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애플과 페이스북을 만들었나?
2015-04-29 최진근
최진근의 패션 인문학 이야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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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 졸업식 축사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과 함께 ‘홀 어스 카탈로그 (Whole Earth Catalogue)’를 소개했다.
잡스는 이 잡지를 당시 10대들에게는 바이블과 같았다고 말했다. 명문대학의 졸업 연설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대학을 한 학기 만에 중퇴한 것이라고 말했던 이 괴팍한 천재는 이 잡지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홀 어스 카탈로그>를 만든 사람은 스튜어트 브랜드로 이 잡지는 원래 1960년대말에 히피들을 위해 창간된 잡지였다.
◇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은 히피문화의 계승자
히피들은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갈망했고, ‘의식의 확장’을 외치며 다양한 방식으로 해방감을 맛보고자 했다.
또 소비자본주의로 대표되는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히피 공동체를 형성해 인간의 정신적, 물질적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히피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모색했고, 이 발상이 초기 온라인 서비스에 반영된 것이 PC통신이다.
웹과 PC, SNS는 히피들이 중시했던 자유와 공생, 공유와 개방의 문화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들은 개인의 자유와 하나된 세계를 상상했고, 이런 상상력과 열망이 최초의 PC인 애플Ⅱ, 그리고 PC로 전세계가 연결된 인터넷을 낳았다. 스티브 잡스는 10대부터 히피문화와 히피들의 음악에 열광했다.
당시 젊은 히피들은 그들이 갖고있던 ‘더 나은 세계’, ‘하나로 연결된 세계’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실리콘밸리로 몰려들었고 스티브 잡스도 거기에서 애플을 만들었다. 그 뒤를 이어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기업들이 탄생했다.
스튜어트 브랜드는 인터넷 부흥기였던 1995년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 PC혁명과 인터넷 문화가 모두 대항문화의 산물이라고 말하고, 이 글의 부제로 ‘우리는 모두 히피에게 빚을 졌다’라고 달았다. 실리콘밸리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문화적.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애플,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그 인문학적, 철학적 가치를 히피문화로부터 계승했다.
◇ 기술이 아닌 보이는 것 너머의 정신을 제품에
1960년대 말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의 비트세대를 주축으로 일어난 히피운동 속에서 선불교와 명상과 요가 등 개인적 깨달음과 자유에 이르는 길을 추구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 히피 생활방식과 컴퓨터에 대한 열정의 융합, 영적 깨달음과 첨단기술의 혼합을 몸소 구현한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당시 이곳 분위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어요. 그레이트풀 데드, 존 바에즈, 제니스 조플린 등 뛰어난 뮤지션들이 수없이 나온 데다가 집적회로까지 여기서 탄생했잖아요. <더 홀 어스 카탈로그> 같은 놀라운 간행물도 나왔고요.”라고 잡스는 회상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더 나은 것들로 인해 성장할 수 있도록 최고를 만들기를 원했고, 새로운 창조물을 통해 인류에게 무언가 기여하기를 원했다. 그는 엔지니어들이 단순히 기술이 아닌 보이는 것 너머의 정신을 제품에 담아내기를 원했다.
애플만이 아니라 구글,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단순히 기술이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을 전 세계에 공유하고 사람들이 이에 동조해 주길 바란다. 애플과 애플마니아의 관계와 같이 이들은 비전 제시와 공감이라는 것을 중시한다.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은 왜 비전과 가치관을 중시하는가? 그 이유는 60년대의 히피의 자유와 개방, 공유라는 가치관의 전통 속에서 기업의 명확한 사회·문화적 가치관을 세웠고, 창업가들이 그런 가치관을 갖고 나름의 비전을 제시하며 산업뿐 아니라 사회를 개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피문화는 당시 수많은 젊은이들의 삶을 바꿨고, 실리콘밸리로 이어져 현재까지 미국의 경제를 지탱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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