 개인화 트렌드 아래 들어선 것은 아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소비자들 역시 앞서 언급한 여러 개인화 플랫폼만큼이나 중요하게 드러나고 있다. 간략히 말하면, SNS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기존 SNS를 포함한 개인화 플랫폼에 새롭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패션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환상’을 판다. 자사 제품을 소비하면서, 특정 제품이 홍보하는 기능과 라이프스타일을 소유할 수 있다는 판타지를 호소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검색하고 비교하는 소비자들의 판단력은 예전보다 더 냉정하며, 때로는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면모를 가감 없이 표출한다.

‘정글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Coolest Monkey in the Jungle)’라는 글자가 들어간 후디를 입은 흑인 소년 모델로 인종 차별 기업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H&M’은 곧바로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다양성 관리자’ 직책을 신설하기로 했다. 2017년 5월에는 ‘샤넬’이 뉴질랜드와 호주 원주민들의 과거를 고려하지 않고 값비싼 부메랑 제품을 판매한다는 비판과 함께 논란이 일었다.

모바일 시대 이전에는 큰 반향 없이 지나친 문제들이 이제는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를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 시대의 소비자 가치는 제품의 품질과 이미지뿐만 아니라, 해당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이 얼마나 개별 소비자의 윤리 의식을 충족하는지 엄격하게 판단한다. 환상을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은 현실주의(realism)와 종이 한 장의 차이로 존재하게 되었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판매하는 패션 브랜드를 넘어서, ‘다수를 향한 개인화’라는 다소 모순적인 가치를 광범위하게 추구하는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아디다스’ 퓨처크래프트 운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