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부자아빠’
2007-01-29 정인기 기자 ingi@fashioninsight.com
박차장이 유력 패션기업 A사에서 일한지는 올해로 8년째다. 이 회사에서 근무한 8년 동안은 한마디로 회사만을 위해 회사만을 바라보고 살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사 때보다 경제사정은 나아졌지만 새로운 여가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동창모임 마저 거의 참석하지 않아 동창들 사이에서는 ‘사회 생활은 잼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회사들이 IMF 탓에 문을 닫고, 살벌한 구조조정을 하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A사의 성장곡선은 가파른 커브를 그렸다. 이런 회사가 자랑스럽고 고마워 박차장은 새벽부터 밤까지 일해도 피곤할 줄 모르고 일했다.
그러던 그가 요즘 ‘내일이면 마흔인데 내가 그동안 해놓은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 내가 회사를 얼마쯤 더 다닐 수 있을까?'라는 자괴감에 빠져있다. 오랜만에 나간 옛 회사 동기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가 그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는 수지에 상설할인점을 열어 월 2∼3천만원을 챙기고, 누구는 문정동에서 벌어 구로동에 또 하나를 낸다는 것이었다.
박차장이 1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그 자리에 참석한 몇몇 친구들은 1달에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를 더욱 견딜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은 원칙대로 살아온 그를 비아냥대며 ‘너네 회사가 성장했지 네가 성장했냐? 네가 앞으로 얼마나 그 회사에 다닐 것이고, 회사가 너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라는 말이었다. 박차장은 아무말 없이 그냥 연거퍼 소주잔을 기울였다.
점포개설을 청탁하며 돈봉투를 건네던 이, 첫달 매출로 얻은 수익을 사례비로 주겠다던 이, 지방 백화점 매장을 내주면 수익의 1/3을 주겠다던 고참 판매사원…. 많은 얼굴들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과연 내가 제대로 살아온 것일까?
“○○에 새로운 상설타운이 개발되는데 우리 브랜드를 네가 해라. 그리고 너네 브랜드를 나에게 주고" 상설을 새로 내기에는 물량이 없다고 둘러대고 자리를 떳지만 그날밤 박차장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어느 금요일 오전 9시 요즘 잘나가는 캐주얼업체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김이사님 계십니까?"-기자
“이사님 회의중이십니다."-업체
“언제 끝납니까?"-기자
“오후에 통화할 수 있습니다."-업체
또 다른 업체로 전화를 돌려보자
“이부장님 계신가요?"-기자
“오늘 현지 출근하셨습니다."-업체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는 캐주얼업체의 영업부서장들은 현지 출근과 회의가 잦다. 백화점에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바이어들과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백화점 영업이 중요해진 탓에 회사서도 바이어랑 술을 마신 다음 날은 O.K다.
오후가 됐다.
“김이사님 어제 한잔 했죠? 어느 바이어랑 쐈나요?"-기자
“사실 지방서 대리점주가 올라와서 한잔했어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영 몸이 찌푸둥하네요"-이사
오늘은 유력백화점 입점을 위해 바이어와 한잔, 내일은 잘팔리는 물건을 좀 더 많이 내려달라는 대리점주와 한잔, 그 다음날은 부서원들 보기 민망해 회식, 잘나가는 회사 영업부서에는 술과 돈이 넘쳐난다.
<패션기업 영업직원 부자아빠 되는 법>
- 맘에드는 중간관리, 대리점주에게 잘팔리는 물건
밀어주기(부서장,담당)
- 고객 사은품 20개만 챙겨놓으라고 백화점 샵마에게
전화하기(담당)
- 접대는 남에게서 받고 영수증은 내가 받아 회사에
정산하기(부서장,담당)
- 후한 인테리어업체에게 후하게 견적 승인하기
(부서장)
- 돈잘쓰고 맘씨 좋아보이는 점포주에게 점포 열어
주기(부서장)
- 중간관리업자 길들이기(담당, 부서장)
- 입무거운 판매사원 골라 공동투자해 중간관리 매장
열기(부서장)
- 유력 브랜드와 매장 바꿔열기(부서장)
그러던 그가 요즘 ‘내일이면 마흔인데 내가 그동안 해놓은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 내가 회사를 얼마쯤 더 다닐 수 있을까?'라는 자괴감에 빠져있다. 오랜만에 나간 옛 회사 동기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가 그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는 수지에 상설할인점을 열어 월 2∼3천만원을 챙기고, 누구는 문정동에서 벌어 구로동에 또 하나를 낸다는 것이었다.
박차장이 1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그 자리에 참석한 몇몇 친구들은 1달에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를 더욱 견딜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은 원칙대로 살아온 그를 비아냥대며 ‘너네 회사가 성장했지 네가 성장했냐? 네가 앞으로 얼마나 그 회사에 다닐 것이고, 회사가 너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라는 말이었다. 박차장은 아무말 없이 그냥 연거퍼 소주잔을 기울였다.
점포개설을 청탁하며 돈봉투를 건네던 이, 첫달 매출로 얻은 수익을 사례비로 주겠다던 이, 지방 백화점 매장을 내주면 수익의 1/3을 주겠다던 고참 판매사원…. 많은 얼굴들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과연 내가 제대로 살아온 것일까?
“○○에 새로운 상설타운이 개발되는데 우리 브랜드를 네가 해라. 그리고 너네 브랜드를 나에게 주고" 상설을 새로 내기에는 물량이 없다고 둘러대고 자리를 떳지만 그날밤 박차장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어느 금요일 오전 9시 요즘 잘나가는 캐주얼업체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김이사님 계십니까?"-기자
“이사님 회의중이십니다."-업체
“언제 끝납니까?"-기자
“오후에 통화할 수 있습니다."-업체
또 다른 업체로 전화를 돌려보자
“이부장님 계신가요?"-기자
“오늘 현지 출근하셨습니다."-업체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는 캐주얼업체의 영업부서장들은 현지 출근과 회의가 잦다. 백화점에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바이어들과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백화점 영업이 중요해진 탓에 회사서도 바이어랑 술을 마신 다음 날은 O.K다.
오후가 됐다.
“김이사님 어제 한잔 했죠? 어느 바이어랑 쐈나요?"-기자
“사실 지방서 대리점주가 올라와서 한잔했어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영 몸이 찌푸둥하네요"-이사
오늘은 유력백화점 입점을 위해 바이어와 한잔, 내일은 잘팔리는 물건을 좀 더 많이 내려달라는 대리점주와 한잔, 그 다음날은 부서원들 보기 민망해 회식, 잘나가는 회사 영업부서에는 술과 돈이 넘쳐난다.
<패션기업 영업직원 부자아빠 되는 법>
- 맘에드는 중간관리, 대리점주에게 잘팔리는 물건
밀어주기(부서장,담당)
- 고객 사은품 20개만 챙겨놓으라고 백화점 샵마에게
전화하기(담당)
- 접대는 남에게서 받고 영수증은 내가 받아 회사에
정산하기(부서장,담당)
- 후한 인테리어업체에게 후하게 견적 승인하기
(부서장)
- 돈잘쓰고 맘씨 좋아보이는 점포주에게 점포 열어
주기(부서장)
- 중간관리업자 길들이기(담당, 부서장)
- 입무거운 판매사원 골라 공동투자해 중간관리 매장
열기(부서장)
- 유력 브랜드와 매장 바꿔열기(부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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